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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뱅 부부'의 나들이

 

* '겔뱅 부부'란 게으른 부부로서 말걸기와 파란꼬리를 말한다.

 

 

어제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오후에 소포를 부칠 일이 있어 우체국에 들른 김에 마트에 가서 김밥 재료들을 한아름 장 봐왔다. 길지 않은 시간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건만 왜 이리 지치는지... 저녁으로 김밥 해 먹는 건 포기하고 오늘로 미루었다.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김밥 만들기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뭔가 김밥을 해먹을 만한 동기가 필요했다.

 

"올커니, 나들이를 가자. "

 

파란꼬리는 오전에 볼 일이 있으니 파란꼬리가 돌아오면 점심 먹고 김밥 도시락을 싸서 모네 전시를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시내에 나가서 그림도 보고 어디 그늘에 앉아서 김밥 도시락 까먹을 생각하니 김밥을 만들고 싶어졌다. 오케~이!

 

오이 절일 식초도 없어 가게를 왔다 갔다... 재료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도 걸렸다. 오이 절이고 밥하고 당근, 햄, 맛살 볶고, 계란 부치고... 김 굽고 밥에 양념 좀 하고...

 

파란꼬리가 돌아왔다. 점심을 따로 챙겨 먹을 일 있나? 김밥 말아서 점심으로도 먹고 도시락도 챙기자.

 

자~ 중국산 대나무 김발 두 번씩이나 삶았으니 맘 놓고 말아보자. 김밥용 김이 아닌 터라 구멍이 숭숭 하지만 뭐 어때. 말걸기와 파란꼬리 둘이 앉아서 김밥을 하나 말았다. 맛을 봐야지. 썰기도 귀찮다, 그냥 손에 쥐고 김밥을 뜯어 먹었다. 괜찮네.

 

김밥 하나 말고 그 자리에서 썰지도 않고 우걱우걱 먹어버리기를 일곱 번. 굵은 깁밥 일곱 줄을 둘이서 먹으니 배가 불렀다. 아~ 다 귀찮다. 김밥 말던 자리에 누워버렸다.

 

@ 파란꼬리 作

 

저녁에 먹을 김밥 도시락 싸기 귀찮아서 남은 재료 냉장고에 넣고 둘 다 낮잠 자세를 취했다. 잠은 오는데 배불러서 잠이 잘 들지 않다가 한참을 자고서는 깼다.

 

"어, 저녁이 다 됐네."

"ㅡㅡa"

 

냉장고에서 재료 꺼내서 다시 김밥을 말았다. 점심 때처럼 앉은 자리에서 썰지도 않고 우걱우걱. 파란 하늘을 보니 나갔으면 무지 더운 하루를 보냈을 것 갔다. 이 더위에 나들이는 무슨...

 

'겔뱅 부부'의 나들이는 이렇게 무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