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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와 동백림

 

'동백림'. 지난 1월 26일 국가정보원 진상규명위원회가, '동백림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간첩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이 1967년 6.8 부정 총선 규탄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간첩죄와 간첩미수죄로 기소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200여 명이나 연루된 이 조작 사건은 40년이나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하지도 않은 짓으로 감옥엘 가고, 돌아가고픈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에 서려서 살았을까. 끔찍한 조작사건이다. 이런 국가의 폭력은 이제 없어졌을까? 버전을 바꾼 국가의 폭력은 새만금이나 대추리에서 지속된다.

 

 

갑자기 '동백림 사건'이 궁금해졌는데 전혀 엉뚱한 이유 때문이었다. 3월 16일 해질녘 강진 백련사의 동랙림을 갔었다. '동백림 사건'의 '동백림'은 '東伯林'으로 동베를린을 말한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冬栢林'으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할 무렵 피는 동백꽃나무의 숲이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천연기념물 151호이다. 문화재청은 강진 백련사의 동백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등의 따뜻한 지방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이나 섬에서 자란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강진에 있는 백련사 부근에 있는데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이밖에 굴참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등도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동백나무의 높이는 평균 7m쯤 되고,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매우 아름다워 이 지역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동백림의 유래에 관하여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다산 초당이 가까이 있고, 이곳에서 다도(茶道)연구를 했던 것으로 미루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우리나라의 난온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동백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적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 좌측은 백련사 동백림의 동백꽃. 해가 질 무렵이라 어둡게, 이쁘지 않게 찍혔다. 오른쪽 동백꽃은, 동행한 W씨가 여수에서 찍은 사진이다.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 온통 동백나무였다. 동백꽃이 만발했다면 그만한 광경도 없었을 터이나, 방문한 날 며칠 전에 꽃샘추위가 있어서였는지, 꽃은 만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찍 핀 꽃들은 봉오리 통째로 떨어져 있었다. 위의 사진보다 좀 더 이쁘다고 생각하고 짙은 녹색 잎 사이에서 붉은 동백꽃이 만발한 상상을 해 보시라. 아쉬웠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보지 못한다. 꽃 구경은 타이밍이다.

 

 

@ 이게 다 동백나무인데 이렇게 전체를 보니 동백꽃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길을 조금 오르면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 바로 앞에서 800m만 걸으면 다산초당으로 갈 수 있다. 같은 만덕산 속에 약간 떨어져서 있는 백련사와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지난 여름에 갔었고 해가 다 져가니 생략하고 백련사 구경이나 해볼까.

 

@ 동백림을 막 벗어나 백련사 초입에서 바라본 백련사.

 

저 뒤에 기와가 약간 보이는 건물이 백련사의 대웅전이다. 통일신라 문성왕 1년(839)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 시대 목조건축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 대웅전 앞 마당 전체를 자갈로 깔아 놓았는데 비가 와도 질퍽이지 않아 좋을 듯하다. 방문객이 많으면 자갈 밟히는 소리에 절사람들은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위의 사진에서 대웅전 앞에 보이는 곳을 잘 보면 중앙에서 한 칸 오른쪽에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일 것이다. 그 문으로 강진의 뜰과 강진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백련사 방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듯하다.

 

@ 바로 앞이 동백림. 정말 울창하다. 들과 저수지(만덕호)가 보인다. 그 위에 강진만. 그 너머도 강진땅.

 

백련사에서 마주보는 바다너머 땅이 강진군 대구면이다. 그곳에 청자 도요지가 있다. 강진의 모양은, 강진땅 가운데를 바다가 파고 든 모양인데, 이곳 만을 둘러싼 곳은, 청자가마터가 188기이고 현존하는 한국 청자 가마터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국보급 청자의 80% 이상이 여기서 출토된 것이란다. 요즘 강진군이 이 테마로 관광부흥을 노리는 듯하다.

 

 

이 동네의 진짜 관광은 백련사와 다산초당, 그리고 그 주변의 동백림과 숲을 산책하며 누리를 여유일 것이다. 다산초당도 작고 아담하지만 그곳에는 정자가 있어서 백련사에 못지 않은 광경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여름에도 그랬지만 이 동네 올 때마다 약간의 안개로 깨끗하고 상쾌한 구경은 못했다. 다음 기회가 또 오긴 하겠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남도를 가로지는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강진읍내 진입로에서 해남방면으로 18번 국도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백련사와 다산초당 팻말을 찾을 수 있다. 좁은 왕복2차로로 살짝 달리면 백련사가 먼저 나오고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던지 둘은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