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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이유

 

ScanPlease님의 [치환] 에 관련된 글.

 

"성폭력이-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자본주의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

 

이 주장은 ScanPlease님이 얘기했듯이 '치환'이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사라지게" 하지요. "그래서 가만히 보고만 있"기가 무척이나 힘듭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발끈하면,

 

"히한하게도 성폭력의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이겠거니하는 태도는 참 어처구니없는 수순이었다"

 

라고 하면서 마치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면 피가 꺼꾸로 돕니다. 첫 명제는 논리적으로 피해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의미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데 이제 와서 가해자를 두둔하지 않는다는 건 뭐냐구요. 이 바닥에서는 한 마디씩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러면 "지긋지긋한 패거리 습성들"이라며 '조폭'까지 운운합니다. 자기는 '다구리' 당한다고 억울해 하는 것 같은데 수많은 성폭력의 피해자들과 그 폭력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다구리' 당하는 건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다구리'도 다 '자본주의에 저질러지는 것'이니 원망 말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본주의한테 가서 따질 것이지 말걸기더러 사과하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요.

 

 

그런데... 사건이나 문제를 왜곡하거나 회피하는 말에 일일이 진지하게 대응하면 나아지는 게 있나요? 매번 확인하지만, '그런 주장은 사건이나 문제를 왜곡한다'는 걸 납득도 못시킨 채 지쳐버리지요. 상처는 피해자나 피해자를 옹호하는 편에게 남습니다.

 

그래서 ①싸울 데 가서 싸우거나, ②(싸움에 별 지장이 없다면) 조롱이나 하자는 겁니다. 물론, 피해자나 그 사건 때문에 고심하는 이들에게 '공감'하기도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싸움은 어떻게? 사실 싸움의 방법보다는 싸우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입장의 차이로 갈등이 생기면 양자(다자)가 호혜적 태도로 조율을 하기도 합니다. 갈등이 커지면 논쟁과 같은 싸움이 생기기도 하고 더 커지면 실력행사와 같은 싸움의 기법도 동원됩니다. 갈등이 커져 싸움을 할 때는 둘 중 하나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⑴ 어쨌거나 입장을 합의-도출해야만 한다.

⑵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지 않을 게 뻔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갈등이 바람직한 합의(여기서 '합의'라 함은 '완승'을 포함하지 않는 게 아닙죠)로 마무리 되는 게 제일 좋지만 나중을 위해 합의를 회피하는 싸움을 해야 할 때도 있지요. 그럴 때는 힘을 얻기 위한 싸움이 되어야 합니다. 지켜보는 이들을 고려해야겠지요.

 

그런데, ⑴도 ⑵도 이유가 될 수 없거나 필요 없는 상황이라면 싸움이 허무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조롱이나 하자는 것이지요. 조롱은 큰 공을 들이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조롱을 너무 남발하면 격이 떨어지겠지만 설득할 수 없는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지요. 게다가 자신의 격이 떨어지는 게 두렵지 않다면 '신나게' 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리 공을 들여도 감정은커녕 논리도 전달이 되지 않는 싸움, 논쟁, 언쟁은 이제 고만합시다. 힘들기만 하잖아요. 차라리 조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