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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아주 작은 문제 하나라도 대충 타협 안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완전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하면서 살 수는,
도대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아니겠는가
"어떻게 세상을 너 좋은데로만 살어."
너무 황당하게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딱,, 한명있다.
그 분은 자기 좋은 대로 사는게, 옳고 좋은 인생이다.
그리고 그 분이 좋아하는건,
하필, 이 시대의 무엇과도 맞지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의 지역음악(우리가 흔히 국악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무척 좋아하신다.
판소리와 민요도 좋아하시지만 젤루 좋아하는 건 시조다. 정말 가망없음이시다.
속되게 말하자면, 판소리나 민요는 잘팔린다. 어디 강사라도 나가고 가르치기라도 하면 얼추 돈이 되지만. 이 놈의 시조는 돈이 안된다. 그래도 그 분은 시조만 한다.
그걸 좋아하고 그게 옳다고 까지 생각하시는 양반. 지질이 가난하시다. 정말 똥꾸멍 찢어지게 가난하시다.
또 그분은 일부일처제를 지독하게 싫어하신다.
결혼은 했지만, 결혼제도 안에서 아내나 어머니답게 살지 않았다.
어렸을 때 '멋모르고' 결혼한 것을 유치하게 생각하시고 창피해하시는 그 양반.
결국은 딴남자 꽤차고 아이들도 주렁주렁 낳아버렸다.
그리고 현재도 계속 연애질 중이시다.
그래서 그 분은 한국사회 인간관계의 최후보루인 가족들한테까지 외면당했다.
모진년, 화냥년, 미친년 소리 들으면서 말이다.
그 분을 낳은 생모조차 더러운 여자라고 가까이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 분은 이게 좋단다. 옳다고까지 생각하시는 그 양반,
지질이 고독하시다. 친구도 더럽게 없다. 오죽하면 나같은 백수나 붙잡고 놀고 싶어하실까.
게다가 그 분은 술먹고 사람만나고 예술하시는거 좋아하신다.
한국 지역음악뿐만이 아니라, 고전적이고 현대적인 몸짓도 좋아라 하셔서
소시적에는 홍신자따라 어디 갔다 오고 무용치료한답시로 물건너 외국도 갔다오고 허신 양반. 누가 들으면 어데 교수자리라도 꿰찰듯한 이력이지만 또 하필 그 양반이 제일 싫어하는게 선생질이다. 학교시스템이 감옥인데 간수노릇하시싫다나, 뭐라나.
"그럼 뭐하고 먹고 살라 그러슈?" 답답해서 한 소리했더니
그양반이 나한테 그런다
"정 배고프면 아쉰대로 하겠지, 제일 허기 싫은걸루 하하하"
여자나이 50넘으면 할 수 있는게 없다. 정녕 없다. 일자리 없다.
그나마 목소리가 좀 고와서, 폰섹스자리를 어떻게 운좋게 얻어서 하더니
한 두달 썩을 놈들 배설물들을 다 받아주다가 - 그 양반은 전화건놈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시기에만 관심같은 놈들이, 인생이며 예술이며 섹스 그 자체에 대한 성찰 그런거에 신경이나 쓰겠냔 말이다! 그런데도 그 양반은 이야기한 내용을 다 받아적더라. 나중에 내게 그걸 읽어주었는데, 정말 박장대소했다!!!! - 한 두달 허더니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한다.
아..지금 그 양반은 고문받는 중이시다.
세상 제일 싫은 선생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분 성정에 꼬박꼬박 시간지켜서 국영수가르칠리 만무하다.
거의 모든 수업은 임의대로 한국지역음악과 연극, 기타 예술로 대체!
그러니 항상 얼마안가 짤리고
정말이지 그 분과 딸들이 먹고 살 돈도 모자랄 지경
그래도 신기한게 술마실 돈은 어디서 나온다. 덕분에 나도 가끔 호강도 하고..ㅋㅋ
항상 씩씩하던 그양반이
몇 년전부터는 욕만한다.
"씨발놈의 세상,환생하기도 싫다!퉷!"
내 속으로 그랬다.
'혹시 알어, 다음 생에는 좀 나아질지...'
대부분은 자랑스럽지만
가끔은 그 양반을 보면 눈물이 난다.
대한이라 그런가.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까 괜히 궁상맞아지고, 그 양반 생각이 사무치네.
일요일이나 그즘해서 술한잔 걸쳐야 겠다. 그양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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