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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2/29
    아내와의 소통(1)
    무탄트
  2. 2006/12/28
    이른 귀가
    무탄트

아내와의 소통

아침 출근길, 경상에 놓여있는 공책을 펼쳤습니다. 표지에 ‘대화’라고 씌여있는 공책. 12월 28일. 아내의 글이 있었지요. 하루동안 내게 느꼈던 서운함과 감사함이 적혀 있었습니다. 참 따뜻했더랬지요. 그대로 눌러앉아 아내의 글 바로 아래에 몇 자 적었습니다.

요 며칠전부터 시작된 나와 아내와의 대화방법입니다. 소통의 한 방식인 셈이지요.

곰곰 돌아보니 아내와 인연맺은 게 지난 1993년, 후년이 되면 결혼 10주년이니 결코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누구나 으레 다 그러하듯 연애와 결혼 초기의 애틋한 신뢰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마모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부부싸움도 하게 되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아옹다옹 뒤엉킨 삶을 살기 마련이지요. 헌데 살아오면서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두고 아내와 난 어느정도의 막힘없는 소통을 하고 있는지, 참 어려운 화두였습니다.

지난 휴일 아내에게 공책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칭찬하고 싶은 것, 감사하고 싶은 것, 서운한 것, 불만인 것, 고쳤으면 하는 것, 변했으면 하는 것, 하고 싶은 말말말...... 공책에 적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해명, 변명, 주장, 생각 등의 댓글을 적고......

아내의 마음을 보고 싶었습니다. 연애 초기의 가슴으로 아내를 보고 싶었습니다. 곰곰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즉자적인 반응으로서가 아니라 아내가 말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고민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아내에게 내보이기!

아침 출근길, 아기자기 고운 필체로 씌여진 아내의 글은 기쁨바이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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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귀가

어제는 이른 귀가였습니다.

요 근래 연말 핑계대면서 술독에 빠져지내는 정신없는 시절을 이야기할라치면 참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불현듯 며칠 전부터 멍한 뇌리에 스치는 것들이 줄줄 있었습니다. 스물네시간 아이랑 지내는 아내의 일상이... 불혹을 바라보는 내 삶의 모습을 성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진정한 삶의 행복과 가치의 반경을 문득... 이후 20여 년 동안 무엇을... 그 이후는 또 무엇을... 정답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그렇다고 인생이 사지선답형의 딱 부러지는 문제라면 좋겠다는 가벼운 상상을 펼쳐본 것도 아니고 간혹 복잡할 때 일기처럼 끄적이는 노트에 순간순간 마음에 새겨지는 잡다함을 훅 뿌려대는 것에 만족했지만 내게는 심상치 않은 화두였습니다. 인간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회귀본능을 자극받는가 봅니다. 어떤 이는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간혹 본적이 있지만, 무슨 말인고 하면 나, 가족, 가까이 있는 주변을 점점 더 세심히 바라보게 되더라는 겁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나누며 식사하고 텔레비전의 일일드라마를 보며 미소짓고 품에 안은 아이가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버리는 순간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새근새근 아이의 호흡소리는 내 안의 평온을 이루기에 충분한 것들입니다. 일상의 소소함이 이처럼 위대할 수 있음은 비단 나만의 깨달음일런지?

아님 나만이 잊고지낸 소중함일런지? 그것이야 어찌되었건 가장 가까이에 있음으로 해서 소외시되었던 내 안의 망각을 꼼꼼이 되살려 볼 작정입니다.

창밖에서 휘이잉 불어대는 바람의 시작은 지구 반대편 혹은 열대지방의 후끈거림일 수도 있으나 지금 내 살갗을 스침은 찬공기의 엄혹일 뿐.

2006년 7월 19일 비 갠 날 문득...이후 생긴 넓디넓은 공백 후에 채워지는 간만의 여유로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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