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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귀가

어제는 이른 귀가였습니다.

요 근래 연말 핑계대면서 술독에 빠져지내는 정신없는 시절을 이야기할라치면 참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불현듯 며칠 전부터 멍한 뇌리에 스치는 것들이 줄줄 있었습니다. 스물네시간 아이랑 지내는 아내의 일상이... 불혹을 바라보는 내 삶의 모습을 성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진정한 삶의 행복과 가치의 반경을 문득... 이후 20여 년 동안 무엇을... 그 이후는 또 무엇을... 정답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그렇다고 인생이 사지선답형의 딱 부러지는 문제라면 좋겠다는 가벼운 상상을 펼쳐본 것도 아니고 간혹 복잡할 때 일기처럼 끄적이는 노트에 순간순간 마음에 새겨지는 잡다함을 훅 뿌려대는 것에 만족했지만 내게는 심상치 않은 화두였습니다. 인간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회귀본능을 자극받는가 봅니다. 어떤 이는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간혹 본적이 있지만, 무슨 말인고 하면 나, 가족, 가까이 있는 주변을 점점 더 세심히 바라보게 되더라는 겁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나누며 식사하고 텔레비전의 일일드라마를 보며 미소짓고 품에 안은 아이가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버리는 순간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새근새근 아이의 호흡소리는 내 안의 평온을 이루기에 충분한 것들입니다. 일상의 소소함이 이처럼 위대할 수 있음은 비단 나만의 깨달음일런지?

아님 나만이 잊고지낸 소중함일런지? 그것이야 어찌되었건 가장 가까이에 있음으로 해서 소외시되었던 내 안의 망각을 꼼꼼이 되살려 볼 작정입니다.

창밖에서 휘이잉 불어대는 바람의 시작은 지구 반대편 혹은 열대지방의 후끈거림일 수도 있으나 지금 내 살갗을 스침은 찬공기의 엄혹일 뿐.

2006년 7월 19일 비 갠 날 문득...이후 생긴 넓디넓은 공백 후에 채워지는 간만의 여유로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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