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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드러나는 세계는 예전과 별다름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고 자연은 그들대로 의연한 듯 했습니다. 은식형도 정우형도 종덕형도 용석형도 어머니들도 상용도..., 그 자리에들 있었습니다.
상용이가 차려주는 맛난 저녁을 마치고 초승달 아래로 은식형과 살금갯벌로 향했습니다. 짱뚱어가 우뚝 서 있었고 갯벌바닥의 감촉은 딱딱했습니다. 난생 처음 은식형의 통곡을 들었고 그렇게 밤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다음날 카메라를 짊어지고 갯벌에 들어 섰습니다. 채 두 달도 되지않아 갯벌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갯골은 메워지고 채워져 하얀 염기의 흔적만이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한시간 가량 걸어걸어도 발바닥 아래 갯벌은 발가락 사이 부드러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갯일 나가는 경운기는 먼지 풀풀 풀어제키며 바다를 향할 뿐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자동차가 갯벌 위를 질주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부르릉”에 엉킨 먼지는 우리 시대가 낳고 있는 비극의 질주인 듯 했습니다. 작년 여름 갯일 나간 경운기에서 30분가량 누워있다가 눈 부스스 뜨면서 사방팔방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게들과 갯벌생명체들의 살아 생동거림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움직임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살며시 뻘에 발 내려놓을라치면 주변 10미터는 순식간에 도미노효과처럼 조용해 졌습니다. 감수성이 아주 뛰어난 친구들이었습니다. 조심조심 걸어가면 내 주위는 폭탄을 맞은 듯 잠잠하지만 10미터 원 밖의 세상은 여전히 그 친구들의 일터일 뿐입니다. 지금은 황폐의 경계선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조금씩조금씩 바다를 향해 움직일 뿐입니다. 맨발로 돌아 나왔습니다. 그레 한쪽에서는 정우형 은식형 상용이가 작년에 짓다 만 화장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샤워실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레 앞 텃밭에는 옥수수와 콩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갯일 나갔던 경운기가 딸딸딸 소리내며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레 앞 나무의자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슬픔과 아픔, 절망이 가득한 일상을 그래도 우리 모두가 살아낼 수 있는 건 “새만금 방조제는 곧 허물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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