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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저녁 6시무렵 퇴근시간이 되면 배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 반응은 곧바로 뇌로 전달된다. 밥이 아니라 술,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코올중독 초기증상이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하지만 그 걱정으로 인해 스트레스증후군은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고?-기억상, 슬픔과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퍼부은 기억이 딱히 기억되지 않기 때문. 술은 내게 언제나 에너지의 창조였다.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누구는 내게 말했다. 조선시대 선비 가라사대 척했겠지만 한량의 테두리는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맞는 말이다. 그 누구는 계화도의 정우형이다. 요즘은 막걸리가 나를 희롱한다. 술이 나를 희롱한다. 그래서일까? 내부의 목소리는 가끔 술을 놓아버리라고 한다. 그 울림은 희롱의 정도가 지나친 것에 대한 반작용의 수위를 넘어서는 진지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진지해지고 있다. 술을 놓아야 되겠다는 진지함. 술 마시는 오래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놓기는 힘들 듯 하다. 술 자체도 좋지만 술과 내 육신과 영혼, 나와 술과 사람들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은 힘듦을 더 힘들게 한다. 대안도 생각 안해 본 것이 아니다. 희롱당하는 횟수를 줄인다든가 술 대신 차를 마신다든가 술 종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든가, 여하튼 대안이 어찌 없겠는가. 문제는 내부의 목소리에 따라 손과 발이 움직이고 몸이 꿈쩍해야 하는 일일진대. 화면 우측 하단에 4:27의 숫자가 떠 있다. 배는 반응을 보이기 위해 준비운동 중인가 보다.
문득 어제의 술자리가 스친다. 별음자리표 형, 짱돌, 아나키스트 부부, 그리고 깊은 소개를 나누지 않았던 아나키스트 부부의 후배. 인사동의 막걸리와 삼합.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 때’-사장님은 인심좋은 대머리 형님이시다. 짱돌과 한 주전자 비우고 다른 분들이 들어오고 열한시 넘어까지 몇 주전자가 비워졌다. 그리고 신촌지하철역 근처의 맥주집에서 한잔 더. 별음자리표 형과 조직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직은 위대한 정신으로 출발하지만 결국 또 다른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그 울타리는 위대한 정신을 고립시키기도 하고 열린 소통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일반적이지만 한편 보잘것 없는 경험주의적 예시를 들먹거리면서.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건 힘이고 연대지만 한편...? 인간의 역할을 이야기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간과 조직 그리고 변화 그리고 변화의 방향. 그러고보니 나는 언젠가부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듯 하다. 희망한다. 자유. 희망한다. 열린지평. 자유와 열린지평은 나의 한편, 속박과 닫힌세계의 또다른 한편이다. 이 난제를 위해 오늘도 주님을 섬겨야 하는 것일까?
6시가 되기도 전 이미 배의 반응은 뇌로 전달되었나보다. 밥이 아닌 술.
(짱돌은 만능활동가이고 별음자리표는 자칭 길거리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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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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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분 꿀꿀하게 취기가 올랐다.술이 고프다는 건 사람이 그립다거나, 외롭다는 거나, 어쩔수 없는 삶의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알콩중독은 궁색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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