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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기도

 

 

2010년 8월 1일 향린 김정태


 

몇 해 전 다른 교회들을 알고 싶어 몇몇 교회들을 방분해 보았다. 농촌교회도 방문을 해 보았으면 하고 점찍어 놓은 교회가 용진교회이다. 어찌하다보니 교동도의 한 농촌교회로 가게 되었다. 그러기에 이번 기도를 계기로 용진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우선 도시를 떠나 시골(교회)로 가면 여유로움이 마음에 든다. 주위 환경도 한적하고 고요하며 예배당도 크지 않고 아담하다. 예배실도 도시같이 비좁지 않고 여유로워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교인들은 일찍 와서 찬송을 부르며 예배 준비를 하고 계신다. 소박한 기도와 말씀이 가슴에 파고들어 지식 가득한 설교와 달리 조용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예배드리는 교인수가 100 명이 좀 못 미치는 듯한데  특이한 모습은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의 날을 준비하려면 시련과 고난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설교하신다. 모세의 10가지 재앙 중에서 첫 재앙이 물을 피로 변하게 하는 재앙이었다. 그 후 개구리 재앙, 파리재앙, 메뚜기 재앙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빛이 없는 흑암의 세상이고 오고, 처음 난 생명들은 다 죽어가는 재앙에 까지 이른다.


 

물을 함부로 다스리면 그 후에 줄줄이 무서운 재앙들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성서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데 하느님을 믿는다는 대통령은 왜 모르고 계실까? 성령께서 역사하시어 하루빨리 깨닫게 되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드린다.


 

3시에 용진교회 목사님 장노님, 전일 기도 자와 함께 교대 예배를 드린다. 어제 기도하신 이병일 목사께서 안식년을 맞아 성지순례를 다녀오셨다고 한다. 그 곳에도 고린도 운하가 있었다고 한다. 이운하는 항해거리를 많이 단축시켜 주는 운하여서 필요성이 있겠다한다. 그러지만 현재 이 운하도 큰 배가 다닐 수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운하가 없고 요즈음 같이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동이 쉽지 않으니 지역(마을) 사람들 끼리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협동해서 생산하여 살았을 것이다. 또 공동체문화를 이루면서 살았을 것 같다. 이러면 오늘같이 굳이 유기농 지역농산물 신토불이를 외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또한 공동체성회복이라는 말을 되뇌지 않아도 작은 단위로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라 본다.


 

기도처에 올라와 사방을 둘러본다. 씽씽 소리를 내며 달리는 차량도 날이 저물어가며 줄어들고 조용해지는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가 크게 들린다. 강바람을 타고 물비린내도 전해오고, 강 건너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드리운다. 어두움 속에서도 개미들은 쉬지 않고 거미줄을 내품어 집을 짓고 있다.


 

이곳 팔당 유기농단지는 10년 전에 몇 차례 강남향린 주민 한빛 향린교회 청장년들이 연대모임을 하면서 농활을 왔던 곳이다. 그 후 왕래가 드물다가 지난해 기도처 강 건너 마을에 텃밭농사를 하고, 지난해부터 4대강사업 반대로 몇 번째 오게 되었다. 오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이 지역과 더 친근해지고 소식이 궁금해진다.


 

이번 주간에도 이 지역에서 머물게 된다. 팔당농민들과 함께 하면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생태적인 생활을 해보자고 ‘팔당에코토피아’가 진행된다. 반 자본 비 문명을 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 일간이라도 이를 배제(최소화)하면서 지내보고자 하는 캠프인데,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시작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새만금이 그랬고, 대추리, 용산이 그랬다. 한번가고 두 번가고 가다보면 그리워지고, 정이 들면서 노래가사 같이 자꾸만 가고 싶고 보고 싶어진다. 어릴 적 고향을 되찾은 느낌도 드는 것 같다.


 

그렇다. 우리가 이웃사랑이니 민중과 함께 라고 외치고 살고 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연민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되고, 연대의식과 동지의식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러기에 신앙은 구체적이고, 이웃과 함께 하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껏 정의 평화를 말해왔다. 이제는 이와 더불어 생명을 외쳐야 할 시대가 된 것 같다. 4대강사업을 통하여 생명의 신앙을 깨닫게 됨을 감사하기도 한다. 이제 생명살림은 신앙의 가장 큰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많은 이 땅의 문제들이 정치적인 것만이 아니고, 우리 개인들의 탐욕이 합쳐져서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도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우리 속에 똬리 틀고 있는 맘몬을 중시하는 탐욕의 사고방식을 깨트려야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만드시고 ‘참 좋았더라' 라고 하신 처음의 세상으로 되돌아가게 되리라 믿는다.


 

 

시작기도


 

하늘과 땅 생명과 만물을 만드시고 참 좋았더라. 라고 하신 하느님.

지금 우리는 물길을 되돌리고 막아서 강을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세상을 만드시고 좋아하신 하느님의 창조질서의 세계를 다 알지 못 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깨닫게 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파헤쳐가는 강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서 신음하면서 죽어가는 소리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 농민형제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습니다. 물길을 거스르고 파괴되어 가고 있는 자연을 보면서 하느님께 간구하고자 이렇게 머리 숙였습니다.


 

하느님. 우리는 이 일이 이명박 정부의 어리석음에 통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속의 탐욕이 보태어져서 빗어진 모습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을 믿고 있다는 대통령이 이 사실을 깨달아서 이 일을 멈출 수 있도록 성령께서 역사해 주시기를 빕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탐욕으로부터 벗어나 개발과 맘몬의 세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이 사업을 멈출 수 있게 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오랫동안 가꾸어온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게 된 이곳 팔당 농민들과 함께하고 계시는 하느님 비록 하루하루 힘든 나날이지만, 오늘의 고난이 지난 후 끝내는 승리의 희망을 맛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옵소서. 더운 여름날에도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지치지 않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힘과 용기 지혜를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특히 이 싸움의 가운데 서 있는 용진교회와 성도들 모두에게 힘과 능력을 주셔서 끝내는 팔당의 유기농업을 보존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킬 수 있을 것을 믿습니다.


 

저희는 하루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기도하고 돌아갑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이제껏 듣지 못했던 생명의 소리를 듣고, 하느님의 음성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먼저 기도드린 이병일 목사님께도 이 후로 건강과, 앞으로 생명을 살리는 목회를 펼쳐 나가게 되기를 바라옵니다.


 

하느님 지금은 우리가 걱정하면서 힘들게 기도하며 싸우더라도 고난 뒤에 해방의 역사를 맛볼 수 있다고 알고 있고 믿고 있습니다. 이 모든 기도를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후의 소감.


 

자연에 이치에 따라 밤에는 불을 끄고 기도하고 생각하며 지내고, 낮에 밝을 때 책을 읽고 기록을 하고 지낼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도처에 불이 꺼져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불을 켜고 있었다.


 

강가 밭둑에 나무 십자가와 솟대를 세워 놓았는데, 솟대를 세운 기둥에 싹이 나있다. 생명을 이렇게 살아나려고 노력을 하는데, 함부로 생명을 죽이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다.


 

천암함이 깨졌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배의 과로사라고도 한다. 그 육중한 군용함도 두 동간이 나는데,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고 강물을 제 마음대로 하려다고 어떤 재앙이 우리 앞에 닥칠지 무섭다.


 

어제 이병일 목사님게서는 강물이 가끔은 바람에 일렁이며 거꾸러 흐르는 것 같이 보인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흐르지 않고 멈추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일지라도 보이지 않은 깊은 곳의 강물은 서서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유유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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