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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사를 어이할꼬?

요즘 몇년간 여름에 비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전의 여름 장마와 많이 다르다. 전에는 장마가 지나면 햇빛도 나고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았다. 요즈음은 한달 내내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아예 장마 예측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던가? 우리나라도 기후환경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야단이다. 대구의 사과는 옛날 이야기이고, 휴전선 부근의 사과가 맛이 있다고 한다. 동해 바다의 명태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고도 한다.

 

올해 8월과 9월에 걸쳐 내내 내린 비로 농작물의 피해가 심하다. 5년 넘게 텃밭을 해 왔는데 올해 같이 비가 많이 와서 피해를 보고 낙담되는 해는 처음이다. 이전 해에는 장마가 지나면 그래도 다시 회생되어 그런대로 농사가 되었다. 올해에는 태풍으로 수수와 해바라기는 다 넘어져 하나도 건지지 못하였다. 결명자와 야콘 같이 키가 큰 작물은 바람에 쓰러졌다. 가을 감자 농사가 어렵기는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면서 감자를 심어 보았다. 더운 여름에 씨감자를 직파도 하고 모종도 내어 심었는데, 처음 싹이 나서 자라는듯 하더니 계속되는 비에 다 녹고 썩어 버렸다. 그 자리에 배추를 심었는데 상태가 아주 안 좋다.

 

계속 내리는 비에 8월 하순부터 보름 정도에 걸쳐 비를 맞고, 피해 가면서 밭을 만들어서 배추 모종을 심었다. 8월 마지막 주말에 비를 맞으며 저 멀리 연두농장까지 가서 토종 배추 모종을 가져다 처음 심었다. 그후 인터넷으로 모종을 사고, 모란장에 가서 모종을 사서 심었다. 처음부터 비를 맞고 어두울때 까지 심었고, 그 다음도 비를 피해 가까스로 밭을 만들어 비를 맞으며 배추를 심었다. 나중에는 전국적으로 배추모종이 모자라 모종 업자들이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 수급이 되지 않으니 기다리라 한다. 몇 십원 하던 모종이 나중에 모란장에 가니, 5배나 뛰어 300원에도 팔 물량이 없었다. 어렵사리 시원치 않은 모종을 좀 싸게 사서 심기는 했다. 처음부터 배추를 심을 요량이었으면 모종을 만들었을텐데, 모종 값도 10만원 정도 들었다.

 

이제껏 텃밭농사를 한다고 해도 날씨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는데, 올해 여름에는 날씨 정보를 수시로 확인을 하였다. 비가 안 오는 날이면 휴일이나 평일이나 밭에 나갔다. 아마 한달에 열번 가까이 가지 않았나 한다. 밭이 좀 넓기도 했지만 올해에는 정성을 많이 들였다.(이는 경작 본능상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작황이 아주 안 좋다. 이는 우리 밭의 문제만 아니라,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게시판을 통하여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밭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더러는 밭이 유실되면서 심어놓은  작물이 함께 떠 내려 가기도 했단다.

 

밭이 고지대이고 해가 잘 드는 땅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는 감수 하고 있었다. 고구마 상태를 보려고 한 고랑 캐 보아도 알이 별로 들어 있지않다. 꿩이 와서 파 먹기는 했지만 보물 찾기 하는듯 하다. 10월 17일에 어린이들이 고구마 캐러 오겠다고 하는데, 부끄럽게 생겼다.  당근도 씨를 뿌리고는 싹이 나는가 하더니, 비에 다 떠 내려가고 빈땅으로 남아 있다. 결명자와 야콘은 비에 쓰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이제 겨우 잎을 파랗게 내 보이는 배추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자라줄지는 지켜 보아야 한다. 올해 여름에 밭에 그런대로 정성을 들인다고 들였는데, 피해를 당하고 작황이 안 좋으니 텃밭농사에 대한 재미가 상실되고 어깨가 처진다.

 

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약간의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의 농사 상황도 이럴진데, 전업농으로 하는 농사꾼들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텃밭 농사야 좀 잘되면 좋고 못 되어도 크게 손해날 것이 없지만, 농사꾼들은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말이다. 이번 추석에 배추 한포기에 10,000원 이라고 해서 놀랐는데, 이제는 12,000원 15,500원 까지 간다고 한다. 올해 가을에 김치 담을 배추값은 얼마가 될지 참 걱정이다. 추석에는 여름비로 인한 작황과 수송의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가을에도 배추값은 장담할 수 없을것 같다. 그기에다가 4대강사업 한다고 하천 변에서 농사를 못 짓게 해서 그 생산량의 감소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블로그 방문기록을 보면 '배추피해'라는 검색으로 들어와서 글을 읽고 간 경우가 몇건 있다.

 

이제껏 기후변화 온난화 식량자급 등을 저 멀리의 문제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바로 코 앞에 닥치는 문제로 다가온다. 이제도 그랬지만 앞으로 어떤 형태로 기후변화의 현상이 우리 앞에 다가올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이 현상을  바로 바라보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우리 모두가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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