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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리를 넘어 홍천에 이르는 아름다운 마을.
징이 울린다.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밥을 들고 밥상에 둘러앉는다. 한 아이가 “이 밥상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 생명의 기운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말하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어 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해, 물, 바람, 흙, 벌레와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손길과 하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합니다. 천천히 정성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의 삶 살겠습니다.” 밥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밥을 먹는다. 해맑게 웃으면서 둘러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 아이들로 부터 공동체의 모습을 본다.
강원도 홍천에 자리한 아름다운마을 학교의 점심 식사 모습이다. 수유리에서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성장하여 상급학교를 열고, 농촌공동체를 이루려고 마을의 일부가 이곳에 왔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1991년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의 길을 가고자 하던 최철호 목사가 ‘새날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된다. 80년대 후반 한국사회의 역사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나라’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불교에서도 ‘불국정토’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을 것이다. 돈, 소비, 권력, 제국, 학벌, 부동산, 분단 이데올로기 등 우리시대의 우상을 섬기고 살아갈 수는 없었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가꾸어 나가는 공동체의 삶이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북한산 자락 수유리 마을에 모여 살면서 아름다운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마을로 이주하여 공동체의 기본 단위인 공동체방에서 함께 지내며, 기초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함께 밥 먹고, 잠자고, 공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공동으로 살게 되니 주거비와 식비가 절약되고, 옷잔치를 통하여 옷도 나누어 입게 되니 생활비 부담이 가볍다. 한 마을에 가까이 살기에 다른 집에 마실가서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함께 밥을 먹는 밥집도 차리고, 수다 떨면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찻집도 열게 되었다. 마을에는 함께 사는 가정이 20여 가정이 있고, 15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기본 공동체 중에 각자의 소득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지출하는 공동체도 있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북한산을 오르는 길에서 개울을 건너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마주이야기’라는 찻집이 있다. 오래된 집을 얻어 수리하여 예쁘게 꾸며 놓았다. 마당에는 자그마한 꽃밭이 있고, 거실에는 책과 마을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고,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으며, 벽 쪽에는 주방이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창문 쪽으로는 굵은 연통이 둘이나 길게 설치되어 있다. 요즘 적정기술에 관심이 많은데, 헌 드럼통을 이용하여 열효율이 큰 로켓난로를 스스로 제작 설치하였다.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통을 길게 설치해 놓은 것이다. 찻집을 준비할 때부터 함께한 김진숙 님이 우리를 맞아 “인드라망 홈페이지를 보니 우리와 너무 많이 비슷하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마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새로운 이들이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서유경 님도 함께해 주었다.
“공동체를 이루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보니 옆 사람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조언을 해 주면서 생활해 가니 어려움이 그렇게 커지 않다. 그러기에 공동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열린 마음을 가지면 가능하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어울리다보니 미혼의 청년들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정도가 된다.” “함께 살아가면서 결혼이나 연애와 진로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 주기도 한다.” “생활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다보니 공동체 안에서 커플이 생겨 결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혼식 뒤풀이에서는 축하공연, 신랑신부의 답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글을 나누고, 새로운 삶을 위한 포옹으로 이어진다. 돌잔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들은 물론, 이모와 삼촌들이 아이의 장래를 위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선배 엄마와 함께 자연분만도 하고 있다. 육아도 엄마들이 경험을 나누고 품앗이를 하고 있어, 아기엄마도 필요할 때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예전 마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을 마을에서 함께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대안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교육소모임이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고 나서 그 후 방과 후 학교, 주말학교, 계절학교를 열었다. 그러면서 마을에 학교가 만들어지고, 지금은 홍천에 까지 학교를 넓혀 나가고 있다.” 앞으로 고등학교도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한 마을에서 가깝게 지내다보니 나누지 못한 편함이 가득하다고 한다.
마을의 활동과 사업이 다양하다. 도서관에는 책이 있고, 풍물 축구 택견도 하며, 공방도 있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는 놀이패도 있고, 수련원에서는 생활수련과 몸 수련을 하고 있다. 청년아카데미에서는 생명 평화 역사 통일 철학 대안문명을 공부하면서, 기행과 농활을 통하여 지도력을 양성해 나가고 있다. 농생활을 위해서 홍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생태건축 모임이 있고, 농촌공동체를 향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연구 실천하는 농생활 연구소가 있다. 밖으로 생명과 평화를 향한 여러 사회운동들과 연대하며 실천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활동이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활동들이 생성되는 모습을 보면 움직이는 생명체 같아 보인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도 때에 맞추어 마련되고 있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 거대 담론이나 커다란 구호는 많은데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구체적인 삶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일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마을은 수유리를 넘어 홍천에 이르기 까지 확장되고 있다. 터전을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고생한 끝에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넓은 주택 건물에 식당과 생활관을 갖추고, 새로 지은 서당이 있어 학교로서 손색이 없다. 동산 아래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마당과, 농사할 수 있는 밭도 있어 학교로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초등 고학년과 중등학생 20여 명이 공부하고 있는데, 비슷한 수의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고, 밥 먹고, 잠자며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 중에는 공동체 밖의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교육에 필요한 공간을 확충해 나가면서 먼저 생태뒷간을 만들고, 서당을 건축하면서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박영호 선생님과 구자욱 선생님이 말해 준다.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지었다. 뒷간은 생태적으로 만들어 오줌은 통에 받아 두고, 똥은 톱밥을 뿌려 두었다가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뒷간 옆 퇴비장에는 똥과 오줌통이 가득하게 쌓여있다. “서당은 목조로 지으면서 구둘을 놓아 난방을 하여,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밭에서 농사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지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땅 속의 지렁이와 미생물을 비롯하여 자연이 어우러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나가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전에 서당에 가서 공부도 하고, 악기를 배우는 등 스스로 각자의 재능을 살려 나가고 있다.”
“학교와 함께 농촌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수유리에 살던 공동체 식구들이 이곳에 이주해와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사용하고, 수유리 마을에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농사를 더 늘려 나가려고 하고 있다.” “농사뿐만 아니라, 재능에 따라 지역의 다문화 가정을 도우고, 지역의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하다.” 이곳에 함께 와서 농사하고 있는 조시형 님은 논과 밭을 얻어서 농사를 하는데 도시텃밭의 경험을 살려 제대로 농사를 해보겠다고 말한다.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요가 택견 등산 풍욕을 하면서 지내니 몸이 튼튼해지고 아프지도 않다. 사람의 몸은 자연치유력이 있기에 자연의학을 공부하면서 감기 정도는 겨자찜질로도 이겨낼 수 있다.” 마을의 모든 일에서 인공적인 것을 지양하고 ‘자연과 함께’ ‘마을과 함께’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이 곳곳에 스며있다.
아름다운마을/ www.maeul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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