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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사니?

지난 일요일 일이다.

모임이 있어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나갔다.

예상보다 조금 길어진 회의.....남편의 문자가 도착한다. "언제와요?"

바쁜 지난 한후 나는 일에 치여 허덕대고 있는 시간동안 남편은 아이와 함께했다.

새벽에 일찍 나가는 남편은 늘 잠이 부족한 상태.....내가 출근하는 3일은 그렇다쳐도 나머지 날까지

아이를 보느라 낮에 잠을 못자면 좀 힘들어한다.

아이 낳고서 그나마 많이 익숙해지긴 했어도 내가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편 얼굴도 덩달아 헬쓱해진다.

 

그.런.데

회의가 끝날 무렵, 여러가지 이유로 뒤풀이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두 정말 오랜만에 뒤풀이를 가고 싶었다.

"아, 나두 뒤풀이 가서 술 한번 찐하게 먹고싶다. 정말..."

그러자 곁에서 그 말을 들은 한 언니가 바로 하는 말

"왜 그러고 살아요? 아무리 그래도 한달에 몇번은 술도 마시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지. 그러고 어떻게 힘들어서 살아?"

 

저녁이라도 잠깐 먹고가라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종종걸음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그 언니가 했던 말 "왜 그러고 살아요?"란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거지?

 

임신과 출산, 육아 근 2년동안 맘놓고 사람들과 어울려 술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물론 그 상황을 이해하는 가까운 사람들은 주로 우리집에 와서 밤새 놀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예전처럼 질펀하게, 모든것을 잊고 놀 수는 없단 말이지)

사람들과 저녁약속조차 잡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회의나 모임이 길어져 귀가시간이 늦춰지면 마음이 바빠지고, 종종거리며 집으로 향해야한다.

지금보다 태수가 젖을 자주 먹을 때는 밖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이유식을 하는 요즘은 그 시간을 많이 벌어지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아이아빠와 교대로 아이를 돌보다 보니 예전 슈아님 표현대로 어느시간이 되면 땡하고 돌아가야하는

신데렐라 처지다.

그 좋아하던 등산도, 여행도 잠시 보류상태....

 

집에 거의 가까워 올 무렵,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디에요?"

묻는 남편의 목소리도 좀 화가 나있는 듯 하지만 그 배경으로 들리는 태수의 큰 울음소리....

다른 때 같으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며 애를 태웠을 것 같은데

오늘은 좀 화가 났다. 남편의 화도 이해가 되고, 아이의 울음은 마음 아프지만

나름 뒤풀이도 안하고 최선을 다해 빨리 가고 있는 나를 너무도 몰라주는구나 싶어 억울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걸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밤중수유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찌감치 끊어야한다고 많이 들었던 밤중수유였지만, 난 아직도 못끊고 있다.

처음엔 아이에게 좋을 수 있다는 말에 그랬고, 지금은 아이를 울리며 며칠간 씨름을 하는게 엄두가 안나서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저절로 원하지 않는 순간이 올것이라 기대하며.... 

아직도 새벽에 세네차례 깨서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것은 몸도 피곤하지만

나말도 다른 사람이 돌볼때 무척이나 고생을 한다는 게 문제다.

젖을 먹어야 자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재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든 일....

그래서 밤새 일할 때 사무실에서 아이를 재우며 일한적도 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는 두돌 지나서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전까지 아빠 말고 돌볼 수 있는 스페어 보모^^를 구해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공동육아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아직 머리속 생각 뿐이다.

 

아이가 한살이 되어가는 동안

아이 돌보기도 처음보다 많이 수월해졌고,

아이 낳고 못하던 일들도 이제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예전처럼 할 수 없는 일도 많을 것 같다.

 

그동안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자.

매 순간 충실할 것

먼저 체념하지 말것, 해볼 수 있는데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다해볼 것.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할 것.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것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는 유령에 사로잡히지 말것.......

 

또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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