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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싶다

명절은 난감하다.

가족에 집중하라고 버젓이 법정공휴일을 삼일이나 연속으로 잡아먹고 있는.

(이것때문에 다른 공휴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식목일도 없어지고, 한글날도 없어졌다.(다시 내놔라, 이놈들.))

한 번 와그장창 깨어진 적이 있었던 가족은, 어째 세월이 지나도 그 깨어진 자국이 날로날로 선명해져 이런 명절이면, 난감하다.

 

나는, 여전히 엄마아빠 앞에서는, '그러게 누가 결혼하고 싶었댔냐고'류의 주장이지만, 명절만큼은, 내가 결혼을 했고 애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나의 결혼과 나의 아이가 수행해준 엄연한 가족 재생산의 역할 덕분에.

 

올 설에 아빠는 유난히 많은 세뱃돈을 주셨다.

태어나서 아빠로부터 이렇게 많은 세뱃돈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나 역시 아빠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싶었던 딸이었는데, 이제서야 인정을 받는가보다.

결혼을 해주었고, 손녀를 낳아주었다. 더구나 내가 어디에 시집을 갔는가. 신정을 설로 쇠는 집안에 시집을 가서 설엔 손녀를 데리고 친정엘 올 수 있는 딸이란 말이다.

 

 

인간은 역할을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택하면서 진화하였을까.

진화가 과연 앞으로 나아간 것인가, 종종 의심하지만, 나는 늘 나의 '역할' 이 내 몸에 맞지 않다고 느낀다.

역할을 몸에 맞는다, 맞지 않는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의식, 진화라면 아마 그것이 진화이겠지.

 

몹시 영화가 보고싶었다.

책을 보고 싶었고,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제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하겠구나,라는 예감이 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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