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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규민이 몇 개월 때였더라...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때 남편이 규민의 등을 긁어 준 적이 있었다.

그거 시원하잖아. 아기 규민이도 그게 좋았던거라.

그 후 규민이는 가끔 등긁어달란 청을 했었는데, 아가가 그 어려운 말을 어떻게 해.

 

그래서 규민은 이렇게 말했었다.

"등 긍"

"엄마, 등 긍." "등 긍"

 

 

또 이런 말도 했었다.

(장난스럽게 무서운 어투) "엄마는, 규민이를, 잡아, 먹겠, 다~" 하고 아가 규민이의 배를 한 입 아응.

그럼 우리 아가 아까까까, 아까까까하고 웃었다.

그 놀이가 재미있어 엄마에게 하자고 할라는데 그 어려운 말을 어떻게 해.

 

그래서 규민은 이렇게 말했었다. 앞에 줄줄 어려운 말들(엄마는, 규민이를, 잡아, 먹겠)은 죄다 생략하고 맨 끝의 말만.

"엄마, 따~"

"엄마, 따~"

 

엊그제 우리 규민이가 구사한 문장;

 

어린이집에서 염색해 가져온 차받침 천을 앞에 두고 설명

"원래는 하얀색이었는데, 초록색 물이 있었어. 그 물에 담궜다 뺐다 담궜다 뺐다 했더니 그 초록색 물의 색이 여기로 옮은거야."

 

규민아, 규민아, 그 애기는 어디로 갔어?

등 긍, 하던 애기는 어디로 갔어?

엄마 따~하던 애기는 어디로 갔어?

 

어디로 갔기인~, 그게 나야, 엄마. 내가 그렇게 큰 거야.

 

그래? 엄마는 믿어 지지 않아.

 

행복하고 평화롭게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엄마는 한 게 없는 거 같아.

너한테 화내고 짜증내고 아빠랑 싸우고.....

규민이랑 애기놀이 엄마놀이하려고 했더니 우리 규민이는 이렇게 훌쩍 커버렸네.

아쉬워, 규민아, 천천히 커. 천천히....

 

(저 그림 좀 보셔요. 우리 규민이가 그린 거에요.

옷걸이에는 스타킹과 긴양말들과 드레스가 걸려있고, 언니는 운동화 갈아신고 운동 가는 길.

고양이와 개 데리고. 고양이와 개 그린 거 보셔요. 지금의 엄마 보다 훨씬 잘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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