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빠뜨린 <인어공주> 이야기

젊은 연순의 생활.

연순은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 쯤의 여자.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가족이라면, 부모의 모습은 콧배기도 보이지 않고, 도시로 유학간 동생이 유일한 듯. 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비와 동생 학비를 버느라 생빠지게 고생하고 생활고에 지친 모습이 아니다.

돈을 버느라 여기저기 눈치 보는 곳도 없고, 일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빠져 사랑에 열중하고, 파전을 한 번 부치면 동네에 죄다 돌리고, 나그네도 몇날며칠 재워주고 먹여주고.

 

그녀의 경제력은,

1. 넉넉한 집 한 채가 있다.

신을 신고 들어가야하는 어두컴컴한 부엌(과 신을 신고 들어가야하는 어두컴컴한 화장실)이 흠이랄 수 밖에 없긴 하겠지만, 마루 양 쪽에 방 두 칸, 넓직한 앞마당이 있는 넉넉한 집.

2.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고, 물질을 하여 돈을 마련한다.

(물질하는 그녀)


(오, 쭉 뻗은 다리 봐라.)

 

집은, 아마도 그녀 부모의 부모의 부모부터 그냥 죽 살던 집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집 옆의 빈 땅에 나이가 되어 독립을 준비하며 몇 년을 걸쳐 흙을 올려 지은 집. 평당 얼마짜리가 아니라 그냥 아침에 밥 해 먹고 낮을 보내고 밤되면 몸 누이는.

 

뭔가 원초적 자연스러운 모습, 전문가랍시고 째진 오징어 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오징어 발로 그래프를 그려대고 성장률이 어쩌고 실업률이 어쩌고를 터진 입으로 질질 먹물을 흘려대며 꾸역꾸역 뱉어낼 필요, 대체 뭐 있겠는가(오징어한테는 미안하지만, 최근 읽었던 <포항>이란 단편에서 따온 은유임).

세계화란 똥물 이론이 어찌 나오겠는가.

 

학교 다닌 적 없고, 나이도 파랗게 젊은, 한 여자가 싱싱한 그 생명력 그대로, 거칠 것 없이 사는 그 모습이 환타지.

거기에 잠시 취했었다.

(물론 지금 쓰는 글의 내용에 맞기에 사진을 올리고 있긴 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전도연이 정말 예뻐. 자꾸 보고싶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