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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22
    진짜 vs 가짜(1)
    이유
  2. 2005/06/18
    옛날 이야기 1(2)
    이유

진짜 vs 가짜

동화를 읽어주면서 주춤할 때가 있다. 그냥 씌여진 대로 읽어주기엔 무언가 속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아시다시피 왜 늑대는 다짜고짜 양과 돼지와 빨간두건을 죽이려고 하고, 왜 새 왕비는 나타나자마자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하는가 말이다.

 

<백조왕자>를 요즘 읽어주고 있다.

열한명의 왕자와 막내 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새왕비가 이들을 없애려고 오빠들은 죄다 백조로 변하게 한다. 막내공주는 왕비를 피해 도망나와 쐐기풀을 뜯어다가 오빠들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줄 옷을 짓는다. 말 한 마디 하지 못 한채. 그러자 그녀를 마녀로 오인한 사람들이 불태워 죽이려는 찰나, 공주는 열 한 벌의 옷을 거의 완성하고, 마침 날라오던 백조들은 공주가 던져주는 옷을 입고 다시 사람이 된다. 공주에 대한 의심은 풀리고 다시 행복하게 산다.

 

옛날 먼 옛날 내가 이 동화를 알게 되었을때, 이상야릇 신비한 분위기에 매혹되었었던 기억이 난다. 마법을 풀려면 말을 절대 하면 안된다. 쐐기풀을 뜯어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실을 뽑아 옷을 짜야한다. 이런 부분들. 사실 이 동화의 포인트도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왕비가 냅다 왕자들을 백조로 만들어버리고 막내공주를 쫓아내는 대목, 그러니까 별로 주목할 필요도 없는 배경부분을 읽으며 주춤주춤한다. 처음엔 뭐 잘못한 일이 있어서 왕자들이 벌을 받았다고 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니, 정말이지, 동화 속에서 등장하자마자 이유도 알 수 없는 못된 짓을 하는 캐릭터는 참으로 곤란하지 않은가. 그것도 하필 엄마가.

 

규민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나 보다. 집요하게 "왜애?"하고 묻는다.

나: (참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응, 새왕비가 나쁜 사람인가봐.

규민 : (그래도 미심쩍은지) 왜애?

나: (그러게 왜 그냐.) (이런 말은 정말 하기 싫었다.) 음, 가짜엄마인가봐.

여기서 잠깐, 요즘 규민의 진짜와 가짜 개념을 살펴보면,

소꼽놀이를 하면서, 진짜/가짜란 말을 쓰게 되었다.

가짜 밥 먹기, 진짜로 밥 먹는 게 아니고 먹는 흉내만 내는 것.

여기에서 파생하여, 가짜 밥-> 진짜 밥이 아닌 것-> 가짜 생선 -> 진짜 생선이 아닌 것 -> 고로 움직이지 못함

그리하여 나의 "가짜엄마인가봐."란 말에 규민 대답 : 움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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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1

누구나 다 그렇지만, 규민도 옛날 얘기 듣기를 좋아해 자기 전엔 언제나 옛날 얘기 해달라고 조른다. 아이 수준에 맞는 짧막 이야기를 그때그때 만드느라 진을 뺐었다. (요즘은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쩍 늘어 선녀와 나뭇꾼, 잭과 콩나무를 해줘도 된다.) 규민이 열렬 좋아해 여러번 재신청을 받았던 얘기 중, 전수찬의 '문 얘기'와 '동그라미 얘기'가 있다. 도대체 왜 그토록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문 얘기 : 옛날에 옛날에(처음에 꼭 이렇게 시작해야한다. 안 그러면 빠꾸당한다.) 문이 하나 있었어. 애기가 와서, 문아 열려라, 그러는데 안 열리는 거야. 어~ 왜 안 열리지? 문아, 열려라. 애기가 아무리 말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어. 그러더니 문이 말하기를, 밥 잘 안 먹고 잠도 코 잘 안자고, 치카치카 잘 안하는 애기한테는 문 안 열어줄거야. 하는거야. 그래서 애기는 집에 가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떼도 안 부리고, 치카치카도 잘 하고 다시 와서 문아, 열려라, 했더니, 이번에는 문이 스르륵 열리더래. 끝. (이런 시덥잖은 교육용 이야기라니.. 그래도 규민은 번번히 '문 얘기 해줘'하고 졸랐다.)

 

동그라미 얘기 : (당시 규민이 돼지 얼굴을 그리기 위해 동그라미 그리기를 열심히 연습하면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에 관심이 많았었다.) 옛날에 옛날에 동그라미가 있었어. 그런데, 동그라미가 막 굴러가다가 탁 넘어져서 한 쪽 귀퉁이가 떨어져나가 잃어버렸어. 그래서 떼굴떼굴 굴러가지 못하는거야.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자기 한 쪽 귀퉁이를 막 찾으러 다녔어. 그러다가 세모를 만났는데, 이게 내가 잃어버린 귀퉁인가 하고 세모를 끼어봤더니 안 맞는거야. 그래서 다시 울면서 가다가 네모를 만났는데, 네모가, 동그라미야, 내가 도와줄께, 해서 껴봤는데도 떼굴떼굴 굴러갈 수가 없었어. 어떡하지,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저 쪽에 뭐가 있는거야. 가봤더니 바로 그 귀퉁이였어. 그래서 너무 반가워서 철썩 끼우고 또 떼굴떼굴 굴러갔대. 끝.

 

(지금은 이렇게 동그라미를 제법 잘 그린다. 며칠 전 그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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