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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vs 가짜

동화를 읽어주면서 주춤할 때가 있다. 그냥 씌여진 대로 읽어주기엔 무언가 속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아시다시피 왜 늑대는 다짜고짜 양과 돼지와 빨간두건을 죽이려고 하고, 왜 새 왕비는 나타나자마자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하는가 말이다.

 

<백조왕자>를 요즘 읽어주고 있다.

열한명의 왕자와 막내 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새왕비가 이들을 없애려고 오빠들은 죄다 백조로 변하게 한다. 막내공주는 왕비를 피해 도망나와 쐐기풀을 뜯어다가 오빠들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줄 옷을 짓는다. 말 한 마디 하지 못 한채. 그러자 그녀를 마녀로 오인한 사람들이 불태워 죽이려는 찰나, 공주는 열 한 벌의 옷을 거의 완성하고, 마침 날라오던 백조들은 공주가 던져주는 옷을 입고 다시 사람이 된다. 공주에 대한 의심은 풀리고 다시 행복하게 산다.

 

옛날 먼 옛날 내가 이 동화를 알게 되었을때, 이상야릇 신비한 분위기에 매혹되었었던 기억이 난다. 마법을 풀려면 말을 절대 하면 안된다. 쐐기풀을 뜯어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실을 뽑아 옷을 짜야한다. 이런 부분들. 사실 이 동화의 포인트도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왕비가 냅다 왕자들을 백조로 만들어버리고 막내공주를 쫓아내는 대목, 그러니까 별로 주목할 필요도 없는 배경부분을 읽으며 주춤주춤한다. 처음엔 뭐 잘못한 일이 있어서 왕자들이 벌을 받았다고 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니, 정말이지, 동화 속에서 등장하자마자 이유도 알 수 없는 못된 짓을 하는 캐릭터는 참으로 곤란하지 않은가. 그것도 하필 엄마가.

 

규민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나 보다. 집요하게 "왜애?"하고 묻는다.

나: (참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응, 새왕비가 나쁜 사람인가봐.

규민 : (그래도 미심쩍은지) 왜애?

나: (그러게 왜 그냐.) (이런 말은 정말 하기 싫었다.) 음, 가짜엄마인가봐.

여기서 잠깐, 요즘 규민의 진짜와 가짜 개념을 살펴보면,

소꼽놀이를 하면서, 진짜/가짜란 말을 쓰게 되었다.

가짜 밥 먹기, 진짜로 밥 먹는 게 아니고 먹는 흉내만 내는 것.

여기에서 파생하여, 가짜 밥-> 진짜 밥이 아닌 것-> 가짜 생선 -> 진짜 생선이 아닌 것 -> 고로 움직이지 못함

그리하여 나의 "가짜엄마인가봐."란 말에 규민 대답 : 움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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