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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1

누구나 다 그렇지만, 규민도 옛날 얘기 듣기를 좋아해 자기 전엔 언제나 옛날 얘기 해달라고 조른다. 아이 수준에 맞는 짧막 이야기를 그때그때 만드느라 진을 뺐었다. (요즘은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쩍 늘어 선녀와 나뭇꾼, 잭과 콩나무를 해줘도 된다.) 규민이 열렬 좋아해 여러번 재신청을 받았던 얘기 중, 전수찬의 '문 얘기'와 '동그라미 얘기'가 있다. 도대체 왜 그토록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문 얘기 : 옛날에 옛날에(처음에 꼭 이렇게 시작해야한다. 안 그러면 빠꾸당한다.) 문이 하나 있었어. 애기가 와서, 문아 열려라, 그러는데 안 열리는 거야. 어~ 왜 안 열리지? 문아, 열려라. 애기가 아무리 말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어. 그러더니 문이 말하기를, 밥 잘 안 먹고 잠도 코 잘 안자고, 치카치카 잘 안하는 애기한테는 문 안 열어줄거야. 하는거야. 그래서 애기는 집에 가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떼도 안 부리고, 치카치카도 잘 하고 다시 와서 문아, 열려라, 했더니, 이번에는 문이 스르륵 열리더래. 끝. (이런 시덥잖은 교육용 이야기라니.. 그래도 규민은 번번히 '문 얘기 해줘'하고 졸랐다.)

 

동그라미 얘기 : (당시 규민이 돼지 얼굴을 그리기 위해 동그라미 그리기를 열심히 연습하면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에 관심이 많았었다.) 옛날에 옛날에 동그라미가 있었어. 그런데, 동그라미가 막 굴러가다가 탁 넘어져서 한 쪽 귀퉁이가 떨어져나가 잃어버렸어. 그래서 떼굴떼굴 굴러가지 못하는거야.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자기 한 쪽 귀퉁이를 막 찾으러 다녔어. 그러다가 세모를 만났는데, 이게 내가 잃어버린 귀퉁인가 하고 세모를 끼어봤더니 안 맞는거야. 그래서 다시 울면서 가다가 네모를 만났는데, 네모가, 동그라미야, 내가 도와줄께, 해서 껴봤는데도 떼굴떼굴 굴러갈 수가 없었어. 어떡하지,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저 쪽에 뭐가 있는거야. 가봤더니 바로 그 귀퉁이였어. 그래서 너무 반가워서 철썩 끼우고 또 떼굴떼굴 굴러갔대. 끝.

 

(지금은 이렇게 동그라미를 제법 잘 그린다. 며칠 전 그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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