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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성쇠/김형기

<참여연대 ‘참여사회아카데미’ 특별기획 강좌 강의 1999. 6. 8>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성쇠 -자본주의 황금시대와 그 종언- 김 형 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1. 머리말 20세기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대표적 키워드 중의 하나를 말하라고 한다면 포디즘(Fordism)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포디즘이란 용어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의 이름과 그의 새로운 경영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적 관리의 원조인 테일러(F. Taylor)에 이어 포드는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생산방식과 경영방식을 도입하여 자본주의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포디즘은 미시적인 생산체제 수준에서 정의되기도 하고 거시적인 축적체제 수준에서 정의되기도 한다. 미시적 수준에서 사용할 때 포디즘은 과학적 관리인 테일러주의(Taylorism)에 컨베이어 시스템(conveyor system)을 결합시킨 대량생산체제(mass production system)이고, 거시적 수준에서 사용할 때 포디즘은 19세기 자본축적 방식과는 구분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결합에 기초한 축적체제(accumulation regime)이다. 나아가 포디즘은 경제, 정치, 문화를 포괄하는 사회구성체 차원에서 19세기 자본주의와 구별되는 20세기 자본주의 발전모델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포디즘을 미시적 생산체제와 거시적 축적체제를 포함하는 발전모델로서 사용한다. 그리고 20세기 자본주의의 특성을 포디즘적 발전모델로 파악한다. 포디즘적 발전모델은 포드가 T형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위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한 1913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이 확립되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이다. 자본주의는 이 포디즘적 발전모델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30년 동안 이른바 ‘황금시대’(Golden Age)를 누린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는 다름 아닌 이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위기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위기와 함께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성쇠는 바로 자본주의의 성장과 위기로 연결되었다. 따라서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의 현대자본주의의 성장과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성립과 위기 그리고 해체의 과정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 고찰 과정에서 우리는 포디즘적 발전모델이 인간의 삶의 질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서로 다른 길을 검토하고, 포디즘의 성공과 실패가 주는 교훈을 알아보고자 한다. 2. ‘발전모델’ 분석을 위한 개념들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특징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발전모델을 분석하기 위한 주요 개념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발전모델이란 개념은 주로 프랑스의 조절이론(regulation theory)에서 자본주의 유형 분석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발전양식이라고도 한다. 조절이론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위기, 그리고 자본주의의 가변성과 다양성을 해명하기 위한 몇 가지 개념들을 개발하였다.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한 조절이론의 기본개념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발전모델(development model)은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이 결합된 것을 지칭한다. 축적체제(accumulation regime)란 사회적 생산물이 소비와 투자로 배분되는 체제, 생산과 수요가 연계되고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이 연계되어 거시경제적 순환이 지속되는 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축적체제란 일정기간동안 안정된 거시경제적 규칙성을 말한다. 거시적 수준의 축적체제속에는 미시적 수준의 생산체제(production system)가 포함되어 있다. 생산체제에는 노동과정과 노사관계가 주요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자본에 의한 임노동의 착취에 기초한 축적체제는 적대성을 가지기 때문에 부단한 대립과 갈등을 야기한다. 또한 무정부적인 시장경쟁을 통한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축적체제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 조절양식(mode of regulation)은 이러한 축적체제에 규칙성을 부여하는 메카니즘의 총체를 말한다. 축적체제의 규칙성은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현된다. 조절이론에서는 제도를 기본적으로 경제주체들간의 투쟁과 경쟁을 통해 형성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제도는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계급투쟁과 자본가간의 경쟁의 산물이다. 동시에 제도는 경제주체들의 행동 즉 투쟁과 경쟁에 제약을 가한다. 제도가 부과하는 강제적 질서는 개인의 행동에 체현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들은 제도가 부과하는 질서에 따라 행동하게 되므로 축적체제는 규칙성을 가지고 유지된다. 한 사회의 관습과 규범도 제도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의 기본적 제도형태에는 임노동관계, 화폐형태, 경쟁형태, 국가형태, 국제체제에의 편입형태 등을 들 수 있다. 임노동관계는 노동력의 사용과 재생산을 규정하는 조건들을 말한다. 화폐형태는 본위제도를 포함한 화폐신용관계를 말한다. 경쟁형태는 자본간 경쟁의 존재형태와 시장구조를 말한다. 국가형태는 국가개입의 형태와 사회경제정책의 성격을 말한다. 국제체제에의 편입형태는 세계시장과의 관계 혹은 국제분업에서의 위치를 말한다. 이 제도형태들중 임노동관계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이러한 제도형태를 통한 조절에 의해 축적체제가 유지되고 자본주의가 재생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절양식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발전모델을 주도하는 사회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급 혹은 계층의 이익을 접합시키는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 여기서 주도계급을 중심으로 한 계급동맹 혹은 계층연합이 형성된다. 이와 같이 하나의 발전모델을 주도하는 사회계급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계급동맹 혹은 계층연합을 헤게모니 블록(hegemonic bloc)이라 한다. 헤게모니 블록은 지배계급의 이해와 피지배계급의 이해의 일부를 접합시킴으로서 발전모델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여 그것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축적체제는 헤게모니 블록에 참가하는 계급 혹은 계층의 이해를 보장해야 한다. 어떤 특정한 발전모델을 가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가치관 및 세계관을 사회 패러다임(societal paradigm)이라 한다. 사회 패러다임은 헤게모니 블록을 향해서 무엇이 정당한 이익인가를 가려주는 판단기준이 된다. 하나의 발전모델에는 그것에 적합한 사회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 패러다임의 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따라서 사회 패러다임은 사람들의 관습과 규범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패러다임은 제도형태와 함께 조절양식의 내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이와 같이 축적체제, 조절양식, 제도형태, 헤게모니 블록, 사회 패러다임 등의 요소들의 총체를 발전모델이라 한다. 따라서 발전모델이란 광의로 보면 경제, 정치, 문화 등을 포괄하는 사회구성체 수준의 개념이다. 협의로 보면 발전모델은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을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이제 발전모델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간의 관계를 보면 <그림 1>과 같다. 발전모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이다. 축적체제에는 경제주체들간의 투쟁과 경쟁이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제도형태는 축적체제의 구성요소임과 동시에 제약요소이다. 제도형태와 관습 및 규범은 조절양식의 내용을 구성한다. 제도형태는 경제주체들간의 투쟁 및 경쟁 그리고 사회의 관습 및 규범의 산물이다. 역으로 경제주체들의 투쟁 및 경쟁 그리고 사회의 관습 및 규범은 제도형태에 의해 제약을 받거나 영향을 받는다. 경제주체들간의 투쟁과 경쟁 속에서 특정한 헤게모니 블록이 형성된다. 헤게모니 블록은 제도형태의 형성과 경제주체들의 투쟁과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패러다임은 관습 및 규범과 제도형태의 형성에 작용한다. <그림 1> 발전모델의 구성 요소들 ??????????????? ??????????????? ?헤게모니 블록?←?????????????사회 패러다임? ??????????????? ??????????????? ? ?????????????????????????????? ? ???????????? ???????????? ???????????? ?투쟁?경쟁???→? 제도형태 ?←???관습?규범? ???????????? ???????????? ???????????? ? ????????????????????????????? ? ? ? ? ? ???????????? ???????????? ? 축적체제 ?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한편 고생산성이 고임금 지급으로 연결되고, 고임금이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하고, 대량소비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고생산성은 고이윤을 가져오고 고이윤은 고투자를 유발하여 대량생산을 지속시킨다. 다른 한편 대량소비는 고투자를 유발하고 고투자는 고생산성을 실현하여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고투자는 대량소비와 함께 직접적으로 대량생산을 뒷받침하는 총수요를 형성한다. 이와 같이 ‘고투자-고생산성-고이윤-고임금’을 통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결합되는 호순환이 이루어져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포디즘적 축적체제를 ‘내포적 축적체제’라 한다. <그림 2> 포디즘적 축적체제의 거시경제적 회로 ???????????? ???????????? ? 대량생산 ?? 고임금 ? ???????????? ???????????? 포디즘적 축적체제의 바탕에는 포디즘적 생산체제가 있다. 포디즘적 생산체제의 특징은 대량생산체제(mass production system)이다. 전용기계 중심의 기계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단일 품종 혹은 소품종의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저비용을 추구하려는 것이 대량생산체제의 생산전략이다. 포디즘적 대량생산체제에는 포디즘적 노동과정이 존재한다. 포디즘적 노동과정은 간단히 ‘테일러리즘+기계화’로 요약될 수 있다. 테일러리즘(Taylorism)은 테일러(F. Taylor)가 주창한 과학적 관리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구상과 실행의 분리, 육체노동의 단순화, 위계적 노동통제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노동과정 혹은 작업조직을 말한다. 테일러리즘의 요체는 생산을 구상하는 사람과 생산을 실행하는 사람간의 분리에 기초하여 육체노동을 단순화하고 직무를 세분화하여 상명하달의 위계적 통제를 통해 노동강도를 높임으로써 잉여가치 생산을 증대시키려는 것이다. 테일러리즘에서는 생산현장 노동자들은 노동과정에서 구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엔지니어나 경영자의 업무지시에 따라 오직 세분화된 단순반복노동을 수행할 뿐이다. 생산현장 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적 숙련이나 지식 혹은 창의성이 아니라 주어진 세분화된 직무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포디즘적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이러한 테일러리즘에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기계화가 결합되어 테일러리즘의 원리가 더 철저하게 관철된다. 중간생산물의 이전이 자동화되는 컨베이어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작업속도가 크게 증대하여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다음으로 포디즘적 조절양식을 보자. <그림 2>의 거시경제적 회로에서 고생산성과 고임금의 연계, 대량소비와 고투자를 통한 총수요의 유지 등이 축적체제의 규칙성과 안정성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이러한 포디즘적 축적체제에 규칙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안정화시키는 제도형태는 무엇인가? 포디즘의 주요 제도형태는 임노동관계 측면에서는 단체교섭제도, 최저임금제도, 사회보장제도, 화폐형태 측면에서는 관리통화제도와 소비자신용제도, 경쟁형태 측면에서는 과점적 대기업제도와 대기업의 독점적 가격설정, 국가형태 측면에서는 케인즈주의적 재정금융정책과 복지국가, 국제체제 측면에서는 IMF-GATT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등을 들 수 있다. 단체교섭제도는 고생산성을 고임금으로 전환시켜주는 제도형태이다. 노동3권의 법적 인정과 노동조합의 교섭력에 기초한 단체교섭제도는 생산성 향상이 임금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 주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임금소득을 지지해 준다. 사회보장제도는 노동자가 실업 상태에서도 소비를 가능하게 해 주어 대량소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단체교섭제도와 최저임금제도, 사회보장제도는 경기변동과 노동시장 상황이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하여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키는(혹은 안정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관리통화제도는 정부가 통화량을 조절하여 고투자와 유효수요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소비자신용제도는 대량소비를 촉발하는 작용을 하였다. 과점적 대기업에서의 대량생산과 안정적인 시장수요 및 높은 수익성이 고투자를 지속하게 하였다. 케인즈주의적 팽창적 재정금융정책과 복지국가는 지속적 성장을 위한 유효수요를 뒷받침해 주었다. 팍스 아메리카나 아래의 IMF-GATT체제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각국은 환율을 쉽게 조정하여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포디즘적 발전모델에서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을 담보한 것은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계급타협이었다. 우선 기업수준에서는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측이 테일러리즘을 수용한 대신에 자본측이 생산성 연동 임금을 제공하는 노사타협이 이루어졌다. 노동편성에서의 노동측의 양보와 임금형성에서의 자본측의 양보를 통해 노사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를 포디즘적 노사타협이라 한다. 국가수준에서는 최저임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국가의 친노동적 제도가 실시됨으로써 노동자의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헤게모니를 인정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급타협이 이루어짐으로써 포디즘의 헤게모니 블록이 형성되었다. 이 헤게모니 블록에는 발전모델을 주도하는 대 자본가를 중심으로 중소 자본가와 신중간층 그리고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가 포함되었다. 생산성 연동 임금제, 최저임금제도, 누진세제도, 실업보험제도 등이 존재하여 포디즘적 발전모델이 구축된 사회에서는 국민의 2/3정도가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포디즘의 사회는 ‘2/3사회’라 불린다.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사회 패러다임은 어떠한가? 우선 노동과정에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분리, 구상과 실행의 분리를 당연시하는 사고를 들 수 있다. 생산현장 노동자는 작업지시에 따라 단순반복노동을 숙달되게 실행하는 것만이 요구되고, 지식을 가지거나 자율성을 가져서는 안되고 가질 필요도 없다는 사고 방식이다. 이는 현장노동자에 대해 노동과정에서의 어떠한 지적 참가(intellectual involvement)도 부정하는 테일러주의적 패러다임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비가 미덕’이라는 소비주의(consumerism) 사고이다. 포디즘의 거시경제적 순환에서 필수적인 대량소비를 위한 사회적 요구가 ‘소비가 미덕’이라는 관념을 형성시킨다. ‘저축이 미덕’이라는 사고는 부적합한 낡은 사고로 치부된다. 이에 따라 절약 정신은 사라지고 향락과 사치 그리고 낭비를 부추기는 소비문화가 형성된다. 소비주의는 ‘소비자가 왕’이 되는 소비자 주권(consumer's sovereignty)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기업의 조직적인 광고를 통해 소비가 조장되어 ‘소비자가 봉’이 되는 타율적 소비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국가는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케인즈주의 관점, 국가가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복지국가의 사상을 제시한 비버리지(Beveridge)의 관점이 포디즘의 사회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디즘적 패러다임에는 포드와 케인즈와 비버리지의 사상이 혼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장지상주의는 또 다른 포디즘적 패러다임이다. 성장과 개발이 지상의 목표이고 생태계 유지와 환경보전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사회진보의 기준은 경제성장, 구매력 증대, 소비수준의 향상으로 간주된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득, 더 많은 소비’를 통한 행복 추구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쾌락주의적 생산력주의’ 모델이 포디즘적 패러다임이다. 포디즘적 패러다임이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된 것이 바로 ‘미국적 생활양식’(American way of life)이라 할 수 있다. 4. ‘포디즘’의 위기와 그 원인 포디즘은 미국에서 먼저 구축되었지만 2차대전 이후 다른 선진자본주의 국가들로 확산되어 간다. 미국이 서유럽과 일본에 기술과 자본을 이전하여 산업을 재건한 마샬 플랜(Marshall Plan)이 포디즘을 확산시킨 계기였다. 포디즘적 발전모델이 구축됨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다.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거시경제적 성과는 어떠한가? <표 1>에서 1870년이후 OECD 국가들의 경제성장 관련 지표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1인당 국내총생산, 1인 1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 고정자본 스톡 모두 1950-1973년 사이에 그 전후의 다른 시기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포디즘적 발전모델이 구축된 이후 약 30년간(1945-1974) 선진자본주의는 고도성장을 달성한다. 이에 따라 ‘고성장-완전고용-고복지’, ‘고생산성-고임금’으로 특징지워지는 자본주의의 황금시대가 도래한다. <표 1>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성장 관련 지표 연평균 성장률: % ????????????????????????????????????????????????????????????????????????????????????? 시 기 GDP 1인당 GDP 1인 1노동시간당 고정자본 스톡 GDP ????????????????????????????????????????????????????????????????????????????????????? 1870-1913 2.5 1.4 1.6 2.9 1913-1950 1.9 1.2 1.8 1.7 1950-1973 4.9 3.8 4.5 5.5 1973-1979 2.5 2.0 2.7 4.4 ????????????????????????????????????????????????????????????????????????????????????? 주: OECD 16개국 산술평균임 자료: A. Maddison, Phases of Capitalist Development, 1982, 山田銳夫, 레규라시옹 이론 1993, 講談社, 104-105쪽에서 재인용. 그러나 포디즘적 발전모델은 1973년 석유파동이라는 외적 충격을 계기로 위기에 빠진다. 1974년 이후 이윤률의 하락과 생산성 둔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실업률이 크게 증대한다. <표 3>에서 OECD국가의 GDP, 생산성, 고용 동향을 보면 1960-1973년 시기에 비해 1973-1989년 시기가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율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3>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생산, 생산성, 고용 추이 연평균 증가율: % ????????????????????????????????????????????????????????????????????????????????????? 구분 시기 OECD 유럽 미국 일본 ????????????????????????????????????????????????????????????????????????????????????? GDP 1960-1973 4.8 4.7 4.0 9.6 1973-1989 2.7 2.2 2.6 3.9 생산성 1960-1973 3.7 4.3 2.1 8.2 1973-1989 1.6 1.8 0.6 3.0 고용 1960-1973 1.1 0.4 1.9 1.3 1973-1989 1.1 0.4 2.0 0.9 ????????????????????????????????????????????????????????????????????????????????????? 자료: OECD, Historical Statistics, Economic Outlook, 필립 암스트롱 외, 김수행 역,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1993, 동아출판사, 350쪽에서 재인용 <표 4>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실업률 단위: % ????????????????????????????????????????????????????????????????????????????????????? 시 기 유럽 미국 일본 ????????????????????????????????????????????????????????????????????????????????????? 1961-1970 2.2 4.7 1.2 1971-1980 4.0 6.4 1.8 1981-1990 9.0 7.1 2.5 ????????????????????????????????????????????????????????????????????????????????????? 자료: European Commission, European Economy, No.63, 1997 pp.68-69 실업률은 <표 4>에서 보는 것처럼, 유럽의 경우 1960년대 2.2%에서 1970년대 4.0%, 1980년대 9.0%로 증가하고, 미국의 경우 1960년대 4.7%에서 1970년대 6.4%, 1980년대 7.1%로 증가한다. 이윤율과 이윤 몫(이윤/부가가치)은 <표 5>에서 보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황금시대인 1950, 1960년대 동안 높은 수준에 있다가 포디즘이 위기에 빠진 1970년대 이후 크게 하락한다. <표 5>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이윤율 및 이윤 몫 추이 기간 평균: % ????????????????????????????????????????????????????????????????????????????????????? 시 기 OECD 유럽 미국 일본 ????????????????????????????????????????????????????????????????????????????????????? 이윤율 1952-1959 26.8 22.6 29.3 26.7 1960-1969 26.2 17.4 29.4 48.1 1970-1979 17.8 13.3 18.4 28.5 1980-1987 13.1 13.3 12.4 14.6 이윤 몫 1952-1959 23.5 27.6 20.3 29.1 1960-1969 23.9 23.4 21.2 40.6 1970-1979 19.6 18.2 17.6 28.7 1980-1987 17.1 17.7 14.8 20.1 ????????????????????????????????????????????????????????????????????????????????????? 주: 제조업의 순이윤율과 순이윤 몫임 자료: 필립 암스트롱 외, 김수행 역,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1993, 동아출판사, <부표 1> 및 <부표 3>에서 정리 이와 같이 1970년대 이후 성장률, 생산성, 이윤율 등의 대폭적인 하락은 포디즘이 위기에 빠졌음을 말해 준다. 포디즘의 위기는 1980년대까지 지속된다. 이 위기 과정에서 포디즘은 해체되어 간다. 그러면 포디즘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는 무엇보다 이윤율 하락으로 표출된다. 그렇다면 포디즘적 발전모델에서 이윤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이윤율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P/K=(P/Y)?(Y/L)?(L/K) 여기서 P는 이윤, K는 자본투입량, Y는 산출량, L은 노동투입량을 나타낸다. 이윤율(P/K)은 이윤 몫(P/Y), 노동생산성(Y/L), 자본-노동비율(K/L) 이라는 세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이윤율의 하락은 ① 이윤몫(P/Y)의 하락, ② 노동생산성(Y/L)의 하락, ③ 자본-노동비율(K/L)의 상승 등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포디즘의 위기 속에서 나타난 이윤율 하락도 이러한 세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이윤 몫은 실질임금 상승과 노동생산성 둔화로 인한 이윤압박(profits squeeze)으로 하락하였다. 유럽에서 실질임금은 1960년대 말에 큰 폭으로 상승한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실질임금 상승률은 1965-1967년에 2.9%이었으나 1968-1969년에 5.4%이었고, 독일의 경우 1966-1968년에 연평균 3.3% 증가했으나 1969-1970년에 9.2% 증가하였다. 이러한 노동생산성 상승을 초과하는 이러한 ‘임금폭발’은 이윤을 압박하여 이윤 몫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다음으로 노동생산성은 포디즘적 노동과정 즉 테일러리즘의 효율성 하락으로 인해 그 상승이 둔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구상과 실행을 엄격히 분리하고 육체노동을 탈숙련시키며 위계적 노동통제를 하는 테일러리즘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반항이 증대함에 따라 생산성 상승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테일러리즘은 처음에는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노동자들의 교육수준 향상, 자의식 증대, 직무만족과 노동의 존엄성에 대한 욕구 증대에 따라 점차 효율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테일러리즘에 기초한 포디즘적 대량생산체제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한편 기업간 경쟁 격화에 따른 과잉투자로 인해 자본-노동비율이 상승하였는데, 이는 이윤율을 하락시킨 요인의 하나였다. 과잉투자 혹은 과잉축적은 한편에서는 노동력 수요 증대로 임금을 상승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설비를 초래하여 이윤율을 하락시켰다. 이와 같이 생산성 둔화로 나타난 ‘생산성 획득의 위기’에 이윤 몫 감소로 나타난 ‘생산성 분배의 위기’가 중첩되어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효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케인즈주의적 재정금융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뿐이었다. 그래서 생산은 침체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출현한다. 이러한 공급측 요인과 함께 수요측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와 가변성 증대에 따라 다품종 소량소비가 출현하였는데,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와 모순되었다. 이와 같이 다품종 소량소비로의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전용기계에 의해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경직적인 포디즘의 기술이 부적합하게되어 대량생산체제에 위기가 발생한다. 아울러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른 국제경쟁의 격화로 국내수요가 정체되고 국민국가가 유효수요를 통제하여 성장을 관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축적체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하였다. 한편, 생산성의 둔화와 임금의 경직성으로 인해 고생산성과 고임금의 호순환 구조가 깨어진다. 이에 대응하여 자본가들은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다. 경기변동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임금과 고용을 신축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동시장 유연화 시도로 포디즘적 노사타협이 해체되고 임노동 관계가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의 길로 나아간 미국과 영국에서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다. 아울러 사회보장제도의 위기가 나타난다. 사회보장지출 증대로 인한 재정적자 누적, 기업의 조세 부담 증대는 자본축적의 위기를 가중시켰다. 아울러 사회보장 확대에 따른 실업의 규율효과가 감소하여 자본의 노동통제가 그만큼 어렵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자본과 국가가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려는 시도를 한다. 여기서 포디즘 발전모델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던 복지국가가 해체되어 간다. 그리고 자본의 세계화(globalization)가 진전함에 따라 환율, 주가, 금리가 세계경제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성장, 고용, 물가 등 에 대한 국민국가의 거시경제정책의 효력이 약화되었다. 종래의 케인즈주의적 개입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 것이다. 아울러 세계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가간의 성장에 균형을 맞추고 세계경제를 조절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과 같은 국제적 조절양식이 결여되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한다. 세계무대에서 유럽과 일본이 등장하여 미국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팍스 아메리카나가 해체됨에 따라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증대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결합에 기초한 포디즘은 하나뿐인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생태위기(ecological crisis)를 초래하였다. 원재료와 에너지와 같은 자연자원의 대량사용에 기초한 대량생산은 인류의 공유재산인 자연자원을 파괴하고 고갈시켰으며 대량의 이산화탄소(CO2)와 산업폐기물을 배출하였다. 대량소비는 에너지의 대량 사용과 생활 쓰레기 대량 배출을 가져와 환경을 파괴하였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필요로 하는 대량의 에너지를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데 한계에 부딪히자 개발한 원자력 에너지는 지구의 생존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공할 흉기로 등장하였다.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도래시킨 포디즘은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지 모를 생태위기를 야기시켰다. 이상에서 논의한 것과 같이 테일러리즘의 모순으로 인한 생산성 획득의 위기, 노동생산성 둔화와 실질임금 상승으로 인한 생산성 분배의 위기, 세계화로 인한 수요의 정체와 불안정 등의 요인이 중첩되어 축적체제의 위기가 발생하고, 포디즘적 노사타협의 해체, 복지국가의 해체, 케인즈주의적 거시경제정책의 효력 약화, 팍스 아메리카나의 해체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의 증대 등과 같은 요인들이 중첩되어 조절양식의 위기가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포디즘적 발전모델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해체되기 시작한다. 5. 포디즘 이후의 발전모델 포디즘의 위기는 1970년대 중반이후 점차 심화되어 1980년대에는 해체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포디즘이 초래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두 가지 길이 나타난다. 포디즘 위기 탈출의 두 가지 길은 포디즘 이후의 서로 다른 발전모델의 등장으로 연결된다. 하나는 네오 포디즘(Neo-Fordism)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의 길이다. 우선, 네오 포디즘은 포디즘 위기의 주요 원인을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과 사회보장지출 증대에 따른 고비용 구조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윤률 하락의 원인을 임금상승으로 인한 이윤 몫(P/Y)의 하락 즉 생산성 분배의 위기에서 찾는다. 임금 상승은 포디즘적 노사타협에 의한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을 폐지하는 것, 다시 말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는 것이 네오 포디즘의 위기탈출 전략이다. 즉 생산성 연동 임금제를 해체하고 노동자를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하며, 임금을 경기변동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자본의 권능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거나 무노조 전략을 구사하여 단체교섭을 약화시키거나 폐지하려는 경영방식을 추구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구상과 실행을 분리하는 테일러리즘적 노동과정은 그대로 두었다. 극소전자(ME) 기술과 정보기술을 이용할 경우 종래의 테일러리즘적 노동과정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온존?강화하려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점에서 네오 포디즘을 ‘컴퓨터 지원 테일러리즘’(computer-aided Taylorism)이라 부른다. 그리고 테일러리즘의 노동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오 테일러리즘(Neo-Taylorism)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에 대한 친노동자적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촉진하였다. 그리고 국영기업 혹은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공공부문의 노사관계가 시장원리에 지배받도록 하였다. 사회보장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복지국가가 후퇴하거나 해체되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증대시키는 케인즈주의 거시경제정책은 후퇴하고 자유시장의 완전성을 믿고 국가 개입에 반대하는 통화주의 정책이 전면에 등장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에 미국의 Reagan정부와 영국의 Thatcher정부와 같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나타났다. 이 정권들이 추구한 정책 노선이 바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에 이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다른 선진국, 신흥공업국, 이행도상국(구사회주의권) 등에로 범세계적으로 확산된다. 이들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네오 포디즘’적 발전모델을 따르고 있다. 외환위기를 당한 채무국에 강제되고 있는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그러하다. 네오 포디즘과는 달리 포스트 포디즘의 길은 포디즘 위기의 주요 원인을 대량생산체제와 테일러리즘적 노동과정의 비효율성에서 찾는다. 이윤율 하락의 원인도 임금인상으로 인한 이윤 몫 감소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Y/L) 둔화와 과잉설비(K/L의 증대)에서 찾는다. 즉 생산성 분배의 위기가 아니라 생산성 획득의 위기에서, 고비용 구조가 아니라 저효율 구조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생산성 위기는 기본적으로 구상과 실행을 분리하는 테일러리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따라서 생산체제 및 노동과정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것, 고효율 생산조직을 창출하는 것이 위기탈출의 전략이다. 즉 임금과 고용의 경직성(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노동과정을 테일러리즘으로부터 반테일러리즘(Anti-Taylorism)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 매뉴얼화된 단순작업, 하이에라키적 명령조직이란 테일러리즘 원리를 완화하거나 폐기하고 참가의식을 가진 다기능 숙련노동으로 작업조직을 재편성하는 것, 노동자들의 지식과 창의성을 동원해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노동자의 지식과 창의성을 노동과정의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때의 자율성은 생산체제가 부과하는 책임을 다하는 자율성 즉 ‘책임있는 자율성’(responsible autonomy)이다. 노동자가 자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섭에 기초한 참가’(negotiated involvement)가 필요하다. 여기서 교섭에 기초한 참가란 노동자가 생산성 분배에 대해서 교섭하고 생산성 획득에 적극 참가하는 것이다. 요컨대 ‘교섭에 기초한 참가’를 통해 노동자에게 ‘책임있는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지적 능력과 창의성을 동원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려는 전략이 포스트 포디즘의 길이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기업이 임금을 동결 내지 삭감하고 고용을 줄이는 방어적 전략을 취하는 ‘네오 포디즘’과는 달리, 포스트 포디즘은 노동조직을 유연하게 하여 노동자를 배치전환 하거나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공격적 전략을 취한다. 즉 네오 포디즘은 수량적 유연성(numerical flexibility) 혹은 외적 유연성을 추구하지만 포스트 포디즘은 기능적 유연성(functional flexibility) 혹은 내적 유연성을 추구한다. 한편 포스트 포디즘에서는 복지국가(welfare state)의 위기를 복지의 축소가 아니라 복지공동체(welfare community)의 건설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신자유주의적 네오 포디즘은 복지지출의 삭감과 사회보장제도의 폐지, 복지를 시장기능에 맡기는 사보험 실시 등을 통해 복지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였다. 이와는 달리 포스트 포디즘에서는 시장부문도 정부부문도 아닌 ‘제3부문’(third sector)을 건설하여 사회복지를 지역공동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공동체 지향 제3부문’은 새로운 복지모델일 뿐만이 아니라 경제관계를 인간화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의 핵심 요소로서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포스트 포디즘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실업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대안을 지향하며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생활양식을 지향하는 생태주의(ecology)를 지지한다. 포스트 포디즘적 발전모델은 1980년대에 스웨덴이나 독일과 같이 사회민주당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가 걸을려고 했던 길이다. 1990년대에 들어와 자본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함에 따라 이 발전모델은 위기에 빠진다. 20세기말인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과연 글로벌화 속에서 이 발전모델이 생존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발전모델의 생명력이 다했다고 할 수 없다. 21세기가 희망의 세기가 되기 위해서는 포스트 포디즘의 합리적 핵심을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6. 맺음말: 포디즘 성쇠의 교훈 포디즘은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포디즘의 흥망성쇠의 교훈은 무엇인가? 포디즘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없는 고성장과 완전고용 그리고 고복지를 달성하였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한 세대동안 그야말로 ‘황금시대’라고 할 정도로 번영을 구가하였다. 포디즘의 시대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측면이 있는가 하면 하락시킨 측면도 있다. 우선, 포디즘은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임금 상승 및 소득증대로 국민의 물질적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의 대량소비를 통해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상당정도 충족되었다. 포디즘적 노사타협에 의한 고용안정, 최저임금제도, 실업보험제도 등을 통해 노동계급의 생활이 안정되었다. 복지국가를 통해 전체 국민의 생활도 안정되었다. 포디즘의 여러 제도들은 소득분배를 상대적으로 균등화시켜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은 약화되었다. 신중간층과 노동자들의 소득과 부가 지속적으로 증대하여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었다. 따라서 포디즘의 시대 동안 선진자본주의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은 수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포디즘은 삶의 질을 하락시키기도 했다. 포디즘의 대량생산체제에서의 테일러주의적 노동과정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구상기능을 없애고 세분화된 직무에서 단순반복노동을 행하게 하며 위계적 노동통제에 따르게 함으로써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소외를 크게 심화시켰다. 아울러 컨베이어 시스템은 노동강도를 크게 증대시켜 노동력의 소모를 가속화하였다. 따라서 다수 노동자들의 노동생활의 질(Quality of Working Life)은 오히려 하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은 에너지 및 자연자원 사용 증대와 산업폐기물 배출증대로 인해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시켰다. 대량소비는 생활쓰레기를 대량배출하여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다. 지구촌의 생태위기는 상당정도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산물이다. 그래서 소득은 증대했지만 마시는 물과 숨쉬는 공기는 오염되어 생명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소비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상품관계를 매개로 하지 않는 인간적 삶은 오히려 궁핍화되었다. 물질만능주의의 지배로 인해 사회는 더욱 비인간화되었다. 이와 같이 포디즘은 인간의 삶의 질을 증대시킨 빛과, 삶의 질을 떨어뜨린 그림자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포디즘이 인간의 삶의 질에 미친 순효과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성장지상주의자들은 당연히 플러스라고 말할 테지만 생태주의자는 마이너스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포디즘의 성쇠가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포디즘은 생산성 연동 임금제, 단체교섭제도, 최저임금제도,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비교적 공평한 제도들을 통해 고도성장을 달성하였다. 따라서 포디즘 성공의 교훈은 ‘공평성 없이 효율성 없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포디즘은 직무가 세분화되고 고정되어있는 경직적인 노동조직, 관료화된 경직적인 대량생산체제, 관료화되고 인센티브 없는 사회보장 시스템 등의 요인 때문에 위기에 빠져 해체되었다. 따라서 포디즘 실패의 교훈은 ‘유연성 없이는 효율성 없다’는 것이라 하겠다. 포디즘이 이룬 공평성을 이어받고 시스템과 조직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유연성을 통해 새로운 효율성을 실현하는 대안적 발전모델을 21세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포디즘이 남긴 이러한 교훈을 음미할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브와예 지음, 정신동 옮김, 『조절이론』, 학민사, 1991 아랑 리피에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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