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교조와 한겨레사설

전교조와 한겨레사설

김정명신(범국민교육연대공동대표)



오늘 저녁 유네스코 창립 60주년 기념 만찬에 다녀왔다.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우리사회의 내노라하는 교육계 유명인사들이 교원평가이야기와 전교조에 대한 비판을 돌아가면서 하느라 잠시 바빴다. 대체적으로 전교조가 너무 막 간다며 비합법시절의 전교조가 훨씬 나았다는 것이다. 요즘 자주 접하는 풍경이다. 과연 그들의 판단은 옳은 것일까? 

며칠전 전교조 집행부는 기존의 투쟁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해내지 못함에 따라  이수일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였다. 앞으로  비상 대책위가 꾸려지고 위원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투쟁 방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강경투쟁이 결정된것도 아니다. 그 안건역시 부결되었다. 나는 대의원 대회 진행 과정과 투표 결과를 지켜보며 대의원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과 조직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결정은 교원 평가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사회의 여론과 압박, 교사로서 느끼는 교원 평가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교육 개혁을 위한 사회적 기대에 대한 부담 등이 어울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언론에서는 강성집행부와 온건집행부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는데... 요즘은 싸움은 붙이고...로 변한것같다. 싸움 구경 맛이 쏠쏠한가보다. 그들은 지난번 아펙반대 계기수업때 전교조에 색깔 공세를 펴며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주문했다. 그들이 늘 전교조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훈계하지만 전교조가 초심이었던 비합법화시절,  합법화를 위해 분투하거나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일-촌지를 거부하거나 단위학교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일 때 초심을 두둔한번 한적없이 늘 색깔공세를 펴왔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색깔론'이라는 전속곡과 '초심'이라는 후렴구가 있으므로 그러려니 하는데 이번에는 한겨레 신문이 전교조에 훈수를 두고 나섰다. 뜻밖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한겨레 제2 창간위원이다.

한겨레신문은 향후 전교조의 행보가 불안한 듯 학생을 중심에 둔 노조운동을 하라고 주문했다. 한겨레신문은 11월 29일자  <전교조가치의 중심에서 학생이 사라지는가> 사설에서 ‘ 이수일위원장이 합리적 대안노선을 견지해왔다. 이수일위원장의 교원평가제 조건부수용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고, 강경파의 평가제 원천봉쇄노선도 부결되었다.' 며 '조건부수용 노선이 거부된 것에 강조점을 둔다’며 강경노선 제안도 함께 부결된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없이 전교조가 추구하는 가치의 중심에 ‘학생의 교육’이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전교조와 함께 가시밭길을 걸어온 이들’의 입을 빌어 전교조를 ‘과격한 구좌파’로 규정하며 한 술 더 떠 원혜영의원(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전교조결정은 국민적 요구를 외면 한 조직이기주의로 본다“며 전교조의 든든한 지원세력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을 볼때 ‘전교조가치의 중심에 학생이 아니라 교사의 이해가 있다면 이는 사회로부터 부정당할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동안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해왔다.  조중동, 요즘에는 문화일보까지 가담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강자의 논리에 맞서 나름대로 다양하고 대중성있는 시각을 제공했다. 때로는 진보적 인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민중의 삶에 치열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미진함과 일부 논조의 애매함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겨레는 노동운동에 비판적 지지를 보냈고, 교원평가에 대해 우호적인 논조를 유지했었다. 나름대로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원평가로 인해 전교조가 고립된 이유중 하나로  대중설득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전교조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교조집행부는 그동안  단지 교원평가 반대가 아니고 학교자치평가를 주장했다. 

그러나 금번 사설은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사실과 다르며 맹목적이다.  사실에 의거하여 글을 써도 부족하거늘 사실을 선별해서 입맛대로 활용했다. 또한  정치가의 말에 의지하여 자신들의 논지를 펴나가려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다. 그 정치인의 말역시 감성적인 것이지 논리적이거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한겨레가 열린우리당을 교육개혁 선도세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참여정부의 대선공약은 가야할 교육적 이상이기도했지만 꼭 성취해야할 정책지표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대선공약에서 강조된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법제화도 교장승진제개선도, 사립학교법개정도 참여정부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관철해내지 못했다.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도 생략한채 ‘여소야대’를 핑계로 주춤거렸다.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도 한나라당과 속도의 차이만 있었지 교육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그들을 찍어준 유권자들의 공교육에 대한 열망을 부정했다.  교육을 사적부담으로 돌리고 수월성, 다양성...운운하며 고교평준화를 못마땅해하고 교육을, 자녀양육을, 고통속에 처박았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이 세계최저의 출산율을 이라는 오명을 썼는가? 한 사회가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일인가?  이렇게 교육이 온 국민에게 무거운 짐이 되는데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참여와 분권이라는 미명으로 전국곳곳에서 온갖 교육의 사유화 실험을 개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어낸것도 그들이고 내국인의 외국인 학교입학을 30%나 허용하는 것도 그들이고 고교평준화를 흔들어 대는 것도 그들이다. 열린우리당이 교육복지를 말하는데 교육복지는 공교육만으로 대학갈수있는 제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가난한 지역에 원어민 교사 한명도 보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공교육을 좀더 많이 흔들어 대고, 열린우리당은 조금 조심스럽게 흔들어 대지만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한편 지난 10월말, 사립학교법개정운동이 극에 달했을 때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김원기 국회의장집 앞에서 3일 밤낮을 농성벌였을 때 사학국본관계자들은 우리가 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집앞에서 진을 치고 있어야하는지 반문했었다. 국회 상임위 구성을 할때 국회교육상임위위원장을 열린우리당이 맡을 생각을 포기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한나라당에게 던질때 이는 예고된 재앙이었고, 예고된 수순이었다. 원혜영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이 최근 전교조사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지, 더구나 최근 사태에 대해 어떤  보고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사태를 잘못 판단했다.  우리 교육개혁진영은 교육개혁과제와 상관해서 단 한번도 그를 만난적없다. 늘 그들의 비서만을 만났을뿐이다. 그들은 우리가 교육개혁과 관련해서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고 있지 못하다. 열린우리당이 교육개혁의 지원세력? 아쉽지만 이미 포기한지 오래이다. 

2005년 상반기 전교조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여  전교조 조합원들은 물론 교육 운동을 같이하던 단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대의원들은 그것을 평가한 것이다. 온건집행부가 몰린것이 아니라 온건집행부의 노선이 불안정한것을, 조직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것을 평가한 것이다. 소수 전교조교사들은  교원평가를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교사들은 현재 공교육의 위기가 단지 교사만의 잘못이 아닌데 교사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교육부를 성토하고 과거 교원평가제도인 근무평정제도를 거부하고 교원관련정책을 새로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철밥통론을 주장한다. 모든 민중에게 철밥통을 선사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들사이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다.

그렇게 전교조는 자신들의 이견을 조정하고 새로운 지혜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교조가 교원 노조 운동의 정체성을 내외적으로 어떤식으로 규정하든지 전교조의 움직임은 민주적인 교육의 장을 펼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전교조에 쏟는 국민들과 시민사회의 기대와 지지는 각별한 것이다. 차제에 전교조의 임시 대의원대회 결과가 정리되면 교육 운동 단체들도 전교조화 함께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교육 개혁을 더욱 힘차게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만약 한겨레가 정녕 제2 창간하고 싶거든 전교조 조직이 맹목적이 되지 않도록, 전교조가 단시간안에 거대조직으로 가는 성장통을 이겨내고, 우리 사회의 민주세력으로 성장할수있도록 더 이상 흔들지 말고 지켜보아야한다. 우리들도,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다. (2005.11.2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