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괭이밥


500만화소 디카를 장만한 이후로는,
인터넷에서 들꽃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꽃사진을 찍는데 재미가 들었다.

예전에 신촌 <오늘의책> 골목 안에
손으로 플래카드를 쓰는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지금이야 실사출력이 보편화되어, 나염 인쇄 플래카드도 별로 없지만,
당시에는 나염 보다 값이 좀 싼, 할아버지가 직접 쓴 플래카드를
학교 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골목 입구에서부터 복사집까지, 철뚝길 쪽 담장을 따라
화분에 이런 저런 꽃들을 키우셨다.
그 때 할아버지에게 물어봐서 이름을 안 것이 몇 있었으니,
접시꽃, 괭이밥, 참죽나무가 그것이다.
접시꽃은 그 모양이 뚜렷하니 잊어버리지 않았으나
참죽나무는 이제는 그 모양이 희미하고,
다만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는 이야기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괭이밥 역시 그 모양을 잊었다가,
이번에 다시 사진을 찍으며 확인하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진해 시루봉 올라가는 등산길에서 만난 괭이밥.
나무를 대고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등산길 가운데,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괭이밥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 발길 채이는 곳에 피어있는 것도 그렇고,
잎은 먼지를 뒤집어 썼지만 꽃은 노란 색을 뚜렷이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데,
다시 봐도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괭이밥'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 고양이가 항상 뜯어먹는 건 아니고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뜯어먹는다고 해서 괭이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풀 속에 ‘옥살산(oxalic acid:수산)’이라는 산 성분이 있어 씹으면  신맛이 나는데, 그래서 '시금초'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어린시절 괭이밥 잎의 시큼한 맛을 본 사람도 더러 있는 모양인데, 괭이밥이 뭔지도 모르고 자란 나로서는 조금은 신기한 일이다. (2005. 6. 8.)

 

* <민중언론 참세상>에 연재되는 "강우근의 들꽃이야기-괭이밥" 보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1597&page=1&category2=1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