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가 병역거부를 하면

마틴 아저씨가 지지 성명을 아주 'nasty' 하게 써주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푸핫

매주 수요일은 마틴 아저씨가 사무실 나와서 같이 노는 날..근데 지난 2주간은 마틴 아저씨가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와서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요 며칠 지루했던 이유가 딴 게 아니라 수요일 저녁엔 늘 술을 마시다가 2주동안 마틴 아저씨도 없고 술 마실 일도 없어서 그랬나보다. 오늘도 역시나 부어라 마셔라 마셨다. 아니지..여기는 프론트에 가서 각자 잔을 받아오는 시스템이니, 가서 술 받아와서 마시자 뭐 이런 모드로 마신 것 같다.

마틴 아저씨가 없는 동안 쌓였던 것들도 풀고..사실 오늘도 내가 점심을 대접했는데 설거지를 아무도 하려고 하니 않는 모습에 이젠 하루 이틀도 아니고 혼자 설거지를 하면서 씨부렁 거렸는데 그런 불만들이 아저씨랑 맥주 마시면서 싸악 풀려버렸다. 자꾸 비교 준거가 되는 아랫집이 떠오르는데, 아랫집에선 '자잘한' 노동 분담을 어떻게 했나 떠올려 보니 설거지는 가위바위보로 종종 해결을 했던 것 같다. 가위바위보 하나로 성별 분업의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여기와서 보니 밥(빵?)준비 거의 안 하고 설거지는 더더욱 안 하고 자기 컴퓨터로 휙 돌아가버리는 a 모씨를 보고 있자니 차라리 가위바위보라도 하는게 그나마 절차적으로 공평한 분업을 보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처음 일 시작해선 돌아가는 구조를 익히려고 부러 내가 이것 저것 일을 맡아서 하곤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들이 들고 있다. 감정표현도 절대 안 하고(특히 독일인들ㅋㅋ) 서로 지지해주고 힘주는 그런 분위기도 전혀 없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그런 분위기가 이제 숨이 막혀 온다. 관계가 지속되면 어느 순간 서로 미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의 이런 감정들도 늘 겪게 되는 그런 단계 중 하나겠지 하며 스스로 달래보기도 하고, 뭐 난 겨우 3,4개월 있다 가는 건데 내가 뭐 공정하게 분석하고 평가를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남는 찝찝한 감정들...

암튼 마틴 아저씨가 오늘 나의 구세주였다. 다음 주에 떠난다고 아쉽다며 겉으로 표현해주는 사람도 마틴 아저씨밖에 없다.ㅠㅠ 심지어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 또 한번 자기 집에 놀러오란다. 자기는 다음 날 9시까지 또 출근해야 하는 거 뻔히 아는데 초대를 하다니..몸둘 바를 모르겠다. 다음 주 수요일에도 나 더러 꼭 나와서 술 한잔 하자면서, (여느 때의 시니컬함을 섞어) 비행기 타기 전에 술에 잔뜩 취하는게 긴 여행 하기에 편하다면서 얘기를 하는데 그간 여기 사무실에서 생겼던 마음의 벽들이 사르르 녹아버렸다.-_-

난 정말 마틴 아저씨처럼 도서관 사서가 될까보다. 마틴 아저씨가 이 동네에 있는 사서 자격증 코스도 알아봐준다는데..그 말을 듣고나니 굳이 사서 자격증 따려고 비싼 돈 내고 건너올 필요가 있겠냐는 현실적인 생각에 앞서 그냥 그런 말이 고마울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울 아빠 혹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서로 '친구mate'라 부르며 잘 지냈다는 게 재밌게도 하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과 잘 지낼 수가 있을까?

되게 유명하다는 미국 사서 이름을 전해받아 집에 오자마자 구글에서 검색을 해서 다음과 같은 사이트를 찾았다. 그 사람이 했다는 말을 붙여본다.
http://www.geocities.com/soho/cafe/7423/sandy.html


So what should libraries be?

+ Equally accessible to everyone
+ Dynamic sources of all kinds of information and ideas, available in a setting free of hucksterism
+ Open places, where rules and policies emerge from unfettered, transparent discussion among users and staff

I honestly don't think that's too much to ask. Do you?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