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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라인 노동자 파업

런던 교통카드 이름은 oyster card 이다. 한국에서처럼 돈 얼마 내고 충전해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찍으면 돈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Oyster 의 뜻을 찾아보니 '굴'이라고 되어 있는데 왜 교통카드 이름이 '굴' 카드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재밌는 건 영어 표현 중에 'World is your oyster' 라는 표현도 있다는 거다. 예전에 홈스테이 집에서 대화를 나누다 배운 표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뭐할 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랬더니 위와 같은 표현을 들었던 듯 싶다. 세상이 다 니꺼고 아직 젊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으니 맘대로 살라, 난 이런 뉘앙스로 받아들였다.

런던에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월 정기승차권을 사서 다녔다. WRI 사무실에서 교통비를 대줬기에 별 부담없이 충전을 해서 그걸로 이리저리 마음껏 돌아다닌 것 같다. 생각해보니 도쿄에서도 사람들이 월 정기승차권을 많이 쓰는 듯 했다. 덕분에 난 도쿄에서 치즈루 언니, 아빠 승차권을 돌려가며 빌려받아서 교통비 안 내고 돌아다녔다. 근데 런던에서 monthly 티켓을 사려고 하니 개인등록을 요구하더라. 회원가입 이런 삘? 물론 영국은 은행(그리고 도서관?) 정도를 제외하곤 ID 없이도 얼마든지 살수 있다. 교통카드 회원 가입시에 적은 정보는 내 이메일과 주소였는데, 사실 그 당시에 내 주소가 옮겨다니는 중이어서 걱정을 좀 했지만 다 적어서 내고 나니 그 직원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교통카드 분실 위협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데, 한국에서 하도 회원 가입 이런 거에 진절머리가 나서 그 회원 가입 양식 작성하던 날도 맘이 쫌 거시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가입을 하고 나니 매주 수요일 쯤 그 주 주말에 공사하는 라인 정보를 보내줘서 편하긴 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들은 얘긴데, WRI 건물에서 지금 마틴 아저씨와 함께 가장 오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 알버트는 오이스터 카드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오이스터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알버트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알버트 집이 대영박물관 바로 앞 나름 근사한 플랏이라고 맨날 마틴 아저씨가 얘기했었는데. 같은 아나키인 마틴 아저씨나 안드레아스는 오이스터 카드 잘 쓰고 다니던데, 오이스터 카드조차도 거부하는 아나키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한국에선 신용카드와 결합된 교통카드는 거부해도 교통카드 자체를 거부하면 삶이 정말 불편해질텐데. 물론 한국 교통카드는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사는 방식이 아니긴 하다.

런던 교통국은 내가 런던에 계속 있는지 떴는지 알 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공지 메일들을 보내온다. 히드로 공항역에서 오이스터 카드 디포짓과 남은 충전 금액을 다 환불받았으니 그 때 그 직원이 내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면 메일링도 끊겼을 법 한데. 정말로 그런 이유에서 공지 메일이 안 오기 시작한다면 소름이 끼칠 것 같긴하다.

어제 내가 받은 메일은 빅토리아 라인에 고용된 일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기로 했으니 미리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보라는 정말 친절한 내용의 메일이다. 심지어 튜브 승차권으로 탑승 가능한 다른 교통수단들도 보여준다. 이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안 되어 있는 점은 마치 서울 라디오에서 하는 57분 교통정보 생각도 나게 하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는데 그걸 사용자 측에서 오히려 승객들에게 공지를 해준다는 게 새삼 재밌어 보여서 이렇게 메일 전문을 달아 놓는다.



Dear Mr Moon,

The RMT Union have advised that some train operations staff employed on the Victoria line have called a strike on Wednesday 22 April. If the strike goes ahead, we expect significant disruption to Victoria line services.

Please check local news, travel reports or visit tfl.gov.uk for the latest information before you travel on Wednesday.

London Underground tickets will be accepted on existing local bus services and also on:
  • London Overground services
  • National Express East Anglia services between Victoria line stations and Liverpool Street
  • First Capital Connect services between Finsbury Park and Moorgate/King's Cross
  • South West Trains services between Vauxhall and Waterloo.
The Victoria line service is expected to return to normal on Thursday morning 23 April.


Yours sincerely,
John Doyle
John Doyle
General Manager, Victoria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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