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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늬우스 영화관 상영에 반대하는 직접행동?

사실 나는 780년대에 영화관에서 상영됐다던 대한늬우스를 직접 경험해본 세대가 아니다. 단지 황지우 시에 나오는 구절에서나 김환태 감독의 병역거부 관련 영상에서 그 당시 모습이 차용되어 온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보았다. 아 그리고 논술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사례로 언급을 해본적도 있었겠지.

 

한국에 막 돌아왔을 땐 낯설기만 하던 일상들이 일주일도 채 안되어 다시 익숙해지더니,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들도 이젠 웬만해선 날 놀라게 하지 않는다. 사실 평화주의자를 자칭하는 자에게 맘에 드는 사회가 어디가 있겠냐만은.. 점점 더 숨을 조여오는 이 곳에 살면서 세상에 분노하기보다는 당장 내 관계의 문제, 먹고 살 궁리를 하느라 안으로 침잠하게 된다. 활동에 대한 힘이 불끈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이거 원. 그냥 생각없이 야구 응원하고 친구랑 술 마시고 늦잠자는 게 익숙하니..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개콘의 '대화가 필요해'를 빌려와서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을 한단다. 좀 웃긴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유인촌 같은 사람도 이해가 잘 안되고 이런 구상을 밑에서 담당하며 실무를 했을 공무원들도 어떤 사람들일지 참 궁금해진다.

 

용산에선가 어디선가 어느 경찰 간부는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에요' 라고 말을 했다던데. 자기는 단지 상부의 명령을 따르기만 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한 나치 하 공무원들에 관한 역사적 교훈을 한국 공무원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님 알면서도 지금 자기의 밥줄이 더 중요하다며 끝없이 타협하는 것일까?

 

조직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도 내차이는 엄혹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이 너무 먹고 살기 힘든 곳이라 그런 공무원들이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자기 밥줄이 잘리고 나면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기대를 하기 힘든 곳이기에. 세계 경제11위의 국가에서 아직도 생존권 투쟁이 가장 큰 투쟁이 된다는 게 낯설지 않은 곳이니. 뭇 사람들의 처절/천박하고 도무지 여유없는 삶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착잡하다. '다 먹고 살자고 한다'는데 사실 내가 그 사람들 밥줄을 책임지는게 아니니 쉽게 뭐라 하지도 못하겠다. 난 그렇게 천박하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근데 생계의 문제에 있어선 쉽지가 않은 것 같다(몇 천만원씩 벌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영화관에 보고싶은 영화를 보러가는 것도 여러번 고민해야 하는 빈한 삶을 살고 싶진 않으니까. 이런 내 욕구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아빠가 당신들의 삶에 있어 좀만  덜 처절/천박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튀지 않고 평균만 가자는 삶의 방식을 존중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앞장서서 권력에 충성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보고 있기가 힘들다. 애틋함보단 역겨움이 앞선다.

 

부활한 대한늬우스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이에 반대하는 직접 행동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예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에 반대하는 직접행동을 펼쳤던 것처럼 말이다(그 때 이후론 친구들이랑 야구장에 가면 국민의례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처음엔 함께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벌렁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여러가지 액션에도 불구하고 국기법 개정안은 통과됐고 여럿이 벌금을 물었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혼자 생각만 하는 것보단 맘이 편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늬우스를 상영하는 영화관 목록을 보내서 상영하지 말아달라고 서한을 보내면 될까? 상영관 입구에서 부스를 차리고 캠페인을? 상영관 안 어둠 속에서 뭘 하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겠지?-_- 영화관에 갈 일이 생기면 난 어떡할지 상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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