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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6

지난 월요일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 이달의 헬로루키 녹화 방청 티켓을 운좋게 얻어서 다녀왔다. 시와의 노래-그 중에서도 화양연화-를 바로 앞에서 라이브로 듣고 난 이후로 오늘까지 계속 그 멜로디와 가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루루의 기타 반주도 너무 좋았고.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냥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정신줄을 놓게되는 그 도취된 기분이 좋나보다. 시와를 처음 본 것이 언제였던가. 평택 미군기지 반대 서울 촛불문화제에서 처음 공연을 접하고 압도당했던 기억이.. 주변 친구들은 그동안 공연섭외를 하면서 이제 연락처 정도는 알고 지내고 친분도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아서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시와를 신비의 영역으로 두고 그냥 넋놓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 공간민들레 책방지기 자원활동을 하는 날. 이제 한 세번째 정도 나간 건가. 어제도 집에 밤늦게 들어왔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긴장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데 결국 오전에 일어나선 밍기적거리는 것으로 몸이 움직여졌다. 서로 만나는 횟수가 쌓이다 보니 책방에 나가면 늘 보는 선생님들과 조금씩 친분이 쌓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아이들도 없고 오후엔 날도 스산해져서 전반적으로 꽤나 조용한 분위기였다. 새로 들어온 책을 DB에 등록하고 라벨을 붙이는 작업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 하다. 걸리는 시간도 그새 많이 준 것 같고. 라벨 작업을 마치고 났는데 방학이라 책을 대출하러 오는 사람들도 없고 나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훈카와 혜숙쌤이 신경이 좀 쓰이셨나보다. 그 배려가 고마웠다. 근데 사실 난 오늘 혼자 조용히 책에 둘러쌓여 보고싶은 책을 차분히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앞마당에 나가 앉아서 책보는 것도 좋았고. 기왕 민들레 나간 김에 거기 나오는 사람들과 아이들과 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이제 겨우 세 번 나갔을 뿐인데 기회가 또 곧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남들에게 참 말하기 부끄러운 알바를 저녁에 하고선 새로 구한 과외 첫 대면을 하러갔다. 밤 10시에 만남이라니. 신촌에 있는 모텔가를 돌아다니다가 애오개 쪽으로 가서 과외 면접 시간을 기다리려니 눈이 자꾸 스르르 감겨왔다. 그래도 긴장끈을 다시 조이고 만나고 나니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오랜만에 학생을 만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것 저것 내 능력 한에서 해주고 싶은 것들이 계속 떠올랐다. 받아들이는 학생만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난 그 학생이 외국어영역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꽤나 많이 기울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으로 인정받고 싶은, 그리고 무한정 베풀어주고 싶은 욕구가 들었달까. 그동안 과외를 계속 구하면서는 내가 과연 고3 과외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내가 해줄수 있는 것들을 찾은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일말의 자존감 회복이랄까.

 

이력서를 어제부터 조금씩 공들여 써보고 있는데 과연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그 동안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평가를 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비록 6개월짜리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내 이력서는 과연 주류 사회에서 얼마나 통할까 하는 일종의 호기심도 작용하는 것 같고. 만약 서류에서 탈락한다면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씁쓸한 마음이 좀 들것 같고, 반대로 서류가 통과된다면 안타깝지만 내 학벌에 대한 모종의 자괴감이 어쩔 수 없이 들 것만 같다.

 

'입영대기, 통지중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민원출원이 불가합니다.' 요 며칠 내 속을 썩이던 영장문제를 한시적으로 해결했고 과외도 시작하게 되니 뭔가 또 그동안 나를 옥죄던 퍼즐들이 하나씩 맞추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가뿐하다.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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