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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끕'이 다른 공직자들

나에겐 공직자란 표현이 기사에서나 보고 듣게 되는 말이긴 한데, 오늘 가디언에 난 기사 를 읽고 나서 느낀 바를 메모하려다 보니 공무원 대신 공직자란 말을 쓰게 된다.

 

영국 법무부 장관(성이 'Scotland'인 사람은 처음 봤다)이 자기 집에 고용한 가정부가 알고 봤더니 취업 비자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통가에서 온 가정부라고 하는데 스코틀랜드 장관은 이 가정부가 영국인과 결혼을 했기에 당연히 취업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암튼 강화된 영국 이민법에 따르면 고용주가 알고도 '불법' 고용을 할 경우에 최대 10,000파운드(한 2천만원)의 벌금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여성 법무부 장관은 이 일로 5,000파운드의 벌금을 징수받았다 한다.

 

유색 여성 법무부 장관의 존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 사건을 둘러싸고 전개된 영국 내각의 논쟁과 지금 한국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관료들 인사청문회의 논쟁이 오버랩되며 내게 찾아든 감흥도 꽤나 흥미롭다. 영국도 일본처럼 곧 내각 선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암튼 지금 영국 내각의 수상은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이 사람이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법무부 장관을 토리세력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안고 가겠다고 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장관이 'unreservedly'하게 사과문을 발표했고 통가 출신 가정부를 고용한게 법리상으론 불법이 맞지만 벌금도 다 지불했으며 가정부와의 고용관계에 있어 깊은 상호 신뢰가 있었던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유임의 요지인 듯 하다. 이에 반해 토리쪽에서는 지난 2006년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민법 개정의 결과물을 자신이 어긴 것이고 따라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법무 장관은 핑계조차 댈 자격도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걸 얼핏 보면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논리의 근거나 구조는 비슷해 보이지만, 지금 웨스트민스터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왠지 한국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지는 이슈들과는 뭔가 논의의 질이 달라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인 것일까?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명의신탁 등등..병역비리를 제외하고는 익숙하지도 않은 말들이지만 그래도 이 모든 논쟁 사안들이 부동산, 재테크 뭐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이 얼마나 천박한 자본주의의 산물들인지. 법치주의와 서민경제를 날마다 입에 달고 사는 위정자들부터가 자기모순으로 가득차 있는데 그에 반해 '불법' 이민자를 고용시켜주었다가 벌금을 물게 된 걸 가지고 싸우는 것은 적어도 재테크 방식을 두고 싸우는 것보단 나아보인다. 내가 영국에서 막판에 비자문제 때문에 골머리 썩이다가 결국엔 여권에 '불법' 낙인 도장을 받고 나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영국 법무부 장관이 저질렀다는 '범죄'에는 오히려 일말의 호감마저 드는 이 미묘한 기분.

 

안 그래도 지금 학교에서 일 시작하고부터는 사람들이 비인격화되어 공무원 집단으로 뭉뚱그려진 상태에서 그 집단의 미운 것들만 자꾸 보이는데, 공무원들의 최고봉(?)인 장관급 각료들이 국회에서 하는 말들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안 보는게 속이라도 편하지 싶다. 심지어 정운찬 이 사람은 옛날에 본부 점거 농성 하던 시절 젤 미운 사람이었는데. (난 진중권이나 재범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아니니 설마 이렇게 썼다고 날 잡아가진 않겠지--;;)

 

"Hate the sin and not the sinner"

 

내 스스로를 비폭력이라는 가치로 학대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의심도 살짝 들지만 그래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지. 내가 먼저 벽을 쌓으면 내가 더 힘들어질테니. 귀족의 도덕, 강자의 도덕을 위하여. 아래 영상은 은행 광고인데 이 광고에서 간디의 아힘사Ahimsa를 유추해낸 글이 있길래 링크를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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