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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9. 내게 어제 오전은 스승의 날이었고 오후는 병역거부자의 날이었다. 오전엔 온 학교가 들뜬 기분으로 들썩였다. 2주라는 짧은 기간동안 더 퍼주지 못해 아쉽기만 한데 아이들은 떠나는 교생들에게 감동만빵의 편지와 선물을 주었다. 아이들 편지엔 자기를 잊지말고 기억해달라는 얘기가 유독 많았다.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서른 여섯 명의 눈과 귀가 내 한 몸에 집중되어 있을 때의 그 기분. 거꾸로 이 아이들에게도 내 존재가 기억에 남는다면 정말 고마운 일일 것 같다. 그 교생이 자기 얘기를 온전히 들어주려 노력했다고 기억해준다면 더 땡큐고.

 

8. 점심을 먹고 나선 교생 몇 명과 담임선생님과 탁구를 쳤다. 내기 탁구로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교생들이 줄줄이 담임쌤한테 졌다. 음. 수다회가 있었던 시청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시간이 약간 떴다. ㅎㅅ쌤이랑 같이 간호대 교생쌤 짐을 기숙사로 날라주었다. 함춘회관을 지나 연건캠퍼스 안으론 처음 들어가보았다. 함춘관을 지나려니 작년 5.15 생각이 났다. 함춘관으로 걸어가며 통화를 하던 기억도 난다. 그 날 오전엔 비가 주룩 내리고 있었는데 어젠 날이 쨍쨍했다. 

 

7. 수다회에선 여러 발제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돌봄노동에 관한 이야기였다. 예전 CO들과 달리 요즘엔 '유약한' CO들이 많이 나오면서 오히려 돌봄노동을 더 요구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지적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의식적으로 남자들이 후원회장을 맡더라도 정작 CO 본인이 의지하는 사람은 '여성'일때 그녀들의 감정노동은 더욱 비가시화된다. 여기서 고민을 좀 더 밀어부친 발제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좀 어려웠다. 다음 달 되고 좀 한가해지면 책도 더 읽고 그래야겠다.

 

6. 내가 의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후원회장은 누구에게 부탁하는게 나을까. 

 

5. 어제 뒤풀이를 마치고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12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에 젖어있다가 다시 잠이 들어벼렸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는데 그 누군가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갈수록 더 몸을 사리는 내 자신이 보인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4. 밀린 빨래와 청소를 끝내고 산책을 나갔다. 해방촌오거리에서 후암초등학교를 지나 용산도서관 쪽으로 걸었다. 처음 걸어본 길들이었다. 용산도서관 바로 위로  남산도서관이 보였고, 반대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니 202번 종점이 나왔다. 거기부턴 학교 다닐 때 매일 걸어다니던 길이다. 도서관이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종강하면 산책삼아 도서관에 자주 왔다갔다 해야겠다.

 

3. 근처에 공원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머릿 속이 생각들로 가득 찼을 때 바깥으로 나가 이어폰 꽂고 거닐다가 또 벤치에 앉아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그리웠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아야겠다. 그럼 혼자 누워서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을테니 말이다. 돈을 왕창 벌거나 아님 헤이스팅스로 돌아가거나.

 

2. 교생 시작 직전에 사놨던 스파게티 재료들을 가지고 저녁을 해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다. 남은 면을 헤치우려고 다 부었다가 면이 너무 많아서 먹다가 남겼다. 내일 저녁에 다시 데워서 먹게 되겠지.근데 면이 불어 있으면..?뜨씨..

 

1. 졸업논문 제출일자가 다가온다. 어서 끝내야 할텐데, 내일부터 다시 빡센 일상이 시작된다. 꿈만 같은 이 기간이 어서 지나가버렸으면.

 

0. 이 블로그를 계속 쓸지 아님 다른 곳으로 옮겨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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