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0/05/19

교생일기 3

 

교생들은 매일 실습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 날 참관한 수업, 지도강화 내용, 하루 소감 및 반성 등의 란을 채워서 지도교사에게 제출하면 코멘트를 작성해서 돌려주신다. 일기장 검사랑 비슷하기도 하다. 꽤나 두꺼운 실습록인데 어느새 빈 칸이 얼마 남지 않았다. 4주 기간 중에 3주하고 절반을 보냈고 게다가 내일은 학년별 산행, 모레부터는 연휴이다. 사실상 수업을 하는 날은 딱 한 주 남았는데 그 한 주가 마지막 고비가 될 듯 하다.

 

팔자에 없는 교생전체대표 수업을 떠맡아서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그 자리만은 피해보려 했는데 못 하겠다는 의사를 좀 더 강하게 표현을 했어야 하나보다. 졸업논문 초고 제출일이 대표수업 전전날인데, 오늘 사람들에게 나 졸업논문도 써야해서 정신없다고 했더니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고 한다. 대표수업 정할 때 졸업논문 얘길 했으면 당연히 대표수업을 면제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듣고 나니 좀 억울해졌다. 난 대표수업은 대표수업이고, 졸업논문은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얘기를 안 했던 것인데. 내가 지레 짐작으로 사람들을 또 못 믿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오늘은 1,2교시에 각각 특수교육교사의 시범수업과 사서교사의 시범수업을 참관했다. 특수교사를 보니 베리 생각이 문득 났다. 베리는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방촌 이사오고 나서 연락해봐야지 했는데 그렇게 두 달이 지나도록 연락 한번 안 해봤다. 특수교육에선 '통합교육'이 하나의 이슈인 것 같은데, 내 삶의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별 할 말이 없다.

 

특수교육에 비해 도서관에서 진행된 사서교사의 수업은 훨씬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일반 교실에 비해 도서관 공간은 전체적으로 산만한 분위기를 풍기긴 했다. 오늘 지켜본 수업은 "책 구조의 구성요소를 알아보고 문헌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라는 학습목표 하에 전개되었다. 올 초였나, 내 나이 스물 일곱이 되어서야 비로소 책 뒤에 있는 바코드 읽는 법을 염한테 배웠는데, 오늘 보니 아이들은 벌써 서지정보 읽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냥 왠지 부러웠다. 바코드 읽을 줄 안다고 해서 한 개인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바로 생기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말이다.부러우면 지는건데.

 

아이들을 하루종일 보고 있다보면 난 저 나이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난 언제부터 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 시점이 내 기억으론 중1때쯤부터가 아닌가싶다. 내 말투 내 행동 내 성격 내 인간관계등등에 대한 고민을 의식적으로 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럼 난 그 때부터 자의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일까. 근데 이렇게 '나'에 대한 고민을 가능하게 한 출발점은 외부의 자극이었을까 아니면 내부로부터 시작된 변화였을까. 등등의 질문들.

 

나에게 교육학은 교육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고, 교육이 무언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내가 사는 이유 그리고 내가 지금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이 되었다. 내가 꾸역꾸역 대학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이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자극을 던져 주는 것이라면, 내가 지금 만나는 초등학교 3학년들의 눈높이에서는 교사로서 무슨 수업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고민을 놓치지 않는다면 대표수업을 준비하는 데에도 뭔가 아이디어가 계속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자기주문을 걸어본다.

 

 

 

아자아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