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under the weather

- 목요일 오후. 이탈리아에서 돌아온게 월요일. 쉬지도 못하고 화요일부터 바로 아침 9시 학원 수업을 들었더니 그나마 남아있던 진이 다 빠져버린 듯 하다. 3주간의 여행, 그 동안은 보통 여행을 오래하고 돌아오면 활력에 넘쳤던 것 같은데, 그게 또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뭔가 좀 이상하다..이게 영국 날씨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요 며칠 날씨도 기분 변화에 큰 몫을..

 

- 3주 휴가에서 돌아오니 오후반 선생이 바뀌어 있었다. 여기와서 선생님들과는 다 무난하게 잘 지내왔던 것 같은데 이번 선생은 영 나랑 궁합이 안 맞는듯 하다. 논술학원에서 컴플레인을 받았을 때의 느낌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 때 학생들이 나에게 이런 느낌을 가졌던 것일까 하는. 서로 안 건드리고 적당히 거리 유지하며 지내면 좋을텐데, 기어이 오늘 선생이 나를 건드리고 말았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서로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오늘은 정말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다가 눈물이 찔끔 나버렸다. 아마 그 선생도 나처럼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을 곰곰이 곱씹고 있을까. 마치 내가 컴플레인 받고 나서 내 행동을 되돌아보며 아쉬워하고 후회하듯이 그 선생도 오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을까 그러면서 힘들어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다가 내가 왜 그 사람 감정까지 이렇게 헤아려야 하지 흥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다음 주면 어차피 다시 반이 바뀔텐데,, 내 안에서 이미 한번 틀어버져린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든다. 유감스럽게도. 물론 나도 때론 면접, 첨삭, 토론 대충 준비해서 오늘 하루만 잘 때워보자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여기서 선생들이 가끔씩 아무 교재 복사한거 들고와서 던져놓고 알아서 잘해봐라 그러면서 정해진 수업 시간을 때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때는 정말 내가 여기 왜 앉아 있는걸까 하는 회의가 더욱더 강해진다. 어디다 대고 얘기할 사람도 없고,,

 

- 지금 여기 있는 도시에서 지난 달 말에 살인(?) 사건이 났다. 아랍에서 영어공부하러 온 16살 난 학생이었다는데, 이 곳에서 악명높은 10대들에게 당했다고..오늘 정말 우연찮게 이 지역 신문을 읽었는데 온통 그 사건 얘기였다. 그러면서 여기 헤이스팅스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국의 다른 신문들을 비판하는 한편, 희생자의 가족들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헤이스팅스가 나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흔적이 너무나 역력했다. 몰랐는데 이 곳에 1년에 방문하는 외국학생이 무려 35,000명..엄청난 수입을 가져다 주는 셈이다..리버풀이나 브리스톨에 며칠 머물면서 느꼈던 이 곳과는 다른 느낌들이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실업자가 다른 도시보다 많고, 주요 수입원은 관광&영어학원 산업인 도시의 분위기. 내가 유색인종이구나 하는 느낌을 늘 자각하게 하는 도시. 나야 뭐 호스트패밀리와 잘 지내고 있지만, 암튼 사건 터지고 이 지역 신문에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니 급 정이 떨어지려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