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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오늘은 수요일. 오전 수업밖에 없는 날이다. 지난 주 수요일에 배틀 애비에 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은 수, 아만다, 캐롤린과 함께 타운센터로 쇼핑을 나갔다. 내일 저녁에 팬시 드레스 파티가 있다고 해서 썩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처음 가보는 학교 파티인데 하는 생각에 동네 구경 더 한다고 생각하고 샵을 찾아 돌아다녔다. 결국 싸고 적절한 것을 구하진 못했지만, 인포메이션 센터도 가봤고, 같이 간 사람들 캐릭터도 좀 더 알게 된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랄까.
홈스테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좋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플랏에 안 살고 여기 계속 눌러살기를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로. 나에겐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다. 홈스맘은 늘 새로운 베지테리안 요리로 나의 입을 즐겁게 해주시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은근슬쩍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까지 만들어 주신다.(사실 점심용 샌드위치는 내가 좀 애매한 태도를 취해서 얼마든지 홈스맘도 모른채 할 수 있는 건데, 눈치로 봐선 내가 다른 얘길 하지 않는 한 계속 싸주실 것 같다. 다만 내가 스스로 좀 미안한 것과, 다음 주부턴 체코에서 새로운 학생이 오게 되는데 그럼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다.)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조나단이 집에 방문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지난 월요일에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 맥주 추천해줄 게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와우 오늘 기네스 맥주를 선물로 사와서 함께 먹었다. 사실 홈스테이에서 주는 밥은 얼마든지 잘 먹지만, 방에서 밤에 혼자 잠들기 전에 맥주 한 캔씩 홀짝홀짝 먹는게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신경쓰였는데 오늘은 공식적으로 함께 맥주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_- 게다가 다른 맥주도 아니고 기네스 맥주를.ㅎㅎ 심지어 오늘 저녁은 안남미(특이한건 만두 찌듯 쌀을 쪄서 밥을 만든다는 거)에 볼로네즈 소스를 얹어 먹어서 너무나 맛있었다. 역시나 평소 나의 양의 두 배였지만 느리게 먹는 다는 점을 강조하며 꾸역꾸역 먹었다. 배가 불룩 나오고 있다. 여전히 전체적으론 홀쭉하지만. 배만 나오는 건 싫은데. 허허
은행 계좌 만드는 일을 끝냈다. 300파운드를 입금 시켜놓았다. 초 절약 모드라 플랏 돈을 내기 전까지는 큰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술 값과 기차 값 정도?
일요일에 겸사겸사 런던에 가볼 것 같다. 하비엘이나 안드레아스와 연락을 해봐야겠다. 내일은 결국 노트북을 들고 학교에 가야만 할 것 같다. 홈스테이 다 좋은데 인터넷을 못 쓰는 게 쥐약이다. 메이화가 알려준 자원봉사 센터도 알아보고, 8월로 생각하고 있는 에딘버러 여행도 알아보고. 9월에 있는 공식 2주간의 기간 동안에는 어디로 무슨 여행을 갈지도 미리 고민해보고. 후후 그렇지 않으면 똑 같은 스케줄로 점철된 일상에 파묻혀버릴 것 같다. 문제는 다시 돈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 좀 우울하다. 뭘 하든 돈이 필요한 것처럼만 느껴지니..파트타임 잡을 계속 알아봐얄 것 같다.
참, 홈스테이 맘과 조나단이 결국 나의 파티 의상까지 다 마련을 해주었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사진을 꼭 찍어놔야겠다.
라이스푸딩
여전히 무언가 길어보이는 하루, 그러나 조금씩은 익숙해지는 느낌. 두 번째 맞는 월요일이다. 9시에 시작해서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끝나는 수업은 질릴만도 한데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몸이 항상 뻐근한 느낌이다. 학교에는 배드민턴, 탁구, 배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하루에 늘 근 4km 이상씩은 걷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뻐근한 이유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겠다.
저녁에 홈스테이에 돌아왔더니 홈스맘의 아들과 그 친구분이 집에 있었다. 인상 좋은, 덩치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자신의 데모 앨범을 갖고 있는 28살 난 멋진 분이다. 홈스맘에 따르면 몸은 느리지만 말은 무지 빠르다. 그래도 몇 단어씩 알아들을 때는 기분이 므흣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potato jacket 이었다. 무언가 앞뒤로 수식어가 더 붙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감자와 토마토소스와 함께 끓인 콩, coleslaw, 샐러드까지 오늘도 역시나 엄청난 양의 음식이었다. 나의 러블리 홈스맘은 나보고 많이 먹으라면서 음식들을 많이 퍼주셨다. As usual I tried to eat them all, but today was very difficult to do that. 감자에 버터를 가득 발라서 주시면서 자기는 살찌니깐 그러면 안 된다고, 근데 난 살이 쪄야하니 많이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기꺼이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어찌나 느끼함에 오바이트를 하고 싶어지던지.ㅠ 정말 처음으로 김치와 고추장과 쌈장이 생각났다. 한국에서 크림스파게티도 좋아했으니깐, 느끼한 음식에 질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오늘은 좀 괴로웠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의 디저트는 (나중에 미화한테 들어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라이스푸딩’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먹는 동안 설거지를 다 하고 디저트를 준비해 온 홈스테이 맘에게 평소처럼 이건 뭐냐 물었더니 라이스와 아이스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웁스, 안 그래도 배가 터져서 꾸역꾸역 남은 내 몫의 감자를 처리했는데, 또 다시 라이스라니 그것도 딸기잼이 함께 있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텐데 그 순간만큼은 마치 한국에서 아플때만 먹는 흰 쌀죽에 딸기잼이 들어있는 언발란스한 그림이 자꾸 그려지면서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나오려고만 했다. 흰쌀밥에 우유를 말아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래도, 바로 어제만 해도 너무나 맛있는 디저트-요거트와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난 두 종류의 위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나는 식사용 하나는 디저트용이라면서 잘 먹었기 때문에, 오늘 ooh I’m full enough 라고 해도 나의 러블리 홈스맘이 말하길 but you have two stomach, don’t you 하시는데 속으론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ㅋㅋ
어찌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 난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디비디가 다 공짜인줄로만 알았다. 브록백 마운티과 원스와 본 얼티메이텀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빅피쉬와 등등 보고 싶은 디비디들 사이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당장 세편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행복한 고민 끝에 세개를 골라서 당당히 내밀었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편당 3파운드씩이라고 한다. 웁스. 그 때의 난감함이란. 안 그래도 안 되는 영어가 속 깊숙히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도서관 직원이 너무나 친절한 분이셔서 머쓱한 상황을 잘 모면했지만, 생각하면 진짜 웃긴 시츄에이션이었던 것 같다. 그 직원은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ㅎㅎ
오늘 해야할 숙제는….단어가 기억이 안 난다. 분명히 공부하면 할 게 많은데 난 여전히 수업에서 자극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내일은 늦잠 자지 말아야지. 여유롭게 학교에 가보자구.

나의 사랑스러운 홈스맘과 아들 조나단, 그리고 조나단의 친구. 앞에는 너무나 느끼해서 힘들었던 자켓 포테이토. ㅎ

이 곳은 여기 학생들이 미팅 포인트로 삼는 '언더더브리지'. 위에는 철길이고 아래는 차도이다. 근처에는 모리슨이 있다. 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다리 밑으로는 새똥들이 수두룩 하다. 안 맞으려면 긴장하고 걷게 된다. 으흐.


시내 바로 옆에 붙어있는 헤이스팅스 성에 올라가 바로본 해변.
헤이스팅스. 내가 듣기론 10만명이 안 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이다. 처음으로 타운센터에 나가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핸드폰을 만들었는데, 저녁에 홈스테이 들어와서 이것 저것을 만지다가 뭘 잘못 건드렸는지 내가 알 수 없는 비밀번호를 대라고 해서 급 당황, 홈스맘에게 말했더니 일요일에도 핸드폰 가게가 문을 여니깐 걱정말라고 말한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었고, 난 외국인이라서 혹은 6개월밖에 안 머물거라서 총 4권의 책 혹은 디비디를 빌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말이 더 되면 더 물어볼텐데. 허허. 무선인터넷은 잡히는게 없어서 쓰질 못했고 대신에 거기 있는 컴퓨터를 썼다. 비용은 공짜.ㅎㅎ 메일 확인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에딘버러에 가는 비행기 티켓도 대충 살펴보았다.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에는 숙소를 잡기가 힘들다고 하니 미리 예약을 하려면 일정도 대충 생각을 해보아얄 것 같다.
타운센터에서 학교 학생을 한 명 만났고, 도서관에서 나와 걸어가는 길에 홈스맘을 발견, 짐을 들어드리면서 같이 걸어왔다. 러블리 모리슨에서 내가 좋아하는 파블로를 만났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파블로, 그의 표정이 너무나 좋은데 내가 너무 좋아하는 티를 냈더니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으흐. 모리슨에선 한국 학생들을 무려 3명이나 만났다. 토요일 오후, 다들 저녁 먹기 전에 나와서 쇼핑을 하는 시간이었나 보다. 헤이스팅스 ‘시’가 아니라 무슨 망원동쯤 되는 곳에 다들 함께 사는 것 처럼 느껴진다. 동네가 작긴 작다.
홈스테이 저녁은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호박비슷한것, 당근, 그리고 또…를 썰고 그 위에 달걀을 푼 요거트를 얹고 페타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구워낸 음식. 너무 맛있었다. 오븐에 데워진 마늘빵도 너무 맛있었다. 러블리를 일상에서 연발하시는 나의 홈스맘. 정말 러블리하시다.
눈치있는 사람은 어딜 가든 환영받는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살기에 얼마든지 당당해질 수도 있겠지만, 남의 집에 눌러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기에 홈스맘의 기분과 눈치를 잘 살피면 의외로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히. 다음 주부터는 홈스맘이 점심도 챙겨줄 것 같다. 호호호. 홈스테이를 옮긴 것이 전화위복이 된 건 확실한 것 같다.
오늘 여기와서 처음으로 잠깐이나마 연수가 끝나면 돌아가서 무얼 할까, 졸업을 하게 될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하게될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얼른 귀가 트였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을 빌려와서 보아야겠다. 밥딜런 씨디도 빌려서 노트북에 옮겨야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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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조나단 친구분 안경...웬지 내 안경과 비슷한 거 같아ㅋ해변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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