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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라이스푸딩

 

여전히 무언가 길어보이는 하루, 그러나 조금씩은 익숙해지는 느낌. 두 번째 맞는 월요일이다. 9시에 시작해서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끝나는 수업은 질릴만도 한데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몸이 항상 뻐근한 느낌이다. 학교에는 배드민턴, 탁구, 배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하루에 늘 근 4km 이상씩은 걷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뻐근한 이유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겠다.

 

저녁에 홈스테이에 돌아왔더니 홈스맘의 아들과 그 친구분이 집에 있었다. 인상 좋은, 덩치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자신의 데모 앨범을 갖고 있는 28살 난 멋진 분이다. 홈스맘에 따르면 몸은 느리지만 말은 무지 빠르다. 그래도 몇 단어씩 알아들을 때는 기분이 므흣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potato jacket 이었다. 무언가 앞뒤로 수식어가 더 붙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감자와 토마토소스와 함께 끓인 콩, coleslaw, 샐러드까지 오늘도 역시나 엄청난 양의 음식이었다. 나의 러블리 홈스맘은 나보고 많이 먹으라면서 음식들을 많이 퍼주셨다. As usual I tried to eat them all, but today was very difficult to do that. 감자에 버터를 가득 발라서 주시면서 자기는 살찌니깐 그러면 안 된다고, 근데 난 살이 쪄야하니 많이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기꺼이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어찌나 느끼함에 오바이트를 하고 싶어지던지.ㅠ 정말 처음으로 김치와 고추장과 쌈장이 생각났다. 한국에서 크림스파게티도 좋아했으니깐, 느끼한 음식에 질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오늘은 좀 괴로웠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의 디저트는 (나중에 미화한테 들어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라이스푸딩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먹는 동안 설거지를 다 하고 디저트를 준비해 온 홈스테이 맘에게 평소처럼 이건 뭐냐 물었더니 라이스와 아이스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웁스, 안 그래도 배가 터져서 꾸역꾸역 남은 내 몫의 감자를 처리했는데, 또 다시 라이스라니 그것도 딸기잼이 함께 있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텐데 그 순간만큼은 마치 한국에서 아플때만 먹는 흰 쌀죽에 딸기잼이 들어있는 언발란스한 그림이 자꾸 그려지면서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나오려고만 했다. 흰쌀밥에 우유를 말아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래도, 바로 어제만 해도 너무나 맛있는 디저트-요거트와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난 두 종류의 위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나는 식사용 하나는 디저트용이라면서 잘 먹었기 때문에, 오늘 ooh Im full enough 라고 해도 나의 러블리 홈스맘이 말하길 but you have two stomach, dont you 하시는데 속으론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ㅋㅋ

 

어찌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 난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디비디가 다 공짜인줄로만 알았다. 브록백 마운티과 원스와 본 얼티메이텀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빅피쉬와 등등 보고 싶은 디비디들 사이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당장 세편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행복한 고민 끝에 세개를 골라서 당당히 내밀었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편당 3파운드씩이라고 한다. 웁스. 그 때의 난감함이란. 안 그래도 안 되는 영어가 속 깊숙히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도서관 직원이 너무나 친절한 분이셔서 머쓱한 상황을 잘 모면했지만, 생각하면 진짜 웃긴 시츄에이션이었던 것 같다. 그 직원은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ㅎㅎ

 

오늘 해야할 숙제는.단어가 기억이 안 난다. 분명히 공부하면 할 게 많은데 난 여전히 수업에서 자극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내일은 늦잠 자지 말아야지. 여유롭게 학교에 가보자구.


 


 


나의 사랑스러운 홈스맘과 아들 조나단, 그리고 조나단의 친구. 앞에는 너무나 느끼해서 힘들었던 자켓 포테이토. ㅎ

 


 



이 곳은 여기 학생들이 미팅 포인트로 삼는 '언더더브리지'. 위에는 철길이고 아래는 차도이다. 근처에는 모리슨이 있다. 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다리 밑으로는 새똥들이 수두룩 하다. 안 맞으려면 긴장하고 걷게 된다. 으흐.


시내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청소기 수리점. 보자 마자 원스가 생각나서 한 컷 찍었다. 원스가 보고싶어져서 노트북을 낑낑 들고 학교로 가서 인터넷 다운을 받을랬더니 웬걸, 영화 하나 다운 받으려면 하루종일 걸릴 것 같다.ㅠ

 


시내 바로 옆에 붙어있는 헤이스팅스 성에 올라가 바로본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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