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 다르다. 여유가 없으면 글을 읽을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 심지어 신문 가사라도 관심이 가지 않으면 읽을 수 없다. 바쁠 때(여유가 없을 때)는 눈으로 대강 스윽 훑고 만다. 스윽스윽 훑다 그냥 지나쳐버린다. 나는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모른다. 아니 알 도리가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바쁠까? 물론 그 이유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새벽까지 마신 술, 오후 늦은 시각에 눈을 뜬다. 늦은 만큼 도로는 붐빈다. 서둘러 유인물을 챙겨들고 서면으로 향한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집회에서 얼굴을 본 듯한 남자 둘이 현수막을 걸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고, 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번 집회에서 만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이름을 물어보지 않는다.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상위에 푸른 천을 펴고 유인물과 서명 용지를 펼쳐 놓는다.

나는 내가 들고 온 유인물을 제쳐두고 4대강 반대 유인물을 한 움큼 집어 들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나우어 준다. 사람들은 유인물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멍하게 서 있는 사람이나 바쁘게 오가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오고가는 사람들이나, 서 있는 사람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핏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치 극장에서 스크린 위의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게 그들과 나는 분리된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너무 바빠서 세상사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세상 이야기는 나와 무관하다. 강을 파건, 보를 세우건 나와 무관한 일이다. 나에겐,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고 할 말이 없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러보면 모든 사람이 웃거나 찡그리거나 혹은 소리 지르며 전화기를 얼굴에 붙이고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가만 보면 듣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유가 더 없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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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8 20:53 2012/01/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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