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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 아나운서가 죽었다. 가장 '열심히'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전영혁의 음악캠프, 정은임의 영화음악)이었었는데..뇌부종으로 죽었다고, 보도되었다. 이제 정말 고민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일까...고인의 명복을...

 

음, 모든 몸의 상처처럼 뇌도 다치면 부을 수 있는데, 그게 다른 건 좀 부어도 괜찮지만, 뇌는 그렇게 부어버리면 그만 끝이라고, 예전에 내가 병수발차 찾아갔던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가 그랬다.

 

인간이 도데체 어떤 면이 동물과 다른가?라고 물으면, 글쎄, 딱 하나, 체중에 비해 굉장히 넓은 표면적을 가진 뇌를 가졌다는 것 말고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아직까지 기억나는, 17살 고등학교 시절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내가 병수발차 찾아간 병원의 옆 병실에서 봤을때는 25살. 그러니까 만 9년째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그 젊은 남자. 몸을 아예 못 움직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음식을 삼킬수도 없고 말도 못하고 버둥거리며 기초적 생리대사만 하고 있던 그 젊은 남자가 다시 기억에 떠오른다. 모든 것이 보통사람과 같고 단 하나, 뉴런의 연결고리가 일부분 끊어진 것 뿐인데.... 아마 그렇게 수십년을 살 수 있을 그 젊은 남자. 호흡은 할 수 있어서 뇌사는 아니지만, 꼼짝도 못하고 말 한마디 못하고 석달째 하늘만 바라보던 옆 병실의 할아버지도 기억이 난다. 커다란 뇌수술 자국만 남긴채, 매일 왔다갔다 하던 아들들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여기 이렇게 기록을 남기듯, 사람은 관계와 친밀함을, 느낌과 판단을 뇌속에 기록으로 남긴다. 하드디스크가 잘못해서 지워지면, 쩝..하면서 아쉬워할 수 있어도, 그 뇌속의 기록이 사라지면, 도데체 그 친밀함을 공유한, '나'라는 데이터가 지워진 그 사람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인가? 아니, 나는 나의 기억과 느낌을 나의 '뇌' 어떤 곳에 분명히 저장한다. 그건, 매일매일 내가 확인하는 것이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그럼, 그 부분의 뉴런이 죽어버리면, 나는 나인가?

 

아주 가끔씩 STEM CELL 연구를 하고 싶을때가 있다, 아직까지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물론 나의 전공과 너무 멀어 그냥 공상일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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