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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전문 분야도 아니면서 월권을 행사한다고 인권위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권고안에 대해 술취한 사람처럼 말을 한 노동부장관의 인터뷰기사를 유심히 보니, 결국, 그는 전문가란 말인데, 왜 설득력있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조선일보 사설을 보니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괜히, 혹시, 다른 뭔가가 있는가 싶어서 궁금했었는데...

이해가 되지만,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일한 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인지), 혹은 그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때문에 진짜 이 사안이 너무 복잡해서, 지금 정부(자신)의 해법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다(충분히 그럴 수도). 그러니 내가 이해가 된다는 말은, 사실, 약간 넘겨 짚는 면도 있다(첫번째 생각으로).

장황하게 이야기하면서(특히, 이 주제는 복잡하다고 말하며) 주장을 펼치는, 그 주제에 대해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사실 그 주장의 대상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혹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자연과학을 계속하면 할 수록 느끼는 점이다(갑자기 얼굴이 붉어진다^_^;;).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몇가지 갈피를 통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가능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하는 바 다름 아니다. 즉, 잘 알면 아무리 복잡해도 쉽게 이야기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한다. 아니면 모른다고 밝힌다. 

물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같을 수는 없지만, 자연과학이 "물질"에 대한 통제된 실험의 반복된 측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해를(약간 논란이 있지만^_^;)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보편적 원리를 밝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사회과학은 인간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의 작동원리를 관찰하여 얻어진 역사적 해석으로 "인간"집단의 보편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보면, 조선일보의 사설처럼 이번 일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가능하게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근거(부르주아적 보편성)에 바탕하여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부장관의 말은 그의 과거를 보고 추측하건데, 굉장히 비겁하거나, 혹은 그의 과거가 거짓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의 행적을 타인이 쉽게 판단할 수 없으니 그걸 거짓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월권이고, 그렇다면, 결국, 그는 지금 굉장히 비겁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내가 아는 그의 과거란 그의 이력서이니, 이력서를 가지고 내가 알 수 있는 그의 과거가 도데체 무얼 뜻하는 걸까?)

 

얼마전에, 같이 일하던 중국인이 회사로 옮길려고 이런 저런 회사를 알아보면서, 협상을 하는것을 옆에서 보았는데, 주된 협상의 내용은 "언제 해고를 통보하는가"였다. 그러니까, 정리해고가 있을때, 삼개월 전에 할 것인가 육개월 전에 할 것인가 하는 것들. 어차피 정규직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 미국이니, 해고를 언제 알려 줄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협상의 내용이다.(물론, 협상을 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사람에 한해서) 그렇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사회보장은 지켜진다. 나도 비정규직이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동일 사회보장을 받는다. 내 연구실을 청소하는 파견직 멕시코계 아줌마도 정식으로 고용된 대학 수위와 동일한 노동-보험계약을 한다. 그가 불법 체류자가 아닌한. 그걸 그 장관이 모를까? 아직 동일시간 노동 동일 임금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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