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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개새끼들

미친놈들"

 

지금 나는

엄청 큰 소리로 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딘가 마구마구 지금 내 속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뱉어내야지만이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욕을 입밖으로 잘 뱉어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어린 시절,

욕하며 싸우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지켜보면서-,

욕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시끄러웠다.

웬 고상한 결심이람, 이라고 사춘기 시절에 이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해봤었지만,

되지 않았다. 진심으로,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딱히 욕을 해야 할 일들이 생기지도 않았다.

욕 할 마음이 들지 않는데, 옆에서 다 한다고 일부러 욕을 하는 건 유치하게 느껴졌다. 

난 내가 욕을 하지 않는거라고 믿기로 했다. 사실은 못하는 거 였으면서.  

 

대학에 와서, 내가 얻은 것들, 배우고 나서야 내게 절실했음을 알았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분노하기, 이다. 정확히는, 분노한 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 랄까.   

바로 이런 마음이 '분노'라는 거구나, 하는 걸 느끼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내 대학생활의 어떤 시기는, 오롯이, 분노하는 마음만이 내 온 몸을 채우고 나를 움직이게 하기도 했다.

그게 내 분노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 믿기도 했었다.

 

분노보다는 사랑이, 내게 더 행복한 동력일 수 있다는 것,

더 힘든만큼 더 가치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받아 안은 이후에 나는 분노하더라도 오래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

분노할 일도 새삼 줄었으며, 편안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들.

분노의 감정을 넘어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만큼 활활 타올라 내가 죽어버려야만 가라앉을 듯한

그런 일들이 있다.. 오늘이, 또 그러하다.

 

"개새끼들

미친놈들"

 

기타 등등의 욕을 하고 싶지만, 또 나오지 않는다.

"개새끼" 라고 하면, 어쩐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공격인 듯한 느낌과, 어째서 '개'취급 받는 게 욕인가 싶기도 하고,

'미친' 사람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지는 "미친놈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걸 따지고 있는 나 자신도 미친년일지 모르거든. 내 분노를 알맞게 표현해 줄 수 있는 통쾌한 말들은 과연 있기나 한걸까.

 

모르겠다.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지만, 그 사정을 공개적으로 밝힐 사정도 되지 못한다. 젠장할. 젠장할.

 

모쪼록 내가 살아나갈 수 있길. 내가 할 수 있는 내 몫을 해나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란 이 포스트 제목은 김연수의 소설들 중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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