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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1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노이
  2. 2007/03/11
    소모임 소개글
    하노이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

 

사람들을 대량으로,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만나게 되는 기간이 올해에도 왔다. 

시작 그리고 끝의 무수한 가닥들이 맞닿아 겹쳐지는 경계의 시기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라는 말들을 보고 듣는데,

이런 류의 말들이 괜시리 내 마음 속에 크게 울렸다.

 

나의 경우엔,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볼 때에,

'아, 참 좋다'라고 내 마음이 따스해지는 때는 많더라도,

'아, 이들과 너무 너무 친해지고 싶다'라고 내 마음이 달아올라 조바심이 나는 때는 많이 적어졌다.

 



 

그건

 [다가간만큼의 멀어짐을 인정하기] 라는 이전 글에서와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는데,

내가 이전의 관계들에서, 가까이 간 만큼의 멀어짐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게 있어 무언가와 '친해진다'는 것은,

부단한 부딪침,

때로 그 부딪침은 서로를 감싸안아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도 하고

때로는 뜨겁게 활활 타올라서 진땀을 빼게 하는 것은 물론 데어서 아프기도 하고

짓물러서 피와 고름이 흘러넘치기도 하는,

그런 부딪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굳이

'친하지 않았을 때'라는 표현을 쓰자면,

친하지 않았을 때의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피상적이거나 가식적이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보인 그 모습, 내가 보인 그 모습은 그 자체로 나였고 그 자체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무언가에 있어서 '껍데기' 가려진 '본질'이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내가 그닥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며,

내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의 관계와는 또 '다른' 무엇, 그 사람의 무엇,

그리고 나의 무엇을 발견하고 싶고 확인해나가고 싶은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 같으면서도 또 다른 부딪침의 과정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러면서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어떤 류의 감정들-사랑, 미움, 원망, 고마움, 기쁨 등등-을 상상하게 된다.

 

내게 있어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참 이중적, 다중적이다.

너무 좋지만, 그래서 미리 슬프다.

 

미래의 슬픔을 가져와 느끼는 척하면서 관계를 닫거나

더이상 새로이 맺어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굳이 '나'와 '그 무언가'가 친해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즐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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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소개글

 

2007년 새내기 자료집용.

무겁자면 너무나 무거운, 가볍자면 너무나 가벼운.

말 말 말 말 들.

 



<여우입술 소개글>


 


관계자 외 절대 환영~


여성주의 소모임 <여우입술>을 소개합니다! 




 안녕. 당신과 이렇게 글로 만나게 되어 -예상보다 더- 설레네요. 이 글을 누가 얼마나 읽어볼까, 내 마음의 천만분의 일이라도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은 잠깐 꽁꽁 싸매어 키보드 옆에 던져두고, 곧 있을, 언젠가는 있을, 당신과의 만남을 상상하며 여성주의 소모임 <여우입술>을 소개하려 한답니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나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드리자면, 나는 04년도에 새내기였고, 05학번들이 어설프게 새내기란 이름표를 떨어질듯 말듯 팔락거리며 붙이고 다니던 2005년 말경에 <여우입술>이란 모임을 제안해서 시작하게 된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소모임 ‘대표’냐구요? 대략난감한 표정을 날려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또 내 필요에 의해서, 나는 당신에게 아마도 되물을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대표’란 어떤 의미를 가진 거죠?”, “당신에게 ‘대표’란 어떤 건가요?” 라고. 꺄울. 상대하기 싫은 사람이다, 그쵸? 변명을 하자면, 내가 위와 같은 식의 대화를 즐겨 하는 이유는, 소크라테스 씨를 따라 하기 위해서라거나, 상대방이 내게 왜 저런 걸 묻는 걸까 하는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은 아니랍니다. 정말로 난 궁금한 거예요.


 


 너와 나, 당신과 나는 ‘똑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게 맞나요? 얼핏, 같은 문자에 같은 문법 틀 안에서, 더구나 지구 반대편 사람도 아닌, 멀어봤자 꿈의 열차 KTX로 3시간 안이면 갈 수 있는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이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정말 ‘똑같은’ 의미를 지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왜 대화를 하는 거죠? 어차피 다 아는 것들이 되는 게 아닌가요. 그런데, 아니잖아요. 우리는 대화를 하고, 오해를 하고, 다투기도 하고, 놀라서 감동 받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죠. 그건 왜죠. 내가 하는 말, 그리고 당신이 하는 말. 그 속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고 쟤도 있고 걔도 있어서가 아닐까요. 같을 수 없는 <사람들>의 마법 같은 어떤 것이, 계속해서 서로를 궁금해 하고 대화하고 싶도록 하는 게 아닐까요. 내가 말을 하고, 당신이 말을 하고, 쟤가 말을 하고, 걔가 말을 하고, 그러다 <우리>의 말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왜 이리 서두가 기냐’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무례한 생각 짚기를 잠깐 해봐요. 그런데 난 처음부터 계속해서 여우입술 소개를 하고 있는 게 맞아요! 나, 너, 쟤, 걔.. 이들이 서로 대화, 소통 할 ‘꺼리’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는,  “자신의 것이 아닌 적당한 껍질에 싸여서 적당한 이름들 속에 나를 숨기고 몸을 움츠린 채, 그 이름들에 모독당하면서” 살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였답니다. 특히 여우입술은, 그 '소통'이 여성주의들(feminisms)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며, 여성적인 것, 여성주의적인 사고를 매개로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답니다. 제인 프리드먼에 의하면 여성주의들(feminisms)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열등하며 여성이란 섹스로 인해 직면하게 되는 차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한다는 공통적인 기반이 있지만,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사람들 수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페미니즘들이 있을 수 있어요. 여우입술 속에도 그 다양함이 있지요. <반>구성원이면서 <여성주의>라는 끈의 관심을 공통분모로 해서,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일이든 그 어떤 생각이든 나눠볼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여우입술이예요. 함께 같은 책을 골라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모여서 소란스럽게 영화를 보거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그런 모임이에요.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이 글을 쓴 하노이를 붙잡고 <여우입술>의 “여우..”까지만 말을 꺼내면 너무 기뻐서 지구 밖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니, 이 분은 조심하시고, 주로 05학번 06학번 친구들을 붙잡고 물어주세요. 꺄하. 보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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