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3/06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3/06
    대추리와 나(7)
    하노이

대추리와 나

누군가 내게 '대단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분이 아예 나쁘다면 거짓일 것이고,

나름의 뿌듯함이나 우쭐함, '인정' 받았다는 느낌으로  

들뜨기도 했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하노이는 참 대단한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괜시리 서글퍼지고 외로워져서,

수도꼭지를 어설프게 돌려 틀어놓은 듯, 

내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쩐지 내겐,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 

'난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없을 거 같으니, 앞으로도 하노이 혼자 열심히 해'

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들릴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단하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자신과 나와의 거리를 크게 벌이는 것같은 느낌에,

괜시리 외로워졌던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겐 그/녀와 무언가 '함께' 하고 싶은, 그/녀가 내게 개입해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욕구들을 버렸다고, 놓았다고 생각해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이니, 불쑥불쑥 나타나는 일을 나도 막을 순 없잖아.  

 

대추리에 가서, 지킴이분들을 만나고 짧지만 곁에 있으면서

내가 계속해서 꿀꺽꿀꺽 삼켜 먹어야 했던 말이, '대단하세요', '멋져요' 였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쩐지 경계를 뚜렷하게 하는 것만 같아서(경계는 이미 있는데도..).

 

무언가,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딱히 생각나는 좋은 말이 없었다.

결국은 대부분을 침묵...

 

'이렇게 잠깐잠깐 띄엄띄엄 다녀가는 나 같은 사람들이 얄밉지 않으세요?'

라는 물음도, 하지 못했다. 어쩐지, 무언가가 두려워서..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공장만을 '현장'으로 생각하는 어떤 학생운동 활동가들을 보면서,

'당신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학교라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에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 다른 '현장'들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다'는 말걸기를 주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나는,

 

차별과 폭력으로 인한 피해조차도, 여러 권력관계들조차도 위계적으로 생각하는 듯이-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나는,

 

내 생활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 다른 종류의 운동들과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것들 간의 연결지점을 찾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했다.

     

굳이 거칠게 내가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나누자면,

나는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 내가 보고 듣고 읽고 느낀 것들을 통해

내가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영역과의 연결지점-그건 나 자신과의 연결을 찾는 노력과 유사하고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을 언어화해내거나 교류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여러 상황들에 놓이번 나는 매번 이런 생각들로 갈등하고 고민에 빠진다.

대추리에서 2차 철거가 있던 전날에 대추리의 길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용역버스를 막다가 철거가 시작되기 직전, 단대 학생회 차원에서 내가 속한 단대는 철수하고 서울로 올라가 저녁에 있을 국방부 앞에서의 집회 홍보에 주력하자고 결정했던 적이 있다.

이 때 집에 가서 나는 펑펑 울었는데. 대체 서울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라리 사람들이 모였던 바로 그곳에서 철거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지 하는 자괴감으로, 무력감이 컸었다..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내가 평택의 평화에 '관심'이 많고, 주민분들이나 지킴이분들에게 크게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쨌거나, 그 사안에 있어서의 나의 위치를 계속해서 성찰해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비하를 가장한 책임회피는 그만.

좀 더 뻔뻔스럽게, 내가 할 일들을 찾아 나가고 싶다.

 

덧/

지신밟기는 보기만 해도 서럽게 흥겨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_-

제대로 보지 못한게 아쉬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