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이후

기분 참 묘한 하루다. 웃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썩 나쁠 것은 없고. 429보궐선거가 종료되고 그 결과가 나오자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승리한 조승수 의원(!)에겐 축하를. 그리고 고군분투했으나 정동영 vs 민주당의 패륜행위 덕분에 빛바래버린 염경석 동지에겐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위로를.

각설하고...

선거결과를 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어차피 대~한민국 정치판이라는 게 정치적 도의라던가 정책이라던가 뭐 이런 고고한 분야들은 간 데 없고, 대충 인물보고 찍는 데다가 특히나 보궐선거라는 게 동네 유지 중심의 조직표가 대세다보니 아주 심오한 정치적 의미를 이번 선거에 부여하는 것이 저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 정국구도에 미묘한 파열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할만도 하다.

우선 선거결과를 보자.

이번 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각 분야에서(교육감 선거는 제외)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회의원 당선자
인천 부평 : 민주당 홍영표
울산 북구 : 진보신당 조승수
전주 완산 : 무소속 신건
전주 덕진 : 무소속 정동영
경북 경주 : 무소속 정수성

광역단체장 당선자
경기 시흥 : 민주당 김윤식

광역의원 당선자
서울 광진 제2선거구 : 한나라당 최준호
강원 양양 제1선거구 : 무소속 김양수
전남 장흥 제2선거구 : 민노당 정우태

기초의원 당선자
광주 서구 다선거구 : 민노당 류정수
충북 증평 나선거구 : 민주당 연종석
경북 경주 마선거구 : 무소속 이철우
경북 경주 아선거구 : 무소속 박승직

이상 선거결과를 보면 일단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깃발 들고 나선 주자 가운데 당선자는 서울 광진에서 출마한 최준호가 유일하다. 가장 관심이 많이 쏟아졌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0이라는 참패를 겪었다. 탈당을 불사하고 선거에 돌입했던 정동영과 정동영의 후광을 받으며 나섰던 신건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민주당은 부평에서 한 석을 건졌다. 지자체 선거 역시 무소속 약진의 현상을 보이는데 물론 소속만 무소속이지 나중에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고...

이러한 선거결과를 가지고 각 정치세력의 대응에 대해 간략하게 예측해보면 이렇다.

청와대 MB
문제는 이 MB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 일반적 상식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향후 진로를 예측하긴 참 어렵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뿔사 이제 조때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쉬우나, 지금 청와대 앉아 있는 MB는 까놓고 이야기해서 정치의 ㅈ자도 모른다. 아는 건 돈밖에 없어서뤼... 따라서 MB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결과를 가지고 한나라당의 무능으로 치부하는 한 편, 나는 나대로 가던 길 간다는 식으로 계속 주접을 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르는 거 있으면 형님에게 물어보면 되고. 다만 이재오의 거취가 주목되는데, MB입장에서 현재로서는 박근혜랑 싸움붙여 놓을 만한 수준이 이재오 정도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여 지나는 동안 박희태나 홍준표는 박근혜하고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거등. 물론 그 배경에는 MB가 있지만, 지가 그걸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뭐 어쩌겠나...


한나라당
일단 지도부는 죄다 자리 빼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MB보다는 정치라는 것을 안다. MB가 어찌 나오든 간에 현 지도부 중 상당수는 물갈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박희태. 요즘 보니까 발음도 어색한 것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무척 힘들어 하는 게 여실히 보이는데, 이 참에 정리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이번 재보궐에서 보여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라는 것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인데, 실제 대~한민국 인민 중 적어도 30%의 충성된 신민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동안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발뻗어도 그만이었는데, 이번 상황에서는 약간 떨 수도 있겠다. 최소한 당분간은 정부에 대해 큰 소리 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할 상황이 되었다. 형님께서 입닥치고 가만 계셔준다면 뭐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다만.


민주당
어쨌건 민주당 역시 남는 장사는 하지 못했다. 일단 정동영과 신건이 민주당 소속이 아닌 상황에서 당선이 되었는데, 이걸 당장 재입당시키자니 쪽팔리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뭐 그럴 거다. DJ가 대승적 차원에서 같이 가라고 한 마디 하면 그 때 가서야 할 수 없는 척하고 받아들이겠지. 문제는 정동영뿐만이 아니라는데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한미 FTA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였던 홍영표를 부평에 꽂아 넣었고, 그나마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일하게 당선되었는데, 바로 이 상황이 앞으로 반MB전선의 축에서 민주당의 역할을 상당히 축소시킬 거다. 닥치고 대동단결주의의 한 길을 달리고 있는 일부 재야세력이야 반MB만 하면 누가 되던 관계없다는 식으로 나설 수 있겠지만, 그게 이제 대세가 아니라는데 아픔이 있을 거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민주당이 핵심적 정치세력으로 활약하는 데에는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민노당
울산 북구 단일화와 관련해서 보여준 전형적인 민노당식 행태를 보면 솔직히 이런 집단과 단일화를 이야기한 진보신당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한다. 사실 그 동네 꼴같잖은 꼴 죄다 봤던 입장에서 김창현이 북구에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건 개코메디다. 게다가 박승흡이가 하는 짓은 더 가관이고. 아닌 말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김창현이 되었다고 한다면 박승흡이 그런 짓 했을까? 그건 뭐 어쨌던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노당은 본전치기는 확실히 했다. 뭐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었던 상황. 걍 지금까지 했던 대로 계속 가면 될 일이다.


진보신당
과정불문하고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번 재보궐선거의 덕을 톡톡히 입은 집단은 뭐니뭐니 해도 진보신당이다. 일단 진보신당은 창당 1년 만에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비록 1석이지만서도... 종잣돈이 이정도면 양호하다고 봐야 하는데, 과거 민노당이 원내진입을 하기 위해 그 당 이름만으로도 5년을 생고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양호하다고 봐야할 거다. 문제는 이 1석의 의석이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것이냐인데, 당장은 발언력이 높아질 것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2010에서 그 여파를 계속 유지하지 않는 한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요컨대 진보신당은 이번 조승수 당선을 말 그대로 본격적 창당과정의 시발점으로 삼아야할 것인데, 썩 그렇게 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걍 하던 거에서 한 발짝 정도 더 나간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다...


박근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재보궐에서 가장 큰 정치적 성과물을 쥔 것은 박근혜가 아닐까 싶다. 박근혜 없이 치루어진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한나라당에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는 동시에, 비록 특정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박근혜가 깃발 꼽은 곳에선 뭔가 된다는 것을 입증시켜주었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연댄지 뭔지가 힘을 얻겠지만, 반면에 견제도 더 강해질 것이다. MB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어쨌거나 박근혜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노이즈가 걸리면 걸리는 대로 자기 입지를 강화하는 방편이 될 터이니 남는 장사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물갈이 되는 과정에서, 과거 탄핵정국 이후 다 쓰러져가던 한나라당을 살렸던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핵심을 장악하게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430이다. 내일은 메이데이. 재보궐에서 완패당한 한나라당에게 진짜 인민의 생각이 뭔지를 보여주는 장이 마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뭔가 새롭다는 느낌이 살짜쿵 든다.

[덧 : 430 행사가 행인 있는 곳에서 벌어진단다. 그런데 어제 얼핏 보니까 몇몇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장들이 연명으로 이번 행사를 반대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더라. 학교가 반대하는 행사를 중운위도 모르게 유치했다는 이유다. 메이데이 행사를 유치하는데 중운위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절차적으로 확립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학교가 반대하는 행사를 왜 하냐는 취지의 글을 보면서 기가 막히더라...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해방구적 기능이 근래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중간부씩이나 하고 있는 학생들이 이런 류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암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얘네들은 인턴세대로 전락한 지들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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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30 07:01 2009/04/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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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9/05/03 00:20

    4.29 재보선 요약 0. 투표율 : 매우 높은 편 ㄱ. 유권자 131만9614명 중 45만4714명 투표 34.5% 투표율(교육감 투표는 제외). ㄴ. 국회의원 재선거 5개 지역 투표율은 40.8% (예년 평균보다 꽤 높은 투표 참여율) ㄷ. "지난 2000년 이후 16번의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30%를 넘은 것은 모두 7번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만 따졌을 경우 지난 2001년 41.9%를 기록한 이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1. 아하~ 430을 거기서 하는군요? 저야 내일도 출근했다가 집회가서 못 갈테지만... 여튼... 참 안습이로군요; 자기 존재를 배신하는 사람들이라니;

    • 존재의 배신이라는 것... 적어도 자기 존재에 대해 철저하게 현실을 일치시키는 면에서 맹바기가 대단해 보이긴 합니다. ㅎㅎ

  2. 민노당이나 '반MB' 따위와 구별되는 '새로운 진보'가 뭔지, 물론 안에서 죽어라 노력해야겠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나오면 밖으로 보여 주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종자돈이 되기를 바랄 뿐이죠. 최소한 이제 노/심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생겼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구요.

    430 야그를 꺼내시니 생각나는 건데.. 민주노총 홈피 갔다가 메이데이에 '촛불정신계승 범국민대회'인지 뭔지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게 먼 개소리여 하고 있슴다.

    • 노/심이 마음대로 뭔가를 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진 않았을 겁니다.^^ 아예 당 내 정치라는 것을 안 했기 때문에 걱정인 거죠.

      430... 암튼 미칠 것 같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3. 마지막 문장은 참... 뭐랄까... 이런 문장에는 이렇게 대거리 하고 싶어지네요. 윗세대들이 운동을 제대로 했으면 애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빚을 몇천씩이나 짊어지고 어떻게 취업이라도 해보려고 학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지도 않았겠죠.

    마지막 문장은 왠지 그런 현실 자체를 애들의 생각없음으로 호도하시는 것 같은 뉘앙스네요. 안타깝지만. 그렇게 느껴집니다.

    • 님이 뭘 말씀하시는지는 잘 압니다. 그리고 저도 님의 입장과 같은 취지에서 글을 올린 적도 있죠. "20대에게 짱돌 던지지 마라"라는 글입니다.
      http://blog.jinbo.net/hi/?cid=4&pid=1008

      어느새 "윗세대"가 되어버린 저 자신도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긴 하죠. 그건 동의 하구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나름대로 확인하고 검토한 바에 따르면, "애들의 생각 없음"이 여실하더군요. "호도"라는 것은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할 때 적절한 말인 것 같네요. "현실"의 존부와 "생각"의 유무가 각기 따로 놀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겠죠.

  4. 에구... 죄송합니다.. 마지막 문단.. 정말 드릴 말씀이 없네요..

  5. 전 아직 민노당에 남아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크게 보는게 장흥과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만....

    어차피 울산에서 나온 두사람의 단일화 이야기는 첨부터 맘에 안들었고...

    • 민노당과 관련해서 말씀하신 장흥 광주의 케이스는 민노당 뿐만이 아니라 소위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모든 집단-당연히 진보신당 포함이죠-에게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누누히 강조하던 일이기도 하구요.

      기본적으로 현재 진보신당-제가 있을 때까지의 민노당도 마찬가집니다만-은 과도하게 중앙정치에 목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층의 구조가 매우 취약하기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예컨대 과거 선거전술과 관련되어 생각해보면, 공약집의 두께가 대선-> 총선-> 지자체 이런 식으로 얇아지죠.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경향은 오히려 반대로 가야한다는 겁니다. 지자체 선거를 위한 공약집은 말 그대로 백과사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알차게 꾸려져야 하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 원칙이 역전되어 있고, 그것은 말 그대로 지역의 풀뿌리 단위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는 비중이 현저히 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는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치라는 것은 중앙의 고공정치에 함몰될 수밖에 없겠죠. 하늘아이님이 민노당에 남아계시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니라 생활의 정치를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인물중심의 전술일지라도 말이죠.)

  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7. 단일화가 가능하다는것 자체가 외부의 시각으로 볼때는 참 우스운 일이지요.

    그 난리를 쳐가면서 분당하더니 단일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나 그 정체성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겁니다. 정치노선이나 강령에서 북한 문제나 민족 문제를 제외하곤 말이죠.

    제가 볼때는 민노당 진보신당이 이후 어떤 딜을 통해 다시 합쳐질 가능성도 농후한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민주의라는 점에서 노선이 일치하니까요.

    • 내부의 시각으로 볼 때도 많이 우습습니다. ㅜㅜ
      아무리 정치적 산술(정치공학적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역시 이건 걍 숫자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갈등과 분열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봉합될 수 있다는 것은 향후 매번 이러한 구조속으로 매몰될 여지를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아주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를 계리고 향후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할 수 있는 여지를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보신당마저도 녹색당(혹은 생태관련 정당), 무지개당(소수자 중심의 당) 등으로 분화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될 때만 사민주의가 되었든 사회주의가 되었든 간에 이데올로기의 지형을 분명히 제시하는 정당도 나올 수 있겠구요.

  8. 진보신당이 1석을 가지고 "걍 하던 거에서 한 발짝 정도 더 나간 정도로 만족하"면...아주 대단한 변수, 혹은 (빤한) 몇몇 사람의 이능력자 수준의 '막후' 활약이라도 없는 한, 향후의 더 큰 판에서는 바보되기 딱 좋습니다. 솔직히...울산이 진보신당의 기사회생 무대가 된 거...그건 '당력'탓이 아니라, 이번 재보선이 전국적인 정치적 의미를 가졌으되, 실제 판은 몇몇 사람의 개인기가 작동하는 국지전이었으니 가능했던 거 아닌가요? 국회에서 마이크 잡을 기회를 얻은 진보신당이 지금 그 마이크로 뭔 짓을 하느냐는 진보신당에게는 다른 거 다 제쳐놓고 '당력'이라는 게 발휘 가능한 멀쩡한 정당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럴려면...'이대로 그냥 조금 더'는 선택가능성이 무지 높으나, 가장 나쁜패인거죠. 물론...아마도 노, 심에 이젠 조 의원 까지 그거와는 좀 다른 계산을 돌릴지 모릅니다만... 가속이 붙었을 때, 그걸 더 큰 판을 향한 판짜기로 연계플레이 해내지 못하면, 2010년까지 사실상 당은 여전히 손가락빨며 '명사'들이 뭔가 하는 걸,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한편으로는 염려하는 신세를 못 면할 겁니다.

    • 말씀하신 그 "나쁜 패"를 빨리 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명사'에 대한 기대로 정치를 구성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겠지만, 당은 반드시 그 '명사'라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그 의미를 보여준 계기가 되었죠. 조승수는 진보신당의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조승수이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9. 저도 드는 생각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어마 뜨거라' 하고 걱정하고 있겠지만, 이미 작년 4월 총선 때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었기 때문에 내부 단속만 잘 하면 법안 통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게 뻔한 청와대 측은 아마 별 관심도 없을 듯합니다.

    만약에 청와대 측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걱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명박이 정치가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텐데, 이명박은 정치가라기보다는 경영인, 아니 노가다 십장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겠죠.

    당장 올해 6월에 미디어법안 국회처리가 있을 것인데, 주인장님 말씀처럼 미디어위원회인지 뭔지 몰라도 아무런 소용도 없는 위원회만 만들어서 시간만 떼우는 결과를 낳고 있더군요. 어쩌면 이렇게 시간만 떼우는 소모전이야말로 청와대 측을 돕는 것인지도 모르지요(일종의 힘빼기 전술이라고 할까요?).

    • 미디어 위원회는 애초부터 만들어져서는 안 될 조직이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글에 올렸는데, 국회가 지들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가 무슨 위원회 하나 만들어 '국민의 총의'를 모은다고 하는 것은 지들 받아먹는 세비 다 토해낼 일이죠.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결국 정치적 합의구조 안에서 합의주체로 나설 수 있을만한 힘을 가진 조직이 기껏해야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도인데, 이들 모두 미디어법안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겉으로야 민주당이 결사반대 운운하고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지금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21세기판 언론통폐합의 구조는 이미 열우당 집권기에 그 기조가 마련되었던 것이니까요.

      아무튼 올 한해가 벌써 3분의 1이 지났는데, 여전히 사회혼란의 해소를 위한 정치적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군요.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