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장의 법 질서

곤봉과 방패는 기본, 거기에 다목적 발사기, 도리깨, 디클로로메탄, 최루액, 최루분, 테이저건에 햄머까지는 옵션. 실탄을 발사하지 않은 것이 어디냐는 경기지방경찰청장의 관대하심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걸까? 제복을 입은, 어깨에 선명한 무궁화 세 장을 얹은 그 샤프한 마스크로, 쌍용차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의 활약을 옹호하는 조현오의 강단있는 발언은 도장2공장에서 70여 일 동안 고립되었던 노조원들을 테러범으로 만든다.

 

법 준수 지수 1 포인트를 GDP 1%와 동일시하는 천박한 경제관념은 눈감아 주더라도, 그 알량한 법 준수 지수 OECD 평균율을 맞추고자 농성 노조원들을 인질 테러범 소탕하듯 때려잡는 이 놀라운 우격다짐은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서의 자격요건인가 아니면 정권에 기생하는 주구의 자질인가? 물론, 쌍용차 사측과 함께 진행된 진압작전을 통해 경기지방경찰청은 최소한 일당제 용역깡패들의 일자리를 서포트한 공로가 인정된다. 조현오는 당연히 용역깡패들이 일한 시간을 계산하여 실업율에 반영하는 한편, 그들의 수익을 계산하여 GDP 수치를 상향조정할 일이다.

 

기왕에 법 질서에 목숨을 건 경기지방경찰청장인지라, 내부 비판에 대해서 역시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가볍게 훑어주는 센스를 가진 사람이므로, 집안단속이 충실한 그의 스타일로 볼 때 쌍용차 노조를 말 그대로 박살내 버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일 터.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속세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당연히 새는 것이다. 그렇게 강조된 법치질서 속에서 자신에게 보고도 되지 않은 채 규정까지 위반하며 사용된 경찰 특공대의 옵션 장비들에 대해 뭔 말이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많은지. 무궁화  세 장이 아깝다. 그냥 까놓고 각하께 잘보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면 좋잖아?

 

노동자에게 투하된 디클로로메탄을 네일아트용 아세톤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센스에 저절로 침이 꿀떡 넘어간다만은, 도대체 당신이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고자 노력하는 '법'은 어느 나라의 어떤 법이란 말인가? 아무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이라는 것이 애저녁에 뉘집 쥐새끼가 밥말아 먹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이놈의 나라는 노사분규만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것이 검경이냐? 우린 경찰이라 헌법까진 몰라요, 형법만 알아요, 뭐 이런 거냐? 노동법이 뭔 말라죽은 거에요, 이렇게 묻고 싶은 거냐?

 

혹시 모르겠다. 차기 경찰청장을 노리고 있는지. 목표야 뭔들 못가지겠나? 삽 한 자루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 대통령도 하는 마당에. 하지만 조현오가 주장하는 법 준수 지수 1포인트는 이미 물 건너 갔다. 법 집행의 책임을 담당한 경찰이 법 알기를 개 코구녕의 코딱지 정도로 알고 있는데, 과연 누가 법을 법 같이 볼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그리하여 새롭게 깨닫는  바는 '법'이 누구의 '법'이냐에 따라 '법치'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 오늘 너희들은 '법'을 가지고 있으나, 내일은 우리의 '법'으로 너희를 단죄하리라는 다짐. 그것이 비록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어쩌면 다짐만 하다가 끝나는 것일지 모를지라도,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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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20:30 2009/08/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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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9/08/07 20:55

    행인님의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법 질서] 에 관련된 글. 과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말을 잃게 만들어 버렸다... 육두문자가 입밖으로까지 나왔다... 이런 XXX!!! http://tvnews.media.daum.net/cp/YTN/popup/view.html?cateid=100000&newsid=20090807151505574&p=yt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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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9/08/10 15:31
    Subject: 위자료

    행인의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법 질서] 에 관련된 글.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촛불과 용산 그리고 쌍용을 지나오면서 경찰의 도를 넘어선 폭력행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이건 이명박 정권 특유의 현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완전 비무장에 옷까지 벗어 젖히고 그저 길바닥에 드러누웠을 뿐이었던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을 육시처참에 가까운 수준으로 짓밟은 것은 김대중 정권 때이고, 부안 촌로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