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해체, 검찰 떨고 있나? “떨기는 개뿔”(2013년 3월 경)

중수부 해체, 검찰은 떨고 있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폐지하고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필두로 하는 검찰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화두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다음에야 이러한 제도개혁방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만시지탄일 수도 있겠다. 대검중수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형식상 검찰권력의 일부를 도려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검찰 내부에서도 설왕설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아 권력형 비리나 집권자의 친인척 비리 등 대형사건을 도맡아 수사하는 권한을 가진 곳이 대검 중수부다. 1982년 전두환 정권 당시 현재의 이름을 가지게 된 중수부는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6조에 중수부의 구체적인 업무분장과 직제를 규정하고 있다. 중수부는 설치된 이후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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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드러난 검찰의 실체. 검찰 CI의 다섯 개 직선은 각각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한다고 한다. 검찰 주장이다. (사진: SBS 캡쳐)
 

중앙수사1, 2과와 첨단범죄수사과를 둔 중수부는 부장검사급 과장을 두고 수사기획관이 검사장급인 중수부장을 보좌하며,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급 검사 및 일선 지검의 검사들을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가공할 능력을 동원하여 중수부는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을 비롯하여 한보그룹 회장 정태수,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의 아들 현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업, 홍걸 등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데다가 훌륭한 업적(?)을 가진 중수부가 도마에 올랐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중수부가 그동안 수행했던 업무 중 상당수가 도저히 국민들의 이해를 받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그동안 살아 있는 정권 앞에서는 납작 엎드렸고 죽은 권력은 부관참시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11년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중수부 기소사건의 무죄율이 27.3%에 이르렀으며, 항소심과 상고심의 경우에는 무죄율이 32%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출세욕과 공명심이 앞선 중수부가 권력자가 하명한 사건을 맡아 피의자 인권을 유린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특히 전임 대통령이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대목에 이르러서 중수부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공과야 어쨌든 간에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중수부는 검찰의 상징이었고 자존심이었다.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공안부장과 함께 검찰권력서열에서 소위 ‘빅 4’로 불리는 위치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 중수부가 이제 해체의 기로에 섰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물론이려니와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건드리지 못했던 중수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검찰의 내부 동요가 없을 수 없다.
 
떨기는 개뿔...
 
하지만, 과연 중수부의 해체, 그리고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검찰개혁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더 나가 세간에 회자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계기가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도라는 것은 검찰구조에 균열을 낼만한 개혁이 아니다. 중수부가 보여주었던 문제는 권력의 충복으로 검찰이 기능할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한없는 권력을 향유하고자 하는 유혹에 검찰을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한국 검찰의 구조에 그 연원이 있다. 따라서 검찰 자체가 해체되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개혁은 요원하고 검찰권력은 언제든 자신의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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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기는 개뿔~! ㅋㅋㅋ”

지난 대선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중수부가 해체될 경우 어떤 여파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별반 문제없다는 것으로 귀착된다. 검찰이 중수부폐지를 오히려 검찰개혁으로 포장하되 이후 재설치하거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속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2012년 대선 직전 논란이 되었던 윤대해 검사 해프닝이다.
 
당시 서울 남부지검의 윤대해 검사는 검찰의 인터넷 내부망을 통해 검찰의 오만을 자탄하면서 강력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언론과 여론은 검찰 안에서도 이처럼 상식적이고 개혁적인 사고를 가진 검사가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환영했다. 그런데 이게 낚시였다. 자신의 글이 여론에 회자되는 중에 윤대해 검사는 동료검사에게 장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런데 이게 공개되면서 윤대해 검사의 검찰개혁 주장은 언론플레이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들통난다.
 
특히 그는 중수부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선에서 중수부가 폐지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추후 대통령령을 재개정해서 부활시킬 수 있으니 문제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사자인 검찰이 이정도로 판단할 정도라면 중수부 해체가 검찰개혁의 중심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실제로 중수부 해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에도 검찰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제가 단지 중수부가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권부의 심장에 검사가 있다
 
검찰의 권력이 하늘을 찌를 수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검찰은 권력의 심장부에서 권력의 향배를 가늠하고 권력의 이해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위치를 가진다. 바로 청와대 파견검사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다. 검사 중 일부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들어간다. 현직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직위를 가진 채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청와대 내의 직을 맡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청와대 생활을 수행하던 전직 검찰들이 청와대를 나오면 다시 검찰에 복귀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청와대 파견 검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검찰은 청와대 내 깊숙한 정권의 복판에 검사들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와대에 파견된 검사들은 그 안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후에 영전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되었던 민정2비서관 출신의 김진모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하여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파견검사제도를 완전히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도 후보자시절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집권을 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속속 검사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권력과의 유착관계는 적어도 이 정부에서까지는 깨질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검찰권력이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법무부의 편제에 있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며 그 외청으로 검찰청을 두도록 되어 있다. 안전행정부가 외청으로 경찰청을 두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경찰청과 검찰청은 그 외청으로서의 실질이 다르다. 왜냐하면 비록 검찰청이 외청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 자체가 검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전행정부와 경찰청의 관계에 대비되는 가장 극명한 지점이다.
 
검찰의 나라, 대한검국(大韓檢國)
 
우선 역대 법무부 장관 중 검찰출신이 아닌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천정배와 강금실 정도를 제외하고는 3공화국 이래로 검찰밥을 먹지 않고서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할 수 없었다.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직제에 따르면 아예 법무부 안에 검찰국이라는 조직이 따로 존재한다. 안전행정부 내에 경찰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굳이 검찰청이라는 외청이 따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내에 검찰국을 둔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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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국의 업무는 검찰행정 전반에 걸쳐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형사사건의 수사, 공소유지 및 압수물 처리에 관한 지휘감독권한은 물론 국가보안유공자 보상에 관한 사항까지 자신들의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국의 업무는 실상 검찰청법이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에 의해 검찰청 안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굳이 법무부 검찰국이 이러한 업무를 하는 것은 법무부가 실상은 검찰의 지휘소가 아닌 검찰 그 자체라는 것을 실증한다.

 
법무부와 그 소속 직제를 들여다보면 법무부가 사실상의 검찰조직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대변인조차 검사를 둘 수 있다. 감찰관은 검사다. 장관의 정책보좌관 역시 얼마든지 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기획조정실장은 검사다. 법무실장과 법무심의관은 당연히 검사다. 검찰국 국장이 검사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범죄예방정책국장도 검사, 인권국장과 교정본부장,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도 검사가 임명될 수 있다. 법무연수원장은 당연히 검사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8인 중 5명은 얼마든지 검사로 채울 수 있다. 기획부장도 검사다. 법무부 직할 부서 중 그 장을 검사가 담당하지 않는 부서는 교정연수부와 운영지원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검찰청이 법무부의 외청으로 별도 독립하여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부처구조는 결과적으로 검찰부와 검찰청이 존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법무행정의 모든 구조, 예컨대 교정업무의 책임까지도 검사가 담당하도록 한 구조에서 검찰의 권력이 법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안에 미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서 검찰이 역할을 수행하고, 법무부 자체를 검찰이 장악하는 이 상태에서 검찰권력이 확대 강화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명예는 검찰에게, 책임은 경찰에게
 
검찰 권력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바로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상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를 하도록 되어 있고(법 제195조, 196조 제1항), 독점적으로 기소를 제기할 수 있다(법 제246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소추와 기소독점을 규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검사는 죄의 여부에 대한 사법심판의 필요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런데 잘 알고 있다시피 대한민국의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데다가 바로 같은 법 제247조에 의해 채택되고 있는 기소편의주의를 이용하여 검찰의 권위가 강화된다. 게다가 수사지휘권은 경찰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실제 수사는 경찰이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공은 검찰이 가져가고 과는 경찰에게 돌려버리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명예는 독점하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검찰의 행태를 경찰이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이나 이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검찰이 이러한 특권적 장치들에 대해 전혀 포기의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며,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에 걸친 형사소송법 개정과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찰의 기득권은 불변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가 딸려 나온다. 바로 검찰을 ‘준사법기관’으로 승격시키는 문제이다.
 
법조계에 흔히 도는 단어 중에 ‘법조 3륜’이라는 말이 있다. 예컨대 성부, 성자, 성신으로 이루어진 신격의 3위 일체가 판사, 검사, 변호사라는 법조의 세 바퀴에 비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사실 한국 법조계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판사로 대별되는 사법부의 권위가 기껏해야 공소제기와 변론을 하는 당사자들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특히 검사라는 집단이 자신을 판사와 동격에 위치시키려는 대단히 오만한 발상을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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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3륜’ 또는 ‘준사법기관’에게 심슨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사법개혁 논의 당시, 형사재판정의 위치 배열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측에서 제시한 안은 판사가 앉아 있는 법대 앞에 검사와 변호사가 나란히 앉아 판사를 마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같은 ‘법조 3륜’인데 왜 우리가 판사 옆이 아니라 앞에 가서 앉아야 하는가라는 이유였다. 검찰의 자존심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준사법기관’이라는 검찰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판사와 맞먹고 싶은 욕망을 감당하지 못하는 검찰은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과연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고 자칭할 만큼 사법기관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소독점권과 수사지휘권을 향유하는 검찰이 명예는 독점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 앞에 알아서 기는 현상, 떡값을 제공하는 주체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지만 떡값을 고발한 사람에 대해선 추상과 같은 엄벌을 요구하는 불균형성, 이런 성격을 가진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의지가 있는가?
 
이상의 현실들만을 검토하더라도 중수부 폐지 정도에 검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아도 됨을 알 수 있다.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내부의 설왕설래라는 것은 다만 굳건한 검찰의 자존심에 약간의 흠집이 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검찰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 하나 사라지는 것, 그것도 시행령상에 근거한 것일 뿐인,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는 부처에 대한 존폐여부는 검찰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특별감찰관제나 상설특검이라는 것은 중수부 이상으로 검찰의 권력을 강화해줄 위험성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특별감찰관제라는 것은 검찰개혁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선 전에 박근혜 예비후보가 제시한 특별감찰관제의 개관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기구였다. 대선 이후 인수위 역시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부패방지법’이라는 법을 신설하면서 여기에 국회추천에 의해 구성되는 특별감찰관제를 두고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부정부패 근절 및 부당한 알선, 청탁, 금품수수 등“을 감시 관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에게 어느 정도가지의 조사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특별감찰관은 스스로 기소를 할 수 없고, 구체적인 문제가 포착되고 실질적인 혐의가 발견될 때는 상설특검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특별감찰관제는 검찰개혁과는 아무런 실질적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제도설계의 방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검찰권력을 강화해줄 우려까지 존재한다.
 
상설특검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검사제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특별한 사건에 대하여 그 공정성을 기존 공안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국회의 결의를 거쳐 특별검사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른 기구를 설치하여 여기서 임명된 특별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진행케 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공직자 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하여 그 객관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보다 강력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별검사제도의 의의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검사를 상설로 설치하겠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입법적으로 특별검사를 상설적 기구로 둘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특별검사제도가 검찰개혁의 핵심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상설특별검사라는 기구를 대통령이 장악한다면 이것은 정치권의 입김에 검찰이 더욱 민감해질 수 있는 사안이 된다. 특별검사가 되던 과거 논의되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되던,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에 부여되는 권한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상설특별검사의 권한이 감시와 제어를 통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없다면 과거와 같이 살아있는 정권 앞에서는 바싹 기고, 죽은 정권은 하염없이 물어뜯는 검찰의 고질적 병폐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무소불위의 검찰권력구조를 해체에 가까울 정도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검찰개혁논의는 검찰권력의 근본적 해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또다시 정치권의 입맛에 맞는 검찰조직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은 각각 검찰개혁에 대한 공약을 내놓은 바가 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던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를 이제 도입하겠다고 하는 중이지만, 실제 공약 상 특별히 두드러지는 내용은 없었다. 문재인 후보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및 수사와 기소결과에 대한 검찰의 책임강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검찰의 준사법기관화 및 기소배심제 등을 주장했다. 각각의 공약들은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난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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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18대 대선후보 검찰개혁 공약평가와 정책제안 토론회 자료집


  

대선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각 후보진영의 검찰개혁 공약을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검찰권한의 분산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 시기 제시된 공약들이 과연 검찰권력의 해체는 고사하고 검찰권한의 분산까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었다. 그 권력의 문제가 바로 시스템에서 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 자체의 획기적인 전환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아예 방점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측에서 들고 나왔던 기소배심제(소위 대배심제)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던 윤대해 검사의 문자메시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 오히려 검사들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제시되기까지 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 문재인 후보측은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검찰권력의 한 축에 대한 인식이 안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야당이 없다
 
그리고 오늘날 소위 검찰개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시기에 결과적으로 야당은 검찰개혁에 대해 별다른 의지가 없음이 드러나고 있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의 수준에서 검찰개혁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검찰권한을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방향성이 양측 어디에서도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이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그런 차원에서 침소봉대에 불과하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솜방망이 정책에 검찰은 안도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19대 총선과정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일련의 의제를 제시한 바 있다. 검찰권력해체를 통한 ‘검찰 제자리 찾아주기’라는 목표를 가진 정책대안이었다. 그 주된 내용은 첫째, 법무부 및 청와대의 각 직위에 검사임용 배제 및 법무부와 검찰의 실질적 분리, 둘째, 대검·고검·지검의 3중 구조 해체 및 중앙검찰청과 지방검찰청으로 이원화, 셋째, 중수부 및 공안부 폐지, 넷째,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전제한 수사보강 및 공소유지로 검찰기능 제한하는 등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적어도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지금 논의되는 수준보다 강도 높은 문제제기와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개혁과정에서 야당은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는 수준의 야당이라면 사실상 야당의 위치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건 달리 말하면 자기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야당인 민주당이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더하여 원내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여타 야당 역시 뭘 이야기할지 잘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원내정당이 아닌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검찰개혁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인다. 덩치가 있는 야당은 생각이 없고, 할 말이 많은 진보신당은 한없이 초라하게 찌그러져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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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16:40 2016/10/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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