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vs노동"의 대립구도는 정당한가?
세상을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우(友)와 적, 좌와 우 이런 식으로 칼같은 이항대립구조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식의 기저에는 이러한 양 갈래의 구분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이 이항대립의 구조에서부터 그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으니.
그런데 이항대립의 구조로 분할할 수 없는 것을 이항대립으로 분할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민과 노동을 양극화된 대립항으로 위치지우려 하는 행위이다. 저 부산외대의 이광수 같은 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자는 번번이 시민과 노동을 다른 존재로 정립시키면서 둘이 별개인데 대립할 것이냐 연대할 것이냐 뭐를 할 것이냐라는 논의를 전개한다. 아니 이건 뭐 인도 역사학은 그렇게 공부하는 학문분야여 뭐여...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둘 즉 시민과 노동은 분할할 수 있는 주체나 영역이 아니다. 특히나 근대 이전의 '시민'과는 다른 오늘날의 개념에서 '시민'은 그 대부분이 임노동자다. 따라서 오늘날 시민들의 이해관계는 노동의 이해관계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것이고, 노동의 이해관계는 시민사회의 이해관계 중 거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한다. 이걸 자꾸 분할해서 시민의 것과 노동의 것이 다른 것이라고 강변해온 것이 부르주아 자본주의 체제의 자본과 정권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할획책이 정치적 퇴행의 시대에 더 그럴싸하게 사람들을 현혹하고.
그럼에도 식자들이 "민주주의 먼저, 노동운동은 그 다음"이라는 이상한 도식을 만든 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시민운동에 노동운동이 연대해서 성과를 거둔 후, 이를 바탕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요설을 펼치는 건 어이가 없다. 게다가 그 근거로 87년 시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언급하는 건 그야말로 곡학아세고. 그런 자들이 지식인입네 전문가입네 교숩네 하는 게 갈수록 우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