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닥쳐~!

'노조원들을 포함, (주)신세계이마트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했던 노조 간부들 13명이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이마트가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무자비한(또는 파렴치한) 노조탄압(또는 말살)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또는 노동자를 착취한다) ▶이마트는 악덕기업이다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 등의 사실과 ※ '이와 유사한 내용'을 알리는 행위에 대해 1회당 500,000원씩 지급하라'

 

금지 범위는 '▶신문, 잡지 등 일체의 정기·부정기 간행물, 공중파 또는 유선방송, 라디오, 인터넷, PC통신 등에 알리는 행위 ▶매장 100m 이내에서 현수막, 피켓, 유인물 등에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매장 100m 이내에서 위 내용으로 지지서명을 받는 행위 ▶매장 100m 이내에서 위 내용의 구호를 제창하는 등의 행위'등의 집회시위 행위 전반을 포함

 

수원지방법원이 (주)신세계 이마트가 신청한 '영업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내린 결정이다. 손배가압류의 뒤를 이어 노동자를 강타한 신종 사법탄압이다. "앞으로 입 닥치고 살아라"라는 간단한 말을 이토록 논리정연하고 법률취지에 맞게 정리해주신 수원지방법원 재판부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법학은 이런 거 하라고 배우는 거다. 법 공부해서 밥빌어먹고 사는 입장에서 정말 좋은 교훈을 얻었다.

 

그리하여 이마트 노동자들, 이제부터는 사측에 대해 정말 좋은 말만 가려 하고 긍정적인 표현만을 사용해야 하며, 어떠한 매체에도 사측에 불리한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 좀 어렵기는 하겠다만 하늘같은 회사측에 불경한 용어를 썼던 일들에 대해 개과천선하고, 보다 판결문의 결정에 맞는 용어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그런데, 이번 수원지법의 결정을 보면서 비웃음이 흘러 나오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다. 고뇌하신 수원지법 판사나리들의 영명한 결정에 대해 비웃음을 날리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할 것이지만 그래도 나오는 비웃음을 어찌하랴. 설마 비웃을 때마다 500,000만원씩 내라고는 하지 않겠지. 뭐 내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안 낼 거니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거부하는 기업체는 욕을 먹어도 싸다. 개인의 기본권을 나열하고 있는 헌법이 노동3권에 대해서만큼은 집단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수원지법 판사나리들은 좀 더 생각을 했어야 한다. 근대 이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한 이유는 바로 이마트처럼 돈 있고 힘 있는 자본가들이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탄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권리를 얻기 위해 벌어졌던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은 또 얼마나 치열한 것이었나?

 

더구나 이번 수원지법의 결정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일거에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정치적 신념이나 양심에 관한 주장이 표현되어 나오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죽은 사회의 종말이 어떠했는지는 지난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전체주의 사회들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법리적으로 제한되는 표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르노, 부당한 명예훼손, 인종차별적이거나 소수자의 인격을 현저히 침해하는 주장 등은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되는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다. 그런데 이마트 노동자들이 지금 포르노물을 전시했나? 이마트에 대해 부당한 명예훼손행위를 했나? 이마트 자본가들이 외계인이라고 표현했나? 뭐가 문제인가?

 

한편, 이번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노동자 감시를 정당화시켜주었다는데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마트 수지점 노동자들은 노조결성 이후 전형적인 삼성식 노무관리에 의해서 감시당하고 협박당했으며 심지어 감금을 당하기까지 하였다. 노동자들에 대해 이루어진 이와 같은 감시행위는 현저하게 노동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유린한 것이며 당연히 중단되어야 할 일일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추궁까지 이루어져야할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수원지방법원의 고명하신 판사나리들은 엉뚱하게 감시당하고 탄압당하던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결정을 내렸다.

 

자본가의 법과 노동자의 법이 따로 존재하는 세상. 이 땅 노동현실에선 가능한 일이다. 비록 법전은 그러한 구분을 두고 있지 않지만 판사가 들고 있는 나무망치는 신묘하게도 그러한 구분을 정확히 지키고 있다.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들을 감금 · 미행"했으며, 자신들의 "무노조경영 이념"을 위해 "무자비하게 노조말살행위"를 하였고,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했으며,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악덕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원지법의 판사나리들은 오히려 이 "악덕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악덕기업"을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그들이 "악덕기업"인지 사람들이 알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리면 건당 500,000원이다. 즉, 그러한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원지법 판사나리들.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그들의 이번 결정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법률 체계가 결국 자본가들의 이해를 위한 것일 뿐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 가지고 있는 이 근본적인 한계를 노동자 민중에게 설명하는데 얼마나 많은 애를 먹었던가. 그러나 이제 단 한 번의 결정을 통해 그 설명이 너무나 쉬워졌다. 어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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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00:47 2005/04/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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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런 판사십쌔들을 먹여 살리는 우리 국민들이 더 존경스럽지 않쑤?

  2. 산오리/ 존경스럽다기보다는 안쓰럽죠...

  3. 뭐 저런 x같은 놈들이..--;

  4. 손배가압류의 뒤를 이은 신종 사법탄압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름이 돋습니다. 우웩~ -_-;

  5. 8con/ 정말 욕 튀어나오는 일입니다.
    미류/ 대한민국 법률가 양성시스템, 이거 이대로 계속 되면 저런 닭대가리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큰일이죠.

  6. 제목에 대한 답으로 "네.."그럴 노동자들이 아니겠져?
    노동자의 법을 만들어 주셈^^

  7. 미갱/ 노력하겠습니다(많은 채찍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