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집회문화창달의 주역 경찰청

대한민국의 경찰청은 "인권경찰"로 거듭나면서 동시에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정착"을 위해 엄청난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이 "인권"을 생각하면서 "평화"로운 집회시위문화를 위해 투자하는 노력은 엄청나다. 예를 들면 평화시위를 위해 경찰은 매년 연인원 4백만명의 전경을 동원한다. 매일 만명이 넘는 전투경찰들이 방패들고 긴 곤봉 들고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최루탄 사용을 자제하면서 "평화"로운 집회시위를 위해 이들이 펼치는 노력이 실로 눈물겨운 순간이다. 1001, 1002, 1003중대가 쇠방패 갈고 갈아 면도칼처럼 날카롭게 만들어놓고 고양이 쥐생각하듯 고무테두리 둘러 박아놓는 "인권" 중시의 경찰. 이들 경찰들의 노력 덕분에 오늘도 대~한민국은 평화로운 집회시위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경찰도 인내의 한계를 넘다보니 철거촌에서 골프공을 새총으로 쏘아대기도 하고 노동쟁의 현장에서 도끼를 든 경찰특공대가 움직이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씩 가물에 콩나듯이 벌어지는 강경진압에 대해 시민들의 비판이 시작되자 유명짜한 교수님, 전문가 모셔놓고 평화시위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고명하신 교수님과 전문가 일부가 경찰의 수세적인 시위진압행태를 비판하면서 집회시위참가자들에게 보다 강력한 진압을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선진외국의 시위진압사례를 열거하면서 시위진압참가자들을 뒈지지 않을 정도로 두드려 패주는 것이 "평화"로운 집회시위문화정착의 첫걸음임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가끔 최루탄도 사용해줄 것을 넌지시 일러주기까지 한다. 이에 고무된 우리 경찰, "뇌수술 한다고 머리 좋아지냐?"는 "인권"의식으로 고취된 경찰청장 아래 하나로 뭉쳐 새로운 선진집회시위문화정착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한다.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정착"을 위한 "인권경찰"의 국제적 행보는 이번 APEC 정상회담 기간 중 외국 NGO 활동가 998명을 입국금지 시키고 입국이 허용된 사람 중 400명 이상에 대해 물샐틈 없는 감시체제를 구축하는데서 눈부시게 빛난다. 2000년 ASEM때도 800명 정도의 외국 NGO활동가들을 입국금지시켰던 전력을 가지고 있는 "인권"경찰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들의 인권지수를 세계 만방에 과시한다.

 

그런데 좀 째째하다. 연인원 400만명의 전경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경찰이 겨우 천여명 좀 넘는 시위 예상자, 그것도 대~한민국 경찰의 초절정 시위진압 능력에 대해 무지한 외국인들이 두려워 아예 입국 금지조치까지 시키다니. 대~한민국 경찰들의 눈부신 시위진압전력을 알고 있고, 이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국민입장에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찰의 가공할만한 시위진압능력을 온세계 만방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청은 이번 입국금지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방석복과 방석모로 무장해 로마병정같은 위용을 자랑하며 인마살상용 긴 곤봉과 날카롭게 날이 선 방패를 들고 떡~하니 부산시내 곳곳을 지키고 있다가 외국인 NGO활동가들이 불법폭력시위하려는 순간 와~ 하고 달려들어 그동안 갈고 닦은 무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가?

 

그 쯔나미같은 위력이 인공위성을 타고 전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 60억 인류의 눈과 귀에 파괴적인 공포감을 심어주고, 그들의 머리 속에 한국에서 시위하다간 경찰특공대의 도끼에 마빡이 쪼개지더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아예 한국에서 집회시위하겠다고 들어올 마음조차 사라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 전 세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모든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면 되겠다. 매우 평화롭고 성공적인 대회행사 보장할 수 있다. 차라리 장기적 안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인권"경찰 여러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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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3 02:27 2005/11/0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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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야겠네요... 세계의 모든 회의를 한국에서 열게 되니까 먹고 사는 일 별로 걱정안해도 될거 같은데요.. '전 국민의 경찰화'를 통해 실업자도 없어지고...ㅎㅎ

  2. 아마 그렇게 되면 전 경찰을 비정규직화할 겁니다. ^^

  3. 토론회 내용은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하군요. 설마 그 토론회에 오진 않으셨죠? 그리고 “유명짜한 교수님, 전문가 모셔놓고” 이 부분은 조금 민망하군요. 전문가도 아닌데 불려간 저로선 말입니다.^^ 그날은 김칠준 변호사님이 흥분하셔서 저도 덩달아 조금 흥분했습니다.

  4. marishin/ 상세한 내용은 인권하루소식과 기타등등을 통해 알았구요. 제가 "유명짜한~" 어쩌구 하면서 쓰잘데기 없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는 사람들은 사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입니다. ㅋㅋ 기냥 갈구기 위해서 쓰는 표현인데 간혹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김칠준 변호사님이나 marishin님 같은 분들은 진짜 전문가들이죠. 이런 분들에게는 비꼬는 투의 수식어를 붙이진 않습니다. ㅎㅎㅎ

  5. 요즘 인터넷 여기 저기 뒤적거리면서 새로 알게된 사실들이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