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싸매게 하는 당 경선

말걸기님의 [노회찬의 위기? 왜지?] 에 관련된 글.

- "본선경쟁력"은 개구라다!

 

당 경선에 이토록 골머리를 싸매는 이유는 일단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소위 '본선 경쟁력'이고 다른 하나는 당 혁신이다.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두 가지 문제가 당을 흔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첫번째 문제에는 그다지 고려지점을 두고 있지 않다. 권영길이 되던 노회찬이 되던 심상정이 되던, 본선경쟁력이라는 것은 당의 총력을 기울여 갖추어야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외부적 변수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본선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은 적어도 행인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논의의 실익이 없다. 권영길이 토론회 나가서 입술만 핥다 들어오던, 노회찬이 말재주 부리다가 삑사리를 내더라도, 심상정이 나가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남발하다가 기가 빠지더라도 어차피 그런 문제들로 본선경쟁력이 플러스가 되느냐 마이너스가 되느냐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당의 현실을 보면 하다못해 자기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해 내놓을 수 있는 카피능력조차 변변히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특히 국방위원장님의 한 마디에 언제라도 '반한나라당'을 외치면서 동지들의 등짝에 칼질을 할 위험을 안고 있는 자민통 부류들이 있는 상황에서 후보라도 그럴싸하지 않으면 본선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당 안에 팽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어차피 당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당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를 덮어 두고서 이를 한 인물의 대중성 확보로 돌파하려는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라는 인물 하나만을 보고 인기투표를 했던 열혈 무현교 신자들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그 결과는 역시 오늘날 저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대통합도로열린우리유사민주신당 짝이 나는 거고.

 

따라서 행인은 이번 경선에서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떤 후보가 대선후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면서 이를 위해 당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

 

- 누가 당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앞에 두면 어느 누구라고 선뜻 말할 수 없게 된다. 세 사람 중 그 누구도 "아, 이 사람이면 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볼 때 발생하는 곤란함이다.

 

- 권영길은 당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다른 두 후보에 비해서 권영길은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낙제다. 권영길은 당을 혁신할 수 있는 길을 이번 대선경선을 통해 모두 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종파주의를 자신의 미래를 위해 포용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계산기도 제대로 두들길 줄 모르는 계두들을 당 지도부로 혹은 당 상근자로 밀어넣는 이 독특한 집단은 소위 '자민통' 또는 '연합'이라고 불리우는 일군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당내 최대 쪽수를 가진 계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경선과정에서 지들의 대표를 내세우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들 잘 알다시피 권영길은 자민통의 대표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이 자민통은 자신들의 손발을 빌려주는 대신 그들의 대표선수 아닌 자의 얼굴을 빌렸다. 이거야 2006년 당 지도부 선거과정에서 문성현 현 대표를 자민통이 밀 때에도 보여줬던 일이니까 더 이상의 부연은 생략하고.

 

'연합' 혹은 '자민통'의 이름으로 벌어졌던 당 내의 무수한 골때리는 일들은 일일이 언급하지 말자. 내가 다 쪽팔리니까. 어쨌던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더 이상 이들의 패악질을 두고서는 당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다. 당을 중심으로 진보의 기치를 내거는 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당을 숙주로 해서 당 망치는 사업을 해대는 이들은 숙청의 대상이지 결코 포용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당 혁신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들에게 당에 충성을 하던지 아니면 맘 편하게 다른데 가서 자기 하고픈 운동을 맘껏 하도록 보내주던지이다. 적어도 조선노동당 남한 총본부를 건설해서 나가던지, 아니면 민주노동당의 당원으로 남던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이들에게 주는 것이 당 혁신의 최초과제가 될 거다.

 

그런데 권영길은 이에 대한 재론의 여지를 완전히 봉쇄했다. 즉,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자민통의 일방적 지지를 끌어들인 것이다. 주대환이 자민통의 틈바구니에서 권영길을 지키기 위해 권영길 선본에 들어갔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이런 권영길은 대선후보가 되어 대선을 경유한 이후에 당을 혁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행인의 선택지에서 권영길이 자연스럽게 탈락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다.

 

- 심상정은 당을 혁신할 수 있을까?

심상정에 대한 기대는 이런 것이다. 심상정은 당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창당을 주도하고 이후 당 성장을 위해 당 지도부로서 역할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늘날 이 골때리는 당 구조를 만드는데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는 권영길이나 노회찬보다는 심상정이 주도적으로 당을 혁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심상정의 아킬레스건이다. 즉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심상정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부정적 요소라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금속출신 노동운동가들과 중앙파, 그리고 진보누리 등 일부 좌파경향의 사람들에 의해 신데렐라처럼 정계로 입문하게 된 심상정. 만들어진 스타라는 한계를 깨고 의정활동에서 상당한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당에 공헌했던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의원으로서 당에 공헌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심상정이 당에 대해서 정말 모른다는 사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당에 대한 심상정의 요구는 당의 특성이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 활동가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미 FTA 반대 국민투표 서명운동이었다.

 

행인이 누차 지적한 것처럼 이건 거의 삽질이었다. 차라리 애초부터 국민투표 운동이 아니라 입법청원차원의 비준거부청원운동이었다면 행인은 언제든지 발벗고 나설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택도 아닌 국민투표서명운동은 진행되었고, 전국의 그 수많은 당원동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서명운동을 하느라 녹초가 되었으며, 서울지역 집중투쟁이니 뭐니 하면서 중앙당의 상근자들이 3일동안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생고생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고하고 고생한 그 수많은 동지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경외감을 가질 정도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남기짐 못하면서 이렇게 수많은 동지들을 쎄가 빠지게 고생시키는 기획을 하여 당에 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선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때 받은 그 몇 십만의 서명용지 지금 어디서 뭐 하는데 써먹고 있나? 중앙당 1층에서 썩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적어도 당의 활동이라는 것이 전략적으로 지역과 중앙, 원내와 원외를 아우르면서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지역위던 중앙당이던 시도당이던 여기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역할이 어떻게 되어야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느냐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상정은 한미 FTA 반대 국민투표 서명운동을 비롯한 사안에서 당을 하나의 동원대상으로 판단하는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심상정이 당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행인의 입장에서 심상정을 선택하는데 상당히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 노회찬은 당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심상정만큼이나 노회찬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물음표의 성격은 물론 심상정과는 180도 다르다. 노회찬은 당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더구나 그 책임이 있던 없던 간에 현재의 당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노회찬의 일정한 역할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바로 그렇다보니 계파를 막론하고 당 내 누구든지 노회찬을 칭찬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비판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노회찬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대선을 경유하고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 혁신을 위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매우 협소해진다. 어떻게 해서든 당 내에서 정파문제나 조직구조문제로 인해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 잡음의 원인에서 노회찬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금번 경선과정에서 보이듯이 권영길을 지지한다는 자민통 진영의 "노회찬 물어 뜯기"는 가관의 차원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당내 선거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하는 과정에서 노회찬이 자기와 관련이 있는 업체에 발주를 냈다고 난리법석을 치는데, 사실 이 짓거리 하는 넘들 샘물교회로 보내 아프간 선교사업에 써먹도록 해도 시원찮을 넘들이다. 이 넘들은 자기 살 도려내 죽어가는 넘 살려놨더니 자해공갈단이라고 고소고발할 넘들이다. 아닌 말로 그 업체가 받아먹었다는 금액 백 몇 십만원, 그거 가지고 니들이 한 번 발주 내봐라.

 

건 그렇고 이딴 식으로 물어뜯길 건수를 노회찬은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 그 경위와 내막에 대해선 자신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나, 까딱 잘못하면 당 혁신하려다가 본인이 혁신대상으로 몰릴 위험조차 잠재되어 있는 사람이 노회찬이다. 더구나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당 재정문제나 인사문제에 있어서 노회찬은 공격을 빌미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그 빌미는 좌우는 물론이려니와 특정한 계파를 갖지 않은 사람들도 쥐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당 정책연구원이다.

 

정책연구원들 개개인이 당에 오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조건 중에 제대로 지켜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 문제때문에 현 정책위 초기에 당과 정책연구원들 간에 팽팽한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당시 내용의 적합성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당이 일정한 사과의 표시를 했고, 의욕에 찬 정책연구원들이 이 부분을 용인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이에 대해 노회찬은 지금까지 자신의 입장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적어도 행인이 알기로는 그렇다.

 

-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적임이란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인은 노회찬을 당 혁신을 위한 일꾼으로 설정했다. 단계별로 보자면 차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차선도 없고 최선은 더더구나 없어보인다.

 

심상정이라는 선택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고민을 했으나 당 혁신이라는 차원에서는 아무래도 당을 더 잘 아는 노회찬에게 0.1g만큼의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이 공히 대선경선 이후에 당 혁신을 위해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이건 누구를 선택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말걸기가 지적한 바, 노회찬이 욕먹는 이유는 사실 노회찬만 욕먹을 이유는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욕을 먹더라도 지금 단계에서 노회찬이 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당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 행인의 판단이다. 그 뒤집기 한 판에 불판을 갈자던 노회찬의 힘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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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8 04:49 2007/09/08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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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회찬이 당에서 일정정도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당내 분란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노회찬 당선이 의미가 있을 것이란 pang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 다만, 말걸기 글에서도 비추었듯이 노회찬은 참으로 용기가 없는 인간이라 그 상황에서 싸움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음. 더 개판 날 수 있지. 헐~

  2. 말걸기/ pang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 글쿤... 노가 싸움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데 동의. 그런데, 노가 될 경우 싸움꾼들이 판치기에는 좋은 환경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야. 예를 들면 나도 일정부분 그런 역할을 해야할 거라고 생각하고. 실로 죽느냐 죽이느냐의 싸움을 해야한다는 거지. 그런 판에서는 심보다 노가 낫다는 생각이고.

  3. ㅎㅎ 읽다보니 속이 시원한 대목들이 있네요..물론 답답한 부분이 더 많지만..ㅋㅋ 나는 심이 되길 바라고 있음!!

  4. 다 좋습니다. 권영길씨만 빼고.
    제가 민노당 당원은 아니지만(기자라는 직업상) 여태까지 민노당 창당 이래 매번 권씨를 찍었는데, 이번에 권씨가 나오면 아예 투표 기권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근데 지금까지 상황 보면 결선까지 가기도 전에 권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정말 이제 민노당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5. 에고.. 결국 권씨가 49.XX%를 얻어 심씨와 결선투표를 벌이게 됐네요..
    노씨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선까지 가게 된 것만도 다행..
    하지만 결선에서 권씨가 질 확률은 상당히 적을 듯;;

  6. 본선경쟁력 개구라에 매우 동의하나, 차악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따지고들자면 '만들어진'과 '만들어온'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여튼, 결선투표는 즐겁지만... 결선투표 이후 보이는 빤한 결과를 다시 목도하게 되었을때, 전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꾹 참으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기마다 적당한 얼버무림으로 (당에) 지속적인 지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지치는 일 아닙니까... 솔직히 이 포스팅의 진의도 모르겠군요...

  7. azrael/ 심이 되었네용 ㅋ

    펄/ 권이 될 확률이 훨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본문에 썼듯이 외부적으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내부에서 어떻게 당을 혁신할 것인가인데, 이쯤 되면 내년 초 한번 싸울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년 초를 혁신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not/ 진의가 뭐 따로 있나? 누가 되던 당을 한 번 엎어야 한다는 거 이외에는 없다. 지속적 지지를 하냐 마냐 하는 것은 절에 실망한 중이 떠나냐 마냐 하는 것 이외는 아니라고 봐. 절을 뒤집든지 부수던지 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진의라면 진의겠지

  8. 넘 길어서 읽어보지 않았다가, 오늘 읽어보니 재밋네요..ㅎㅎ
    산오리는 꼴찌여 힘내라고 심을 찍었는데, 2등이 되었더군요..
    15일은 더 재밋을라나요?

  9. 산오리/ 심이 결선에 올라간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뭔가 당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 분명하죠. 암튼 누가 되느냐보다는 뭘 하느냐를 봐야겠습니다. 15일을 기대해도 되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