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한때 연예계를 주름잡았던 강부자, 고소영씨가 국민성공시대를 상징하는 눈부신 아이콘으로 등장한 지금. 사실 그동안 명멸했던 정권과 정부관료들이 잘먹고 잘살자는 이야기는 중구장창 했을지언정 도대체 그 기준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보여준 바가 없다. 그러나 삽질하나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고 역시 삽질하나로 대통령자리에까지 오른 2mB는 어린 백성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공의 기준이 되는 사람들로 각료인선을 했던 거다. 그 면면에 대해선 이미 널리 아실 것이므로 세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성공시대의 샘플만을 보여준 것만으로는 한 200% 부족하다. 해서, 국민을 생각하는 우리의 2mB는 어떻게 하면 온 국민이 성공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설명해 주신다. 첫번째, 오렌지가 어륀지가 될 때까지 혀를 굴릴 것. 이걸 위해 영어 몰입교육을 할 것. "헤이, 탐! 아침 먹었니?"를 유창하게 영어로 말할 수 있을 때 국민성공시대는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그러나 국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는 법. 자발적으로 해결해보려 했더니 온 동네 좌빨들이 들고 있어나 성토만 하고 있다. 국민성공시대가 되면 이러한 성토도 영어로 이루어질 텐데. 말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 2mB, 경쟁만이 살길이다! 이 고금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이제 갓 마빡에 새똥이 벗겨진 애들을 경쟁의 아름다운 신천지로 유도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중학교 1학년 대상 전체 진단평가.

 

제목은 아름답게 "평가"라고 하고 있으나 내용은 줄세우기. 앤드 그리고 세워놓은 줄을 학생 스스로 알게 함으로써 될성부른 떡잎에겐 자부심을, 그렇지 못한 애들에겐 자괴감을 심어주는 센스.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들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애들 교육비로 지출. 덕분에 더욱 발전하는 사교육시장과 국가경쟁력.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학원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사회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방법은 매우 간단할 수도 있겠다. 과거 혁명대열에 종사하던 꿘들의 상당수가 고액강사로 자리잡은 사교육시장을 하루아침에 붕괴시키는 거다. 29만원 대갈장군이 '혁명군'을 등에 업고 과감하게 추진했던 과외금지! 졸지에 생업을 잃은 꿘출신 사교육 종사자들이 대거 생존권 보장투쟁 겸 전복운동 뭐 이렇게 되지 않을라나?

 

잡생각은 제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까라면 까는 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도 나도 성공시대의 한 주역이 되고자 떨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어떤 선생님은 초강력 삽질신공 대가 2mB에게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전국 중1 진단평가를 거부하고 학생들의 답안지를 보내지 않은 거다. "학교에 적응도 하기 전에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고 느낄 좌절을 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이야기하는 이 선생님의 소신.

 

국민성공시대에 역행하는 이 소신에 대해 일부 덧글러들은 '불법행위'로 규정하기조차 한다. 그러나 덧글러들의 개념상실에 신경쓸 일은 없는 것. 걱정은 이런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시대의 역적으로 몰리면서 2mB의 불도저에 깔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거다.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선생님. 이런 분들이야말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듯 하다. 이분이 힘들지 않게 도울 방법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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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10:30 2008/03/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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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선생님들이 계시는 군요..

  2. 그러게요!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저런 분들 도울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에요...

    P.S. 창당 과정이긴 하지만... 진보신당에 오늘 입당 원서 넣을 듯 합니다 ...

  3. 헛삽질도 삽질은 삽질이지요? ㅋㅋㅋ

  4. 아아 정말 멋진 분이예요

  5. 안티고네!

  6. 산오리/ 아직 세상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ㅎㅎㅎ

    에밀리오/ 어느 당이건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접지 않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

    명태/ ㅎㅎㅎ

    콩!!/ 멋진 분이 많이 나오시길 바랍니다.

    스카우트/ 호곡... 안티고네...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

  7. '소신'이란, 저런 분들께 어울리는 표현이죠.
    아침에 코스콤 지나는데 민주노총 방송차가 서 있길래 노총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더군요. 하루 종일 뭔가 뜨끔뜨끔, 하던 날이었습니다.^^

  8. 박노인/ 이명박 정부 출범하고 불과 1달이 되지 않아 비정규직 농성장이 털린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5년간은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이 살갗을 파고 드네요. 소위 '떼법'이라고 하는 말을 쉽게 하는 2mB의 정신상태에서는 워낙 당연한 일이겠죠. 비록 용역을 동원하여 털었다고 하지만 공권력의 방조 내지는 조장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겁니다. 참 갈수록 암담해지네요. ㅠㅠ

  9. 아이들과 함께 버텨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구절이 확 와닿네요.

  10. 후/ 저도 그 구절이 확 와닿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