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나경원, 그리고 모욕과 명예훼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결국 절필을 했다. 경제분야에 대해선 그닥 전문적인 지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선물같은 상품들에 대해선 엔간히 관심도 없는 처지라 미네르바가 아고라에서 상당한 히트를 쳤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걍 그렇거니 했을 뿐이다. 어쩌다 그 글을 보더라도 그닥 집중해서 본 일은 없고, 다만 매우 직설적이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게 글을 쓴다는 것 정도를 느꼈더랬다.

 

미네르바가 사용했던 경제적 논리에 대해선 할 이야기가 별로 없고, 그가 왜 키보드와 이별을 했는지가 중요 관심사다. 미네르바가 직접 올렸다는 글을 보면, 경제와 관련한 그의 글들에 대해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후 사법조치를 취하려는 태도까지 보였던 듯 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정도로 정부가 조치를 취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미네르바는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고까지 했다. 여러차례에 걸쳐 자신은 더 이상 경제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물론 타의에 의해서다.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 뭘까? 왜? 정부는 미네르바 같은 네티즌들이 사실과 다른 '썰'들을 유포하면서 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미네르바에게 걸린 혐의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이다.

 

사이버 모욕죄까지 만들어 온라인을 통제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 미네르바는 괘씸하다못해, 바로 이런 사람때문에 사이버모욕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적 근가까지 되어 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미네르바의 글들에 명예훼손죄니 모욕죄니 하는 범죄의 올가미를 걸만한 꺼리가 있느냐는 거다.

 

오히려 미네르바의 글 보다는 그 글에 달린 덧글들에서 매우 원초적인 단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대부분의 경우 미네르바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네르바의 글에 동조하면서 정부, 즉 현직 대통령과 현직 각료들을 비난하는 글들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보인다. 정부는 이게 싫은 거다. 그래서 이 개념상실한 정부의 판단으로는 미네르바를 입닥치게 하면 다른 넘들이 정부를 욕하지 못할 거라고 착각하는 거다.

 

땅 속에 머릴 처박음으로써 은폐엄폐가 모두 끝났다고 착각하는 조류가 타조였던가? 암튼 이런 鳥頭들이 연장질을 해댐으로써 결국 인터넷에 자기 생각을 올리던 사람 하나가 키보드와의 슬픈 인연을 마감했다.

 

사이버모욕죄가 아니더라도 능히 정부 꼴리는 대로 사이버공간을 난도질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사건과는 달리, 현직 국회의원은 원내가 아닌 원외에서조차 남들을 싸잡아 모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경원 의원의 신부감 등수놀이 사건인데, 그 내용이 어찌나 저열한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행인조차도 감히 옮기질 못할 지경이다. 물론 나경원은 자신의 발언이 선생님들을 칭찬하는 것이었다는 희안한 주장을 하는데, 항상 '주어'를 강조하던 나경원도 이번에는 그 발언이 자기 입에서 나간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덧글 몇 개에 충격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예인이 또 나올까봐 절치부심하는 나경원이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4등 신부감'으로 전락한 어떤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선 전혀 무지하다는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이 놀랄만한 무개념에 대해 온나라가 들고 일어나 "개념상실 국회의원 처벌법"을 제정하자고 하면, 나경원은 찬성할까 반대할까?

 

만일 나경원이 자신의 '여교사 모욕사건'과 관련한 기사의 덧글들을 본다면, 글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 덧글들 안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는 바로 이거다.

 

"이러니 욕을 안 할 수가 없지..."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자고까지 주장하는 나경원의 평소 지론에 따르자면, 자기와 관련된 기사에 덧글을 단 사람들을 일제 색출해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를 해야할 거다. 그러나 나경원이 아무리 개념가출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을 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더 훼손당할 명예도 없거니와 욕먹을 짓을 했다는 것을 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엄청 끈끈한 관련을 맺고 있는 두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사이버공간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까지도 손을 보는 거다. 동시에 차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개념 대방출한 사람들은 절대 뽑아주지 않는 거다.

 

그런데 이 간단한 방법이 실행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법을 바꾸자니 그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인데, 그 국회의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나경원류의 무개념인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4년 후라고 해서 이런 개념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짓 못하게 되리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유권자의 대부분은 후보자의 개념보유여부를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념범위 안에서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다시 온라인에 글을 쓰고, 나경원은 짐 싸서 의원실을 떠나는 것이 일반의 상식에 부응하는 거다. 그게 안 되는 한, 이 사회에서 상식이라는 말은 걍 술자리에서 씹는 마른안주 이상의 의미가 없다. 췟!

 

덧 : 미네르바의 글을 보고 싶으면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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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6 17:57 2008/11/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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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11/18 10:29

    1.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 최근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논객이었던 미네라바의 신원을 정부 당국이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신원 파악도 큰 문제지만 미네르바는 절필 선언을 하면서 핵심을 이야기했다.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 인간의 열린 입을 통제하려는 자, 인간의 머리 속까지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인간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좌파니, 빨갱이니하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잡아가던 버릇 못고친거다. 그래도 표현의 자유만은 어느..

    • Tracked from
    • At 2009/01/10 12:41

    행인의 [미네르바, 나경원, 그리고 모욕과 명예훼손] 에 관련된 글. 트랙백을 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경원은 여선생들의 얼굴등급발언을 한 후 명예훼손죄로 구속되거나 처벌된 적이 있었던가?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경원은 자기 얼굴에 대한 누군가의 '품평'에 대해선 여성비하발언이라며 발끈했지만, 정작 자신이 행한 짓거리에 대해선 사과도 아닌 오해라는 발뺌으로 일관했더랬다. 검찰은? 물론 나경원에게 손바닥이나 비비고 있었지 뭐 별다른 거 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