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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5
    [뉴스레터 울림 3호] 국내작 소개 - 작은 새의 날개 짓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3호] 국내작 소개 - 작은 새의 날개 짓

작은 새의 날개 짓  (김수미/2008/다큐/14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자립을 한다. 자립은 부모로부터 독립함과 동시에 ‘나’라는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자립은 장애인들에게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닌 듯 싶다. 자전적 다큐인 '작은 새의 날개 짓'을 통해 감독은 자립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현재 중증 장애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보여준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 앵글속의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둘씩 알아간다. 그리고 감동받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날아가려 하는, 그들의 작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날개 짓에...

-연아

 


 

 

감독인터뷰 (김수미 감독)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는 자립은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비장애인들이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거나 혼자 살면서 자립을 합니다. 하지만 유독 장애인에게만 자립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장애인들도 몸이 좀 불편하다 뿐이지, 생각은 비장애인들과 다를 것이 없거든요. 비장애인들의 자립이 당연하듯이 저희의 자립 또한 그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자립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 이라든지 주변의 시선은 어땠나요?

어떻게 저렇게 몸이 불편한 세 사람만 같이 살 수 있나 하며 많이들 의아해 하곤 했어요. 부모님도 처음에 많이 놀라셨어요. 30년동안 함께 살던 애가 혼자 살겠다며 멀리 떠나니 서운해 하시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죠. 하지만 일단 제 결정을 존중해 주셨고, 힘들면 언제나 돌아오라며 격려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수십 번씩 집에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여기서 포기해 버리면 앞으로는 아무것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계속 참고 견뎠어요.

함께 사는 친구들하고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민들레 야학에서 함께 만났어요. 원래 야학에 있던 친구 한 명과 저보다 2달뒤에 한 친구가 왔는데 시설에서 10년 살다가 나온 애였어요. 이렇게 2명의 친구 그리고 저까지 해서 3명이 함께 살게 됐어요. 특히 시설에 오랫동안 있었던 친구가 자립생활하면서 많이 행복해 해요. 시설에서는 장애인들이 개, 돼지 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나와서 자립을 해서 살면서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껴서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해요.

친구들이 영화 찍는다고 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처음에는 싫다고 하더니, 점점 연기들도 잘하고 많이 도와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 보면 활동보조 시간(나라에서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시간을 할당해 주어서 그 도움을 받게 하는 것)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보통 어느 정도 받게 되죠?

한 달에 50시간 받는 분도 있는데, 하루에 1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에요. 이 짧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쌀 씻고 밥을 해놓는 정도에요. 만약 비장애인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하루에 1시간 반만 활동보조인이 와서 도와준다고 생각해보세요. 화장실도 못 갈 것이고, 아무것도 못 먹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기저귀를 차고 있는 분이라면 일을 본 다음에도 하루 종일 활동보조인이 올 때까지 기저귀도 못가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제도가 충분히 정착이 안 된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럼 이런 활동보조시간은 어떻게 책정되는 건가요?

2007년도에 시범시간이 끝나고 5월쯤 보건소 직원들이 와서 설문조사를 했어요. 설문지도 굉장히 애매하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눈으로 직접 보면 아무것도 혼자서는 하기 힘든 중증장애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에 나온 제 친구는 0시간 나왔어요.저는 20시간 나왔고요. 0시간 나온 장애인들이 인천에 몇 명 있었는데 모두가 중증장애인이에요. 아무것도 혼자서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0시간 나왔는지 저희로서는 정말 이해가 안가요. 저희들끼리 0시간 나온 친구들에게 “너희는 비장애인이냐?”며 우스갯소리도 하곤 해요.

활동보조 시간의 부족 말고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점이 불편할 것 같아요. 조금 얘기해 주실 수 있을 까요?

사실 장애인들은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있어요. 학교에서 잘 받아주지도 않아서 공부도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 안으로 들어가기가 더욱 힘들어졌어요. 공부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하지 못하고 한달에 50만원도 안 되는 돈(소급비)을 받아요. 한 달에 50만원 가지고 살수는 없죠. 주거의 경우만 생각하더라도 장애인용 편의시설을 갖춘 집에 살아야 하는데, 그 주거비 월세만 하더라도 40~50만원이에요. 결국 방값만 내고 굶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그래서 여러 중증장애인들끼리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요. 저 또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요즘 복지부 앞에서 지역사회주거대책에 대해 투쟁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문제 때문에 투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라에서 인천에 새로운 시설을 하나 지으려고 해요. 그것 때문에 투쟁을 하고 있어요.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가요. 나라에서 시설 쪽으로만 지원할 게 아니라 차라리 그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서 각 아파트 한 채당 2~3명씩 장애인들이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저희한테 훨씬 좋은 대안이에요. 그리고 시설을 만들면 나라에서 돈을 계속 그 시설에 지원해 주는데, 그 매달 나가는 지원비를 아파트 안에 사는 장애인들한테 주면, 우리들도 얼마든지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 갈 수 있어요.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시설에만 공을 들이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해 내는데 정부에 그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못하는지...... “장애인들은 사회 안에서 살지마라.” 이런 뜻인 건지...... 왜 많은 돈을 들여서 오히려 우리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촬영 중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소개 좀 해주세요.

너무 많은데, 아쉬웠던 점을 하나 말하고 싶어요. 원래 영화뒤쪽에 사진을 스냅으로 연결시키려고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야학의 모습, 특히 야학 친구들을 인터뷰하는 모습들을 담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갈 때마다 비가 오거나 행사가 생겨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영화제 출품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할 수 없이 사진으로 대충해버렸지 뭐에요.

이번 영화가 첫 작품이잖아요. 앞으로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혹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요?

아직 진행 중인건 없지만, 이쪽에 관심이 많아요. 영화를 만드는 일이 신기한 것도 많고 무척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영화를 조금씩 해볼 생각이에요. 사실 감독님이라는 호칭도 굉장히 어색해요.

감독님이 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하기위해 부딪칠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 분들이 포기하지 않게 조금만 더 옆에서 살펴주시고 힘이 될 수 있게 같이 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나라 제도도 빨리 제대로 정착이 되어야 하구요. 오히려 지금 정권이 들어서면서 장애인인권이 후퇴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죠.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

인권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신데, 저도 꼭 참석 할테니 많은 분들 모이셔서 우리나라에서도 인권 없는 사회가 되지 않게 많이 힘써주시기 바래요. 아자!



인터뷰: 연아, 성진,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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