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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8호] 청계광장의 감동을 다시 한 번...-13회 인권영화제 앙코르 상영회

13 권영화제 그 현장에서 !

 

인권영화제 현장 스케치를 시작하며

  

  여기는 청계광장. 스크린에서는 계속해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많은 관객들이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 도중에도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설책자와 티셔츠도 많이 팔리고 있어 매우 뿌듯하다. 어찌 보면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 ‘인권’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청계광장에서 인권영화제를 열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 째 날 - 그 서막을 열며

13회 인권영화제를 열기 전까지 있었던 수많은 우여곡절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영화제 개막 이틀 전에 청계광장 사용을 불허한다는 공문이 날아온 일이다. 영화제와 사랑방 활동가들은 긴 회의 끝에 예정대로 청계광장에서 개막식을 열기로 했고, 언론과 사람들의 수많은 지탄 속에 압박을 느낀 정부는 결국 청계광장을 열게 되었다. 이 기가 막힌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를, 그리고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13회 인권영화제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개막일 아침 무대를 설치하려고 할 때 잠시 경찰의 방해가 있기도 했지만 이후 큰 사고 없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5일 저녁 7시에는 1000여명의 관객이 모여 개막식을 지켜보고 개막작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관람했다. 개막식은 김환태 감독, 김현진 씨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유리 씨가 춤으로, 그룹 ‘10센치’가 노래로 개막식을 축하해 주었다. 개막작 상영 후에는 장호경 감독과 용산 참사 유가족 분을 무대로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이후 밤늦게까지 이어진 영화 상영 때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첫째 날 하루 동안의 관객 수는 약 3700명 정도였다.


영화제 째 날 - 평화와 여성을 말하다

날씨는 다소 흐렸지만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많은 관객들이 손에 손을 잡고 청계광장을 찾았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는 낮 12시 직전에는, 환경을 노래하는 그룹인 ‘터키쉬 블루’의 지지공연도 있었다.

영화제 둘째 날은 평화와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되었다.<2008 인권선언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를 시작으로 고립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의 일상을 다룬 <올리브의 색 The color of Olives>이 이어졌다. 영어로 된 영화라서 외국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악마의 거래 Devil's Bargain>에 이어 <백인 여러분 You white people>이 상영됐다. 그 이후 잠깐 소나기가 지나갔지만 오히려 광장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국경은 없다>가 상영되면서 점점 인권영화제를 찾는 관객은 늘어갔다. <고양이들>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관객들은 종종 웃음을 터뜨렸다.

밤이 되자 광장에는 자연스레 영화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감상 이후에는 감독님과의 만남을 가졌다. 영화에 출연하신 홍윤경씨도 특별히 단상에 올라와서 이랜드 투쟁에 대해 발언했다.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부터는 거리를 지나다가 걸음을 멈춰서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까지 이어졌다.


영화제 째 날 -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영화제 마지막 날인 7일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큰 비는 오지 않았고, 청계광장과 청계천 주변에 놀러 나온 시민들이 많아서 오후가 되면서는 관객들도 점점 늘어났다.

상영할 영화가 많다 보니 쉬는 시간도 별로 없이 영화가 계속해서 상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뜨지 않고 영화를 관람했다. <기타(其他/Guitar)이야기> 상영 후에는 콜트콜텍 노동자 분들의 발언을 들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예정되어 있던 대로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의 콜트콜텍 투쟁 특별공연이 열렸다. 아름다운 기타 연주에 영화를 본 관객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도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8시를 조금 넘겨 시작한 폐막식은 온전히 활동가들의 무대였다. 영화제 자원활동가인 준식 씨와 화신 씨가 폐막식 사회를 맡았다. 영화제를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었고, 모든 자원활동가가 무대로 올라가 소감을 이야기했다. 폐막작인 <브루크만 여성노동자>를 끝으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13회 인권영화제가 일단 막을 내렸다. 이번 주에 이어지는 앙코르 상영회는 미산 마을극장에서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열린다. 청계 광장 때만큼이나 열정적인 관객들이 인권영화를 보러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 울림팀 함께 씀

 

13권영화제 미산 마을극장 코르 상영회 일정회

6월 11일(목) - 14일(일), 성미산 마을극장

(K)한글자막 (E)영어자막 (화)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T)감독·관객과의 대화

 

 

         [6월 11일 목요일 (Thu)]

       13:00    형장의 문 앞에서   At the death house door  
(K) 96분
       14:50    고양이들   Cats   (K) (T) 62분
       16:40    기타(其他/Guitar) 이야기   Other Guitar Story   (K) (T) 67분
       18:30    어린 광부   Child Miners  
 (K) 45분
       19:30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The Necessary Things Around School  
(K) (T) 33분 44초
       20:50    브루크만 여성노동자   The women of Brukman  
(K) (E) 88분


        [6월 12일 금요일 (Fri)]

       13:00   
올리브의 색: 팔레스타인의 일상
                      The Color of Olives : A story of everyday life in palestine 
(K) (E) 97분
       15:00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The time of our lives   (K) (T) 117분
       17:40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 개발에 맞선 그들의 이야기
                     People who can not leave  
(K) (T) 60분
       19:20    헤어 인디아   Hair India   (K) (E) 75분
       20:50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K) 39분
       21:50    우리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E) 22분 37초


       [6월 13일 토요일 (Sat)]

       12:00    악마의 거래   Devil’s Bargain 
  (K) (E) 88분
       13:40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K) (화) 13분 20초
       13:55    작은 새의 날개 짓    
(K) (화) (T) 14분
       14:50    백인 여러분   You white people
   (K) 52분
       16:00    노예   Slaves_An Animated Documentary   (K) (E) 15분
       16:15    소년마부   A Young Stallman   (K) (T) 44분 30초
       17:40    2008 인권선언“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   (K) 16분
       18:00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The Fool Doesn't Catch a Cold  
(K) (T) 18분 45초
       19:00    국경은 없다 Borderless   
(K) (T) 64분
       20:50    또 다른 행성   Another Planet    (K) (E) 96분


       [6월 14일 일요일 (Sun)]   집중 ! "표현의 자유"

       12:00    누가 치아비치아를 죽였나?   Who killed Chea Vichea? 
  (K) 81분
       13:40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Variety Survival Talkshow   (K) (T) 72분
       15:40    저널리스트   Journalists  
(K) 52분
       16:50    촛불다큐_우리 집회할까요?

                      Shall we protest?_Chotbul documentary   (K) 41분 50초
       17:35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시즌2 ‘320프로젝트’  (K) (T) 35분
       18:50    버마 VJ   Burma VJ -Reporting from a closed country  (K) (E) 8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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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6호] Who killed Chea Vichea ? (누가 치아비치아를 죽였나)

Who killed Chea Vichea ? 누가 치아비치아를 죽였나?

(브래들리 콕스 Bradley Cox/ 미국/ 2008/ 81분)

  2004년 캄보디아 노동조합의 지도자이자 인권활동가였던 치아비치아(Chea Vichea)가 신문 가판대에서 살해당한다. 용의자로 체포된 두 남자는 법정에서 살인죄로 20년 형을 선고받는다. 침묵을 지키던 현장의 신문판매원은 정치적 망명을 보장받고 나서야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는데...

 


 

알고보면 잘보이는 영화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서구 식민주의 하에서의 고통의 공동운명과 냉전시대의 지역적 상호간 분쟁을 함께 오랫동안 나누어왔다. 그러나 지금 인도차이나 반도의 이 두 국가는 과거 두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유사성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28년간 미국에서의 망명생활을 접고, 구엔반티우 월남 대통령정부 때 부통령을 지낸바 있는 구엔카오키씨의 귀국은, 그들의 개방정책에 자신감의 표출로 하노이 정부의(현재 베트남정부의 통치정부) 일련의 화해의 조치를 나타낸 것이다.

  베트남과는 달리, 캄보디아 전역은 정치적반대로 인하여 연관된 사람들이 학살됨에 따라 공포가 만연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정치적 살육행위가 현재 계속 진행 중이며 민주정부수립이 요원함에 따라 캄보디아의 미래에 먹구름이 깔려있다.

  가장 최근의 희생자는 캄보디아 자유노조회장이며 주요야당인 샘당의 당원이기도한 ‘치아 비치아’ 씨이다. 치아 비치아 씨는 캄보디아에서 근로자들을 위해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저명한 인사 중의 한사람이었고, 캄보디아에서 가장 활동적인 노조의 하나를 이끌었으며, 캄보디아의 의류 근로자들을 조직화한 사람이다.


  캄보디아인권본부는 2002년 11월 이래로 주요 야당인 샘당에서만 15명만큼이나 많은 수가 살해되고, 이밖에도 F당의 추종자 9명과 훈센총리대행이 이끄는 집권캄보디아중앙인민당의 4명도 살해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명의 저널리스트와 인기 있는 엔터테이너도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명백한 야당인사에 대한 위해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런 파렴치한 정치적 살해행위에 대한 수사는 오리무중임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현재 캄보디아 정부가 그들의 정적을 제거하는데 암암리에 이용되고 있다.

  치아 비치아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두 사람은 2009년 1월, 5년간의 수감생활을 거친 후에 석방됐다. 알리바이가 명백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자로 몰렸던 두 사람과, 정치적 망명을 약속받은 후에야 진실을 털어놓았던 치아 비치아 살인의 목격자를 살펴봤을 때 아직도 치아 비치아 씨의 살인사건은 많은 수수께끼를 지니고 있다. 떳떳하다고 하는 정부가 나서서 이를 명백히 밝혀주지 않는다면 오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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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6호] 국내작 소개 -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김태일/2009/다큐/39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산업선교회를 통해 노동운동에 참여한 70년대 여성노동자 송효순씨와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인 홍윤경씨. 두 사람의 만남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한국노동현실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태일 감독 터뷰

‘연대(連帶)’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 당신에게 지지와 연대의 공간은 어디입니까?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영등포 산업선교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어 영화를 찍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산업선교회(이하 산선)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산선에서 활동했던 분의 제안을 받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이 산선 50주년이여서 행사 때 상영할 텐데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만들라고 해서 함께 하게 되었죠.

감독님께서 2003년도에 만드신 <나는 노동자이고 싶다>에서는 비공식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다루셨습니다.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특별히 여성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으신가요?

작업 전부터 여성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어요. 비공식노동자에 대한 작품을 하다 보니 대다수 비공식노동자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산선과 관련한 작업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여성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그리 되었던 것 같아요.

영등포 산업선교회의 노동운동에 대한 역할에 있어서 예전과 지금이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산선은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에요. 초창기 어려운 시절 산선을 통해 한국노동운동이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노동조합이 많이 생겨나면서 산선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면서 지금은 아시아연대로 확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윤경씨가 노동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자식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가정의 역할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에게 있어서 가정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질문인데요. 늘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유지하는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평등한 관계를 만들고 서로를 지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장이라고 봅니다.

영화에서 조지송 목사님이 사람은 몸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육체노동의 귀함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부모세대는 자식을 노동자로 살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자식들도 노동자로 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이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들게 일해서 버는 게 아니라 편하게 버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선호하죠. 노동의 소중함 보다는 돈과 권위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기성세대의 바람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예라고 봅니다. 물질이 가치의 기준이 되는 이상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영화 중간에 노중기 교수님이 노동운동의 단결이 어려운 이유는 자본가가 고용을 매개로 노동자를 분할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이런 분할 지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노동연대가 기본적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몸으로 느끼기에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봅니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손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영화에서 영등포 산업선교회라는 곳이 집회 장소로도 사용되어 ‘광장’의 역할을 했었고 노동자들의 의식을 깨우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드는데 그루터기 같은 역할을 했었다고 나타납니다. 감독님에게 있어서 영등포 산업선교회와 같이 감독님을 지지해주며 소통의 공간의 역할을 해주는 곳은 어디인가요?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분과에서 게으르게 활동하는데요. 이곳이 지지와 연대의 공간입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가진 힘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진짜배기라고 하시는 말씀처럼 노동하는 사람들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연대의 손길,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나누는 것, 이것이 기본이고 제가 영화 속에 담으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영화제의 거리 상영에 대한 지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기에 거리에서 인권영화제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의 인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표현의 자유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공간이 아니라 거리에서 광장에서 많은 이들과 연대의 장으로 함께하는 것이 더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진행하고 만들어가는 분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 인터뷰: 준식, 인선,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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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6호] 국내작 소개 -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안창규/2008/다큐/33분 44초)

  대학 등록금은 매년 오르고 있다. 등록금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해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 영화는 고액의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에 집중하면서 ‘교육’이라는 공공의 권리를 강조한다.


창규 감독 인터뷰

 -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맞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듭시다!

감독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나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20대를 거치며 사회적인 모순들을 접하고 나서는, 단순히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세상에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세상과 발맞추어 나가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년까지는 RTV에서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예산이 깎이는 바람에 제작을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학교 후배들과 술 마시면서 신세한탄 하다보니 등록금 때문에 학교 다니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후배들 중 한명과 의기투합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죠.

영화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섭외가 쉽지 않았어요. 자기가 어렵다는 것을 카메라 앞에서 공개하는 거잖아요. 주로 지인들에게 소개 받았구요. 학생회 쫓아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이트에 섭외 공지를 올리기도 했어요.

한 인터뷰이의 말 중, 함께 대응할 수도 있는데 왜 순응하느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등록금 문제야말로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사안인데도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무관심한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20대들에게도 문제가 있긴 하죠. 그래도 저는 기성세대의 탓이 크다고 봐요. 우리가 10대 때부터 극한 경쟁사회에 내몰렸잖아요. 뭐든지 경쟁, 경쟁... 그래서 어떤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것에 미숙한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싸워나가야 하는데, 지금 20대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거죠. 그래서 등록금이 비싸도 한숨쉬면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슬에서 빠져나가지를 못해요. 그런 부분이 정말 안타까워요.
그리고 80년대에는 성적이 안 좋아도 웬만한 곳에 다 취업이 됐었거든요. 기성세대가 파이의 일정 부분을 이미 다 차지한거죠. 지금 20대들은 남아있는 작은 파이 조각을 두고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성세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대의 경우 사립대보다는 등록금 총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관심을 덜 받고 있습니다. 국립대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금 문제는 국립대, 사립대를 나눌 문제가 아니에요. 국립대 등록금 자체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리고 국립대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구요. 국립대가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내실 없는 몸집을 막 키워나가다 보면, 결국 희생양은 학생들이에요. 학생들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등록금 받아서 건물을 지어 놓고, 막상 지어놓고 보면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있어요. 그런 상업시설은 또 학생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이용하고 있구요. 국립대가 사립대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어요.

언론은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자극적인 것만 보도되고 본질을 잘 짚어주지 않아요. 등록금이 비싸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람들도 다 알아요. 그런데 왜 학생들이 삭발을 했을까에 대한 질문은 없어요. 그냥 ‘저 친구들이 힘들다’라는 것에서 끝나는 거죠. 파고 들어가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말이죠.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장학금을 늘리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높은 등록금 문제를 장학금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제가 대학 다닐 때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어려워서 장학금을 꼭 타야 했어요. 그 친구가 생활비 때문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적이 떨어져서 한 등수 차이로 장학금을 못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바로 앞 등수의 친구가 집안이 넉넉한 애였어요. 그래서 조교들이 장학금을 좀 양보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줬어요. 그런데 그 애가 그 돈으로 뭐 했는지 아세요? 해외여행 갔다 왔어요. 그 일로 제 친구가 정말 서운해 했어요. 장학금은 높은 등록금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어요. 등록금, 생활비 벌려고 일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집안이 넉넉한 학생들은 돈 들여서 사교육 받고 높은 성적을 유지해서 장학금 받아요. 물론 일 하면서 악착같이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왜 그 친구들은 그래야만 하죠? 누구는 편하게 돈 받으면서 공부하는데요. 장학금이 해결책이 아니라, 학생, 정부,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해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비가 다 되고 나면 보기에는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강을 파헤치고 자연을 훼손하고, 청계천 때처럼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이 생길거란 말예요. 왜 자꾸 사회적인 분쟁들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산적한 문제도 많은데. 그 돈으로 충분히 많은 학생들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거든요. 심정 같아서는 정신 차리라고 약이라도 사다주고 싶어요.(웃음)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바람직한 최종 상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궁극적으로는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현실로 봐서는 대학 당국이나 정부나 그런 의지가 없죠. 프랑스는 대부분 다 무상교육이에요. 68항쟁 때 대학에 들어갈 당사자들인 고등학생들이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했대요. 정부가 의지가 없으면 학생들이 좀 더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등록금 문제가 이슈화는 되었는데, 왜 비싸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도들이 계속되다보면 무상교육까지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에는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88만원 세대’에 관련된 작업을 해 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 취업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구요. 이게 끝나면 88만원 세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것까지 정리를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서 20대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담아보고 싶어요. 이건 얼마 전에 작업을 하다가 확장한 건데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운동으로서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은 무엇일까요?

주류 언론이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운동 다큐가 갖는 강점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찍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소통하면서 만드는 쪽이 갖는 재미들이 있어요. 제가 항상 성장해 나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요즘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결론은 뭐 재밌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건데... 한편으로는 좀 짜증이 나기도 해요.(웃음) 영화가 재미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들도 있거든요. 재미없더라도 고민할 수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는 한번쯤 박수를 쳐 주었으면 좋겠어요.

인권영화제와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메시지 부탁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제약이 가면 그것에 대항해서 인권영화제는 항상 대안적인 상영 방법을 찾고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작년에 이어 야외상영을 한다고 들었는데, 원칙들을 지켜나가는 그런 모습이 아름답구요, 저도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파이팅!

- 인터뷰: 민지,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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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7호] 국내작 소개 -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

라이어티 생존 토크쇼 (조세영/2009/다큐/80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작은말하기’라는 모임에서 ‘성폭력 피해 드러내기’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자신을 열어 사람을 발견하고 성장시킨다. 외부와 충돌을 겪으며 더 강해지는 그녀들.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용감한 그녀들의 ‘생존토크’는 위대하다.

 


 

세영 감독 터뷰

    - ‘말하기’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그녀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에는 뉴스나 미디어에 성폭력, 강간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불편했었다. 2005년 말에 말하기 대회에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거기서 피해생존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뉴스나 미디어에서 얘기되는 것과 또 다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6년에는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진행을 좀 하다가 2007년에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에 관한 본격적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은 말하기 모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성폭력 상담소에서 주최하는 '큰 말하기 대회'가 있다. 큰 홀에서 무대위로 성폭력 피해생존자 몇 분이 나와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들으면서 공감을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 일회적인 행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작은 말하기라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평소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얘기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지지해주는 모임이다.

가장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들을 드러내어 말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료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상처를 이야기하기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나요?

일단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은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에 출연하기에 앞서 말하기 대회에 나오셨던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그 용기를 조금 더 확장시킨 것에 불과하다. 자발적으로 출연을 하신 분들도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있었다. 대회에 나오셨던 분들이지만 카메라가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어 하셨던 분들도 있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나도 성폭력에 대해서 또 그 분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영화를 보면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의 말에 피해생존자들이 더 상처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2차가해), 감독님이 말하기 모임에서 피해생존자들을 대하는데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나요?

그 공간에 나가다 보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좀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2차 가해를 준 구체적인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의 ‘살았으니 된 것 아니냐’, ‘너 같은 애한테 그런 맘이 생길까’ 등의 말로 생기는 2차피해는 생존자들에게 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굉장히 후회하게 만드는 지점들이다. 친하고 가깝다고 느껴서 말하기 힘든 것 들을 얘기했더니 그런 반응을 보이면 생존자들의 자존감을 낮게 만들고 세상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을 자기가 당한 것처럼 사건을 재해석하게 되면서 생존자들이 사건을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밤에 일찍 다니고 운동을 하고 이런 것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에도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다. 야한 옷을 안 입고 일찍 다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식의 전환, 구조나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를 통해 여성들의 연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영화에서 미경이 범인의 재판하는데 참석하기 위해 군부대를 방문할 때 다른 피해생존자들이 같이 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같이 가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없다. 같이 가는 것으로 미경이한테 정서적으로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엄마나 친한 언니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는데 같이 지지를 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보짱의 에피소드에서 보듯 운동 내에서의 성폭력도 매우 심각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이나 레디앙에서 목수정씨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아도 실망스러운데 이러한 진보적 운동내의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짱의 경험을 듣고 사실 충격을 받았었다. 운동 사회뿐만 아니라 진보적이라는 곳에서 교묘하게 자신들의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면서 여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놓고 마초라고 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의를 말하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의 문제인 것 같다. 결국 한국의 남성들도 직간접적으로 똑같이 피해를 보게 된다. 권력과 관계 등이 맞물려 성폭력 피해를 말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것 같다.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일단 솔직히 말해보자는 것이다. 일단 얘기가 되어야 이에 대한 대처나 방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가지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는 선배가 '돌 속에 갇힌 말'이라는 87년 부정선거에 대한 영화에 조연출을 구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때 인권영화제에서 인권영화를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특히 '난민캠프'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영화가 감독님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남긴 작품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성폭력이나 강간을 뉴스에서 보게 되면 여전히 편하지 않지만 예전의 불편함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언론에서 성폭력을 보도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는 막연히 불편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성폭력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성폭력에 대한 의미를 차근차근 짚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작년에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다. 하루에 1분도 성폭력을 생각 안 한 적이 없다. 나 자신이 성폭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 이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시각 자체를 많이 바꾸었던 계기가 되었다.

인권영화제가 12회에 이어 올해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거리상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상영하는데 그 용기에 정말 감탄합니다. 저도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이만큼 성장하게 되었고 또 누군가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권영화제 파이팅!

- 인터뷰: 성기, 은진,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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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5호] 해외작 소개 - You white people (백인 여러분)

You white people

(랄라 고마 Lala Goma/ 스페인, 프랑스/ 2007/ 52분)

  흑인 소년은 당돌하게 말한다. “하나님이 어쩌다가 당신네 피부를 흰색으로 만들었지?” 8살인 이 아이는 학교 교실에서 친구들과 백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흑인 소년의 유쾌한 뒤집기.

알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영화의 주인공들이 사는 나라인 우간다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1987년 무세베니 대통령 집권 이후로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간다는 여전히 최빈국중 하나이다. 하지만 교육은 주변 국가들보다 잘 보급되어 있는 편이고, 공립이거나 정부의 원조를 받는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약 80만 명이라고 한다. 여러 부족 언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영어를 공용어 중 하나로 사용한다.


  아이들이 보트를 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아름다운 호수는 빅토리아 호수이다. 빅토리아 호수는 우간다뿐만 아니라 케냐와 탄자니아에도 걸쳐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바로 이 호수 연안에 우간다의 수도인 캄팔라가 있다. 캄팔라는 예전부터 우간다 왕국의 수도였고, 한국에서 서울이 그러하듯이 우간다의 상업, 지식, 문화 그리고 정치적 술수의 중심지이다. 캄팔라는 각종 문화시설과 관공서, 호텔 등 높은 빌딩들로 가득하며, 낡은 건물들도 점점 재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도에 대한 캄팔라 주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영화에서도 아이들이 캄팔라의 근대화된 모습을 신기해하며 구경하고, 자신들의 수도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캄팔라를 둘러본 뒤, 외딴 시골 마을에서 온 주인공은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의 말대로 “백인들은 이렇게 피곤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인들은 지치지 않으니까.”

-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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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5호] 국내작 소개 - 고양이들

양이들  (풍경/2008/극/62분)

  연기자와 스탭이 모두 활동가로 구성된 제작 자체가 극적인 극영화. 비혼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세 여성의 삶은 세상의 틀에 박힌 시선 속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자유로운 일상과 꿈은 당당하다.

독 인터뷰

<고양이들>은 13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중 몇 안되는 극영화입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인 ‘언니네트워크’가 제작한 첫 작품입니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언니네트워크 사무실에서 풍경 감독을 만났습니다.

감독님은 운동의 일환으로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일단 13회 인권영화제, 축하드립니다. 인권영화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은 영화를 통해서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에 비혼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질문을 시작하고 이어가고, 또 고민하고 소통하게 되는 것이 영화가 운동으로서 갖는 의미가 아닐까요. 또 지금처럼 이렇게 질문을 받는 것 역시 영화가 갖는 의미중 하나겠지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비혼인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딱딱한 정의부터 시작하자면, 비혼이란 ‘미혼’과는 다른 의미이고, 결혼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을 뜻하지요. 영화 속에는 세 가지 모습의 비혼인들이 등장하죠. 그 중 레즈비언 커플을 통해서는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관습이 가지고 있는 틀이 있는데, 영화 속의 비혼여성들은 사회의 결혼제도와 부딪히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비혼인은 제도화되고 관습화 된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이 바라는 삶, 살고 싶은 삶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그 삶은 ‘결혼’이라는 이름은 아니고요.

비혼여성이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독립심, 용기, 그리고 네트워크라고 저는 생각해요. 일단 독립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겠죠. 스스로 혼자 독립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만들어져서 제시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가 꼭 필요하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굉장히 힘들고 외롭더라구요. 실제로 비혼여성들을 보면 살아가면서 서로 팁도 나누고, 집 구하기나 안전 문제 같은 혼자 살아가는 노하우도 나누고, 또 제도와 부딪히면서 가족, 결혼을 강요받을 때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해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야 의지를 갖고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일단 모여야 한다는 거죠. 함께 모이고, 더 나아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연대와 네트워크가 <고양이들>의 마지막 장면처럼 치한을 쫓아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활동가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처음부터 우리 활동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전문연기자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시나리오 쓰면서 누가 어울릴까를 생각했었어요. 출연자 대부분이 연기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더라고요. 두렵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요. 연기를 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그게 이 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또 영화에 출연하신 모든 분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고, 언니네트워크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었어요. 자신들의 자원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 거죠.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영화를 찍을 때 화면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겹쳐서 안 보이는 경우를 ‘더블된다’고 말해요. 그런데 출연하신 분 중에 계속해서 더블이 되는 분이 있었어요. 일부러 하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 됐을 텐데, 덕분에 많이 웃었죠. 또 어느 날은 스탭을 하다가 어느 날은 배우를 하고, 엑스트라도 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많았죠.

누구나 영화에 출연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여기서 재밌게 놀아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하다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비혼이 진지하게 정치적 쟁점으로써 논의되지 않고, 한 개인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비혼이 왜 정치적 쟁점이 되어야 하며, 최근 비혼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가 사실 에필로그가 있었어요. 그 에필로그에서는 세 에피소드 각각의 인물들이 원한 방향의 결말을 보여줘요. 사실 촬영을 하면서 내내 고민을 했는데,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의 경우의 수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단하고 제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이 공감과 문제의식인데, 그 다음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필로그를 빼게 되었어요.

비혼이 왜 정치적 쟁점이 되어야 하는가의 경우, 사회가 말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잖아요.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여성에게는 말이죠.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은 점점 더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정해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통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알고, 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왜 개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고양이인지요?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이미지에 있어요. 또 고양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안에서 많이 존재하잖아요. 실제 고양이뿐 아니라 각종 문화에서라든지 말이에요. 그게 저는 정말 친숙했어요. 친숙함과 함께, 보다 더 여자들을 상징한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그래서 고양이의 이미지를 쓰게 되었어요.

언니네트워크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언니네트워크는 언니네라는 사이트를 기반으로 2004년에 만들어진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단체에요. 성적 차별이 종식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언니네트워크 영상팀이 생겨서 여성주의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 예정인데요, 올해도 하반기에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이진 않습니다. 저는 여성주의 영상을 한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인권영화제 거리 상영에 대한 지지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제 13회 인권영화제가 올해도 작년에 이어서 뚝심 있게 거리 상영을 선택하였는데, 정말 지지합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제가 올해도 열림으로써 보석 같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고, 늘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뚝심 있게 영화제 잘 치러내시고, 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와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지합니다!

인터뷰: 민지, 연주 /영상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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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해외작 소개 - 헤어 인디아 (Hair India)

Hair India (Marco Leopardi, Raffaele Brunetti/2008/이탈리아/다큐멘터리/75분)

  Sangeeta는 현대 인도의 커리어 우먼을 대표하는 부를 거

머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길게 하기 위해 헤어 살롱에서 머리카락을 붙이게 된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에서는 붙임용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한편, 인도의 벵갈 서쪽 지방에서는 한 빈민층 집안의 소녀가 고이 기른 머리카락을 사원에 바치려고 한다. 소녀가 바치는 머리카락은 어디로 가서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헤어 인디아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품화되는 머리카락을 소재로 지구화, 시장, 그리고 종교적 의식이 한 데 모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하여 어떠한 것이든 상품화시키는 현 세계의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영화이다.

연주



터뷰 / Serena Podano (Hair India production co-ordinator)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의 배경으로 인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로마에서 ‘Great Length’사를 발견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머리카락 회사이다. 우리는 이 회사가 인도인의 머리카락을 서구의 고급 미용실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랍권 국가들, 호주, 러시아, 그리고 심지어 인도에까지도 머리카락을 수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순을 통해 오늘날의 인도를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인도에는 현대성과 고대성이 공존하고 있다.

인도의 저소득층에게 머리카락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신전에 바칠 때의 종교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도 신화에서 Vishnu신은 Padmavathi여신과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들의 회계원인 Kubera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Kubera는 자신이 제시한 이자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서, 몇 세기에 걸쳐 자손들이 빚을 갚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몇 백년 동안 신자들은 돈이나 보석을 바쳤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을 기꺼이 바쳤다. 매일 40000명의 순례자들이 정화의 의식으로 머리카락을 바친다. 아름다움은 인도인들에게 거의 신성한 가치이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바친다는 것은 큰 희생이고,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선물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영화에서는 고소득층 여성과 저소득층 가족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머리카락을 따라가 보면 현재 인도의 모순들을 관통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첨단기술의 발달과 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부를 만들어 내고, 옛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나라에서는 현대적 발전, 고대의 전통 그리고 깊은 영적인 면이 나란히 산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진술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이야기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의 영화 제작 방식이다. 언론이나 르포는 해답을 연구하고 제시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면, 우리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머리카락 자르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에 영화 속 가족과 촬영 스태프들 모두에게 긴장감이 쌓여 있었다. 길고 피곤했던 여행,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대한 엄마와 딸의 걱정, 사원 안 촬영 허가 문제 등.. 가족이 머리카락을 바친 직후, 이 모든 긴장이 사라졌고 우리 모두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인권영화제에 대한 지지의 말을 해준다면?

문화와 인권은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영화 제작과 배급 분야가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영화제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들을 널리 퍼뜨릴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작성: 영은 / 번역 : 민지

 


 

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머리카락을 둘러싼 종교와 모발산업의 거래"

 

 

  에 출연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과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이다. 이 둘이 움직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은 종교에 충실한 사람이다. 인도 민중 대다수가 믿는 힌두교에서 신에게 두발을 바치는 것이 자신의 일부를 바치는 것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뭔가 기원하고자 할 때 머리카락을 많이 자른다. 그 기원은 주로 돈과 연관되어 있다. 가난함은 사람을 더욱 종교적으로 만든다.


  한편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은 아름다움에 충실한 사람이다. 머리 모양이 사람의 외모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긴 머리로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덧붙이고 싶어 한다. 이를 간파한 세계 모발산업에서는 진짜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헤어 패션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덧붙일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부유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것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부유함은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 두 부류는 묘하게 이어져 있다. 진짜 머리카락 중 최상급으로 취급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도인의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출처는 힌두교 사원이다. 사원에서는 신자들이 자른 머리카락을 고스란히 모아 모발산업의 원자재로 만들다. 인도 정부에서는 힌두교 사원의 두발 거래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 대신에 판매액의 2/3은 자선사업과 기부에 쓰도록 했다. 나머지 1/3은 사원의 개·보수 등으로 쓰인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가난한 자들의 머리를 떠나 공장에서 가공되어 어느 미용실에서 부유한 자들의 머리에 덧붙임을 반복하며 종교와 모발산업에 봉사하고 있다.


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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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김경만/2008/다큐/17분)

  2007년 대선, 두 친구가 대선방송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둘의 대화를 내레이션 삼아 과거 대선방송과 과거 정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영화는 둘의 대화와 화면들 통해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과거와 현재의 한국 정치를 풍자한다.


사실, 우리들은 감기에 걸린 줄도 모르는 바보가 아닐까?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로 세번째 인권영화제를 찾는 김경만 감독을 만났습니다. <각하의 만수무강>, <골리앗의 구조>, <학습된 두려움과 과대망상>,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등의 영화를 통해 국가보안법, 철거민의 문제, 이주 노동자의 문제 등 이 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통령 선거 있기 몇 달 전쯤 부탁을 했어요.(영화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은 그와 같은 단체,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함께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입니다) 선거를 하면 이명박 되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 같은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다가 두 감독에게 개표방송을 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선거란 게 되게 이상한 거잖아요. 선거전의 분위기라는게... 사회에서 흥분되고 들떠있고, 마치 대통령 하나만 뽑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걸 믿는 척 하는 분위기가, 결국 나중엔 속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여태까지 그렇게 속아왔으면서 또 속는게 이상하단 생각도 들고. 그런데다 이명박이라는 정말 사기에 출중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 뻔하다라는 이야기들을 하는게 이상한 현상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제목을 정하시게 된 이유는?

일본 속담입니다. 만화책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더라구요. 제목이 이 계획의 제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의미를 암호처럼 감추려는 건 아니였고요. 제목이라는 게, 다큐의 경우 내용설명을 위해 요약한 몇 단어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영화제목은 그렇지 않아도 되잖아요. 제목의 뜻이나 의미나 분위기, 뉘앙스 이런 것들이 영화의 의미를 한정짓지 않고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의문을 주고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또 선거라는게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과도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선거라는 걸 제대로 하게 된 게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원래 선거가 쇼이긴 하지만 그전의 선거는 더 쇼나 그냥 선거를 흉내내는 거였잖아요.

방송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두 친구의 모습이 극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와 관련해서 전혀 연출한 부분이 없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다큐는 다 연출을 하는 거잖아요. 사실 극영화라고 봐도 무방하죠, 두 사람이 연기를 한거나 마찬가지니까. 대본을 준건 아니지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보니 필요한 게 뭘까라고 생각한 이야기를 열심히 해주신 듯해요. 사실 원했던 건 더 쓸데없는 이야기로 가길 바랐는데, 감독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끌려 간 듯 하구요. 애초에는 영화의 구성이 모호했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과의 두 사람의 쓸데없는 이야기들의 결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몰랐죠.

영화를 보면 과거와 겹쳐지는 현재의 모습이 또 영화를 찍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과도 다시 겹쳐지는 듯합니다. 현 정부를 바라보시는 감독님의 느낌은?

제가 미래를 예측, 예언을 한건 아니고요, 그럴 혜안이 있는 사람도 아니구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제대로 망쳐놓을 것이다.(웃음) 생각대로 아주 속도감 있게 밀고 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이 사람의 추진력이란 게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질리죠 사실... 이 사람이 흉내내려는 사람이 박정희라 더더군다나 그랬던 것 같고. 계속 몰아붙이는데... 아휴 정신없어요.

감독님의 영화는 풍자와 조소하는 느낌이 잘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 냉소라고 하던데(웃음). 풍자라는 게 제대로 되면 참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출발은, 한국에서 살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게 말과 내용이 너무 다른거예요 .원래 말이란 게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야 납득이 가잖아요. 근데 한국은 너무 대놓고 사기가 범람하니까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 편집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말이란게 말을 하고 한참 후에 밝혀지게 되니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한 것 같다고 생각한거죠. 그렇다면 붙여서 보여주면 그 사기들이 드러나니까 사람들이 받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또 그런게 내가 느끼는 느낌이랑도 닿아있는 것 같고...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라는게 내 느낌을 알아달라는 거잖아요. 근데 또 그게 내 느낌만은 아닌 것 같고...그렇게 붙여 놓으니까 웃기게 되는거예요. 눈앞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는게 기분이 나쁜 일이기도 하고.

감독님은 영화를 운동으로서 생각하시나요? 영화가 운동으로서 가질 수 있는 힘은 어디까지 일까요? 또, 대한뉴스와 같은 기록 영상들을 매 작품마다 활용하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운동으로서 생각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떤 효과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지만요. 내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심보는 있었던 것 같은데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운동이라면 오히려 많은 숫자의 액티비즘 다큐가 스스로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운동이라기보다는 그냥 만들고 싶은걸 만든거죠. 하도 답답하다 보니까. 영화가 가지는 힘은, 많이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옛날 필름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도 사람이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예를 들면 이명박을 지지하게 되는 사람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그에 대한 어떤 인식이란게 있잖아요? 세계란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그런거라는...제가 볼 때 이명박이라는 분명한 사기꾼을 지지하게 되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 인식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실체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인 거라는 거죠. 결국 이 인식이란 건 사람이 얻게 되는 정보가 원인인 거잖아요. 제대로 된 정보만 있으면 바른 인식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 동안은 정부에 의한 정보의 통제와 왜곡이 심했죠. 그런 수단들의 하나가 영화였던 거구요. 옛날 필름이란 게 다 국가가 만드는 거였잖아요. 당시 거의 유일한 정보인 것들이 대한 뉴스 같은 필름이었던 거죠.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그런걸 보면서 영화란 게 영화를 사람들에게 실제처럼 인식시키는 힘이 있구나 생각했고 그 힘에 관심이 간거죠.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되신 이유는 있으신가요? 인디다큐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이시기도 했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일까요?

특별한 이유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법들을 찾다보니 그 선택한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다큐로 분류된 것인 것 같아요. 자기 나름의 기준이라 생각하는데요. 제 생각은 인디다큐에서 틀었으면 하는 작품들은 방송다큐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방송다큐는 정보전달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면, 인디다큐는 자기생각에 대한 고민이 보여야 하고 그 고민을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인 담겨있는 것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 제작소 '청년' 이란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90,91년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란 운동권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기 위해 모인 것이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상영금지가 되어 도망다니고 몰래 상영하고 그랬죠.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이고 영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때라 서로 모여서 함께 작업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죠.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스탭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비디오가 일반화 되고는 조금 달라졌어요. 주로 독립적으로 작업들을 하죠. 많은 감독들이 거쳐갔어요. 현재는 5명의 회원이 활동중이구요. 이전에는 극영화 위주였지만 지금은 다큐를 하는 사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으신가요?

장편이구요.(웃음) 이 영화 역시 이상한 풍경의 나열일 것 같아요. 4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벌어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랄까. 미국대통령의 한국방문 한국대통령의 미국방문 등... 이 영화도 기록영상위주가 될 것 같지만, 아직 확실한건 아니에요.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상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인권영화제답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은 이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자기가 원래 원하던 기준을 다 버리는데, 인권영화제 만이라도 그런 기준같은 것들을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터뷰: 화신, 성기,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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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즈비언 정치 도전기 (홍지유,한영희/2009/다큐/117분)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후보 최현숙입니다' 지난 18대 총선,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한나라당의 텃밭인 종로구 국회의원에 도전한 성소수자가 있다. 영화는 성 소수자 후보 최현숙과, 그녀와 함께하는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의 20여일 동안의 선거과정을 담아낸다.

화신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을 지지합니다!

  성적소수환경 문화단체인 ‘연분홍치마’가 <마마상>,<3×FTM>에 이은 세 번째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촌 아트레온 근처의 한 카페에서 홍지유, 한영희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최현숙씨의 선거과정을 다큐로 찍으시게 된 동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지유(이하 홍): 저희는 연분홍치마의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성소수자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가 2007년 5월에 최현숙씨가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계속 연대활동을 해오던 분이기도 했기에 그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머릿속에 그림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한국 최초라는 말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지금까지의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사회와 소통하고 부딪혔던 그 어떤 기회보다도 최현숙씨의 출마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선거가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자리하고 어떤 성과를 남기느냐가 저에게도 연분홍치마에게도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도 굉장한 전환점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고, 다큐멘터리 이전에 선거를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죠. 그런 이후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이 선거를 함께 뛰는, 지지하는 시선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록촬영을 제안받은 거죠. 최현숙씨뿐 아니라 선거를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작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동참을 해주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감독과 선본원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감독과 선본원 활동의 무게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영희(이하 한): 어느 쪽에 무게를 뒀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 다큐를 찍겠다는 것이 활동가라는 위치에서의 결심이었고 그 결심은 선거를 먼저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다큐멘터리스트가 가져야 할 고민들은 당연히 가져갔던 것이지만, 성소수자 활동을 하는 위치라는 게 분명했었어요. 그 위치에서 외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선본 내에서와 다큐과정에서도 고민했었던 부분이었고요. 물론 두 가지 정체성들이 부딪히거나 충돌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었죠. 그렇지만 점점 더 카메라를 두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경계가 무너졌어요. 끊임없이 카메라에 비춰지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개입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형태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스스로 오히려 그런 측면들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 조금 재밌게 얘기하면 되게 고민됐다, 갈등됐다라고 얘기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웃음). 최현숙씨가 후보사진을 위해서 두꺼운 화장을 한 날이 있었어요. 집에서 화장을 지워야하는데, 화장을 해주신 분이 오일로 지우라고 했거든요. 근데 최현숙씨가 집에 와서 물로 먼저 씻고 물 묻은 얼굴에 식용유를 발라서 지우시더라고요(웃음). 너무 답답해서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다가 그냥 찍었던 적이 있었어요. 또 출마선언 당일 아침에 화장하고 머리 만져주던 장면이 있어요. 다른 감독이었다면 서툴게 화장을 하고 화장을 하는 최현숙씨를 더 담았을 텐데 그걸 못 참고 저희가 뛰어들어 머리를 해주고 화장을 해주는 장면이 저희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계속 갈등이 있었던 거고. 그 긴장감이나 갈등 같은 부분들은 계속 있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기대했던 파급효과는 무엇이었나요?

한: 선거기간 동안 선본원들끼리 농담처럼 왜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해 했었어요. 우리는 호모포비아적 테러이든, 열렬한 지지이든 간에 어떤 피드백을 원했던 것 같아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을 가져온다면, 선거 이후 운동이나 진보에 대한 실천의 기준, 혹은 출발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죠. 다큐를 만들면서 기대했던 것은 선거과정의 고민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최현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성’을 부각하고 싶었죠.

홍: 최현숙은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이에요.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게는 불편한 상황인데, 최현숙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고, 자신의 삶을 투쟁하는 삶으로 만들어 왔어요. 최현숙을 지지하는 집단도 그러한 점을 지지했던 것이고, 진보정치를 구체적 개인의 삶 속에서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점을 사회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사회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 이유가 바로 우리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말해야 할 부분이었던 거예요.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사회는 논쟁적이지 않고, 솔직하지 않은 것이죠. 이것을 어떻게 전달했을 때 다큐멘터리가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어요. 좌절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한: 성소수자들의 현실이 선거라는 틀 안에서 잘 전달되길 바랐었어요. 또 이 선본의 활동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거죠.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잊혀질 수 있었던 사건을 재현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길 바랐습니다.

첫 상영 이후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예상한 반응이었나요?

홍: 저희가 코믹물을 만들었나 싶었어요.(웃음) 여성영화제에서 첫 상영할 때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어요. 많이 웃어주시고, 또 많이 울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성소수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꽤 무거운 이야기에 관객들이 함께 웃고 몰입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어떤 분이 영화를 보고 ‘나는 레즈비언이다. 이 영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해요. 특히 성소수자들이 많은 힘을 얻었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다른 면으로 선본 내부에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 드랙쇼 장면에서처럼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모습, 그런 해방감을 본 적이 없었어요. ‘기호6번 최현숙입니다’라는 말은 사실 너무나 식상한 말인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자신들의 모습, 표정, 몸짓으로 그 말에 담긴 열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성소수자인권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아가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사회와 부딪힐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점도 저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죠.

홍: 선거 결과가 물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였어요. 종로구에서 얻은 1138표에 전국 지역구를 곱하는 단순 계산을 해 보면, 정치의 영역에 처음으로 성소수자가 뛰어들었던 결과로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이 정당정치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이 선거를 통해 정당정치와 연대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 선본을 지지해주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당정치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촬영 후에 생각하는 ‘레즈비언의 정치’란 무엇인가요?

홍: 저희가 지지할 수 있는 레즈비언의 정치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게요. 레즈비언이라는 위치를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로 설정하고, 실천하고 싸우는 것.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하는 정치 중의 하나가 레즈비언의 정치가 아닐까요. 성이라는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이야기 될 때도 성과 관련되어 차별받는 사람들, 이슈들을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문화는 모든 사람과 관련되는 것이고, 문화, 사회 등 모든 삶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하지 못할 주제는 없고, 모든 영역에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능교육 노조와 연대하는 장면이 바로 레즈비언 정치가 실천해야 할 현장인 것이죠.

군소정당 후보로서의 고충이 있었다면?

한: 다음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게 끝이었어요. 한국사회의 이 무관심은, 결국 군소정당 후보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언론 보도도 선정적 보도에 그쳤구요. 영화 중에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하는데 기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장면이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이에요. 안타깝죠.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선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사실이기도 해요.

연분홍치마가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분홍치마의 차기작을 소개해주세요.

한: ‘연분홍치마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단체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여성주의문화운동을 하는 단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2003년 기지촌에서 활동하면서 만났던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가능한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마상>을 만들었어요. 또 그 마음가짐으로 <3×FTM>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최현숙씨와 함께 활동을 했었어요. 활동을 해가면서, 이 현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좀 더 대중적인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자 방법으로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들어왔어요. 무엇보다도 성소수자들이 자기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고민하고 미디어를 고민하게 된 것이죠.
차기작은 <종로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게이 커밍아웃 프로젝트이구요, 지금 제작중입니다.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한: 거리상영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심의제도에 대한 부분들을 알리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을 더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앞으로 더 열심히 발전하는 모습 옆에서 같이 지켜보겠습니다.

홍: 준비하시는 분들의 투쟁을 계속 지지해왔구요. 투쟁하는 인권영화제에서 저희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초대해주셔서 너무 영광이고, 앞으로 함께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투쟁!

인터뷰: 민지, 화신,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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