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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김경만/2008/다큐/17분)

  2007년 대선, 두 친구가 대선방송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둘의 대화를 내레이션 삼아 과거 대선방송과 과거 정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영화는 둘의 대화와 화면들 통해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과거와 현재의 한국 정치를 풍자한다.


사실, 우리들은 감기에 걸린 줄도 모르는 바보가 아닐까?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로 세번째 인권영화제를 찾는 김경만 감독을 만났습니다. <각하의 만수무강>, <골리앗의 구조>, <학습된 두려움과 과대망상>,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등의 영화를 통해 국가보안법, 철거민의 문제, 이주 노동자의 문제 등 이 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통령 선거 있기 몇 달 전쯤 부탁을 했어요.(영화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은 그와 같은 단체,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함께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입니다) 선거를 하면 이명박 되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 같은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다가 두 감독에게 개표방송을 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선거란 게 되게 이상한 거잖아요. 선거전의 분위기라는게... 사회에서 흥분되고 들떠있고, 마치 대통령 하나만 뽑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걸 믿는 척 하는 분위기가, 결국 나중엔 속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여태까지 그렇게 속아왔으면서 또 속는게 이상하단 생각도 들고. 그런데다 이명박이라는 정말 사기에 출중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 뻔하다라는 이야기들을 하는게 이상한 현상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제목을 정하시게 된 이유는?

일본 속담입니다. 만화책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더라구요. 제목이 이 계획의 제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의미를 암호처럼 감추려는 건 아니였고요. 제목이라는 게, 다큐의 경우 내용설명을 위해 요약한 몇 단어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영화제목은 그렇지 않아도 되잖아요. 제목의 뜻이나 의미나 분위기, 뉘앙스 이런 것들이 영화의 의미를 한정짓지 않고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의문을 주고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또 선거라는게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과도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선거라는 걸 제대로 하게 된 게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원래 선거가 쇼이긴 하지만 그전의 선거는 더 쇼나 그냥 선거를 흉내내는 거였잖아요.

방송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두 친구의 모습이 극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와 관련해서 전혀 연출한 부분이 없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다큐는 다 연출을 하는 거잖아요. 사실 극영화라고 봐도 무방하죠, 두 사람이 연기를 한거나 마찬가지니까. 대본을 준건 아니지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보니 필요한 게 뭘까라고 생각한 이야기를 열심히 해주신 듯해요. 사실 원했던 건 더 쓸데없는 이야기로 가길 바랐는데, 감독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끌려 간 듯 하구요. 애초에는 영화의 구성이 모호했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과의 두 사람의 쓸데없는 이야기들의 결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몰랐죠.

영화를 보면 과거와 겹쳐지는 현재의 모습이 또 영화를 찍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과도 다시 겹쳐지는 듯합니다. 현 정부를 바라보시는 감독님의 느낌은?

제가 미래를 예측, 예언을 한건 아니고요, 그럴 혜안이 있는 사람도 아니구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제대로 망쳐놓을 것이다.(웃음) 생각대로 아주 속도감 있게 밀고 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이 사람의 추진력이란 게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질리죠 사실... 이 사람이 흉내내려는 사람이 박정희라 더더군다나 그랬던 것 같고. 계속 몰아붙이는데... 아휴 정신없어요.

감독님의 영화는 풍자와 조소하는 느낌이 잘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 냉소라고 하던데(웃음). 풍자라는 게 제대로 되면 참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출발은, 한국에서 살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게 말과 내용이 너무 다른거예요 .원래 말이란 게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야 납득이 가잖아요. 근데 한국은 너무 대놓고 사기가 범람하니까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 편집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말이란게 말을 하고 한참 후에 밝혀지게 되니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한 것 같다고 생각한거죠. 그렇다면 붙여서 보여주면 그 사기들이 드러나니까 사람들이 받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또 그런게 내가 느끼는 느낌이랑도 닿아있는 것 같고...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라는게 내 느낌을 알아달라는 거잖아요. 근데 또 그게 내 느낌만은 아닌 것 같고...그렇게 붙여 놓으니까 웃기게 되는거예요. 눈앞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는게 기분이 나쁜 일이기도 하고.

감독님은 영화를 운동으로서 생각하시나요? 영화가 운동으로서 가질 수 있는 힘은 어디까지 일까요? 또, 대한뉴스와 같은 기록 영상들을 매 작품마다 활용하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운동으로서 생각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떤 효과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지만요. 내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심보는 있었던 것 같은데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운동이라면 오히려 많은 숫자의 액티비즘 다큐가 스스로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운동이라기보다는 그냥 만들고 싶은걸 만든거죠. 하도 답답하다 보니까. 영화가 가지는 힘은, 많이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옛날 필름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도 사람이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예를 들면 이명박을 지지하게 되는 사람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그에 대한 어떤 인식이란게 있잖아요? 세계란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그런거라는...제가 볼 때 이명박이라는 분명한 사기꾼을 지지하게 되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 인식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실체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인 거라는 거죠. 결국 이 인식이란 건 사람이 얻게 되는 정보가 원인인 거잖아요. 제대로 된 정보만 있으면 바른 인식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 동안은 정부에 의한 정보의 통제와 왜곡이 심했죠. 그런 수단들의 하나가 영화였던 거구요. 옛날 필름이란 게 다 국가가 만드는 거였잖아요. 당시 거의 유일한 정보인 것들이 대한 뉴스 같은 필름이었던 거죠.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그런걸 보면서 영화란 게 영화를 사람들에게 실제처럼 인식시키는 힘이 있구나 생각했고 그 힘에 관심이 간거죠.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되신 이유는 있으신가요? 인디다큐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이시기도 했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일까요?

특별한 이유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법들을 찾다보니 그 선택한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다큐로 분류된 것인 것 같아요. 자기 나름의 기준이라 생각하는데요. 제 생각은 인디다큐에서 틀었으면 하는 작품들은 방송다큐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방송다큐는 정보전달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면, 인디다큐는 자기생각에 대한 고민이 보여야 하고 그 고민을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인 담겨있는 것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 제작소 '청년' 이란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90,91년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란 운동권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기 위해 모인 것이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상영금지가 되어 도망다니고 몰래 상영하고 그랬죠.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이고 영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때라 서로 모여서 함께 작업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죠.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스탭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비디오가 일반화 되고는 조금 달라졌어요. 주로 독립적으로 작업들을 하죠. 많은 감독들이 거쳐갔어요. 현재는 5명의 회원이 활동중이구요. 이전에는 극영화 위주였지만 지금은 다큐를 하는 사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으신가요?

장편이구요.(웃음) 이 영화 역시 이상한 풍경의 나열일 것 같아요. 4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벌어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랄까. 미국대통령의 한국방문 한국대통령의 미국방문 등... 이 영화도 기록영상위주가 될 것 같지만, 아직 확실한건 아니에요.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상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인권영화제답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은 이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자기가 원래 원하던 기준을 다 버리는데, 인권영화제 만이라도 그런 기준같은 것들을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터뷰: 화신, 성기,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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