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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2호] 국내작 소개 - 기타(其他/Guitar) 이야기

 

기타(其他/Guitar) 이야기 (김성균/2009/다큐/46분)

 

  국내 기타 브랜드 콜트(Cort)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20여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각종 산업재해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회사를 지켜왔다. 하지만 회사는 더 싼 노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공장 이전을 하면서 생산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리해고 하고 국내 공장을 폐쇄하였다. 이후 노동자들은 철탑농성으로, 본사 점거농성으로, 노숙농성으로 이어지는 길고 힘겨운 투쟁을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영화 “기타(其他/Guitar) 이야기”는 이러한 콜트 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작년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열린<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콘서트>에 참여한 홍대 인디 뮤지션들이 콜트 콜텍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게 되고 노동자들과 의사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 인터뷰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콜트․콜텍이 뭔지 몰랐어요. 클럽 ‘빵’의 이야기를 찍으러 갔다가 친분이 있던 송경동 시인의 권유에 찍게 됐죠. ‘너 콜트 콜텍 얘기 좀 찍어라’ 해서(웃음). 이 분은 노동자들을 위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문화연대에 제안하신 분이기도 하세요.

 

기타 연주자들에게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예술가도 생산직 노동자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노동자 또는 노동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저도 그분들에게 많이 배웠는데, 노동이라는 의미가 워낙 다양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신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데 사장인 경우도 있고, 연영석씨처럼 자신을 문화노동자로 확고히 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또 어떤 분들 중에는 문화노동자라는 의미 말고, 자기 처우나 돈을 버는 부분에 대해서 너무 강조를 하면 역으로 안 좋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요. 사실 자기만족적인 면도 상당 부분 있는 것 같고요. 사실 그 질문이 감독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목소리가 있어서 인디스페이스(매삼화) 상영본에서는 질문하는 장면을 뺐어요.

 

빠진 장면 중 재밌는 장면이 많은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빼신 장면들이 있나요?


  빠져서 아쉬운 장면들보다는 빼려고 했다가 다시 넣은 게 다행이다 하는 장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됐던 타바코 쥬스 권영욱씨 인터뷰가 있죠. 상영회 때 권영욱씨가 보러 와줘서 고마웠어요. 그 친구는 공연도 안했는데, 우연히 다른 사람 인터뷰하러 갔다가 손가락 잘린 것을 노래한 것을 듣고 인터뷰 해 봐야겠다 해서 제안했는데, 민감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인터뷰해줘서 고마웠어요. 뺀 장면 중에선 아쉬운 것이 안동성씨라고, 극장상영본에서는 나온 분이 계신데, 기타를 치시다가 콜트 콜텍 대졸신입사원으로 1년 정도 일을 하신 분이에요. 그 분 얘기를 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기타를 매개로 생산자와 그 사용자(뮤지션)의 연대가 영화에서 보여지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연대의 가능성, 또는 연대의 방향성, 그리고 이러한 연대에서 더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공연이라는 것도 좋은 연대인 것 같아요. 음, 사실 촬영 때 연영석씨를 비롯해서 뮤지션들을 기타 공장에 데려가 보려고 했는데, 여건상 힘들어서 못했는데 그런 것도 좀 아쉽고요. 또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기타 한 대를 만들어서 직접 뮤지션들에게 치게 하는 것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 뮤지션들의 이야기 비중이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만큼이나 높은데요. 특별한 의도나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작은, 영화 속에도 나오는 ‘무지개99’라는 밴드의 공연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무지개99’가 "제 기타 콜트에요"하니까, 관객석에서 공장에서 일하실 때 엄청 혼나셨다고 하시면서 “그 기타 버리세요!”하셨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마침 콜트 노동자 분들 인터뷰할 때 그 분을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거기서 이야기가 갈라진 거예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그 쪽으로 깊지가 못하니까 낚시로 채워 넣은 것도 있어요. 그리고 그 뮤지션들이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부분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미있게 떠들고 있지만 그 밑에는 이렇게 힘든 일이 있었다는, 서로 상충되는데서 오는 효과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걸 표현하는 것에 있어선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손을 봐야할 부분이에요. 아직 멀었어요.

 

투쟁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촬영하고 계신데, 영화에는 의외로 투쟁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의도하신 건가요?


  투쟁하는 거 너무 많이 찍었잖아요(웃음). 너무 그림이 뻔해질 것 같아서요. 그런 것도 있지만, 투쟁이 모르는 사람들한테 자극이 되려면 번개같이 잠깐 지나가고 빠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확실히 영화에선 그 부분을 잘 살리진 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 부분을 (강렬하게) 살릴지 말지는 앞으로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마치 파란 화면에 말만 나오는 데릭 자만의 '블루'라는 영화가 황당하지만, 저도 그런 식의 충격을 뻔뻔하게 이용해보려는 거죠(웃음).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 같은 건 없나요?
 

  많죠(웃음). 음, 마이크 얘기 하면 되려나? 빵 시설이 좋지 못하잖아요. 소희씨 때였나? 마이크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니까 소희씨도 같이 점점 아래로(웃음). 뭐 그 밖에도 생각해보면 한 두 개겠어요? 뭐 그밖에도, 어떤 분은 인터뷰할 때 정말 한 컷이라도 넣어드리고 싶은데, 분명 그 분이 정말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텐데, 너무 정리 안 되게 말씀하셔서(웃음).

 

운동으로서의 영화가 가지는 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타이야기>에 관련지어 홍보효과 자체에는 의심이 없으나 홍보효과 외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심이 있어요. 운동으로서 영화가 이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박종필 감독의 경우처럼(에바다 사건 폭로를 통해 시장 선거 출마를 막은)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한다고 하는 데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지만, 순기능만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는지요? 감독님께서 기대하는 바, 혹은 염려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기를 바라고요. 뮤지션들이 하는 즐거운 공연과 이야기 뒤에는 그들의 악기를 만들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노동하고 이제는 그런 일자리마저 빼앗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해요.


  염려되는 지점이라면 영화를 어디에서 끝내야 할까... 투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는 무 자르듯 어느 순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데에 부담은 많이 갖고 있어요.
 

  노동자들의 복직이든, 노동자들만의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이든(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현실 적인 대안을 찾아 노동자분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기를 바라고요.

 

작품 완성과 상영 후 바람은...


  힘은 안 되도 최소한의 위안이라도 드렸으면 좋겠어요. 사실 힘도 되어드리면 좋겠어요(웃음).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


  그리고 거리상영은 청계광장을 버스로 싸버릴까 걱정이지만, 우리 한번 잘 개겨봅시다!


인터뷰:성기,수진,화신 /영상 촬영 및 편집: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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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2호] 기획 &quot;인권영화제에 보내는 지지메시지&quot;

 

  인권영화제가 어느덧 13회째를 맞이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영화제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야외(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라 한다. '청계광장'이 촛불시위와 용산참사를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반인권적 행태들을 규탄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둔해진 인권감수성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해온 인권영화제의 개최가 더욱 의미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십 수 년을 이어 성장해온 영화제가 상영장소조차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역주행의 증거이기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 사업으로 운영되는 몇몇 상영관은 정부 눈치를 살피며 전에 없이 영진위의 '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을 받아오지 않으면 대관해줄 수 없다고 하고, 인권영화제 주최 측은 면제추천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거부하였다는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정이다.


  필자에게는 1996년 제1회 인권영화제가 열린 그 해 가을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해 10월 4일, 영화법상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로서 금지된 것임을 헌법재판소가 확인해주었고, 영화검열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고 있던 필자는 그 결정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에 보태진 디딤돌임을 의심치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가위질’은 없어졌으니, 적어도 영화제작자와 감독이 구속되고 영화필름을 탈취당하는 현대판 ‘분서갱유’는 없어졌으니 표현의 자유는 확대된 것이 아닌가. 영진위의 제한상영가 등급부여와 등급분류 보류제도 또한 검열의 효과를 가져 금지된다고 선언된 마당에 적어도 법제도상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게 아닌가.


  불행히도, 아직은,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심화가 경제적 양극화로, 사회적 보수화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권력을 전횡하는 조건에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와 성적 소수자와 장애인과 청소년과 여성의 인권은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언론과 창작과 학문의 영역에서조차 한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자신들의 코드를 강요하는 권력집단이 존재하는 한, 표현의 자유는 13년 전 그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인권영화제가 ‘인권의 홀씨’ 하나를 사회에 날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그 지난했던 투쟁의 역사를 다시 쓰라 말하기가 미안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반걸음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다 같이 인권영화제의 고집스러운 싸움에 동참하자. 지금이야말로 원칙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권혜령(헌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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